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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식 展
그리움 피고_100호_Acrylic on Canvas_2015
수원미술전시관 제2전시실
2016. 9. 6(화) ▶ 2016. 9. 11(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19(송죽동 417-24) | T.031-243-36476
그리움 피고_50호_Acrylic on Canvas_2015
순백의 절제미와 아날로그적 가치의 확인
작가 오태식의 작업은 극히 간명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흰 바탕에 백자와 매화가 더해지는 화면은 일종의 금욕적인 절제미를 연상시킨다. 표현된 이미지와 화면의 형식은 그의 작업이 분명한 지향성을 지니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이른바 한국적인 것, 혹은 전통적인 것으로부터 비롯된 일정한 사유와 조형적 표출이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우리 것에 대한 천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것으로 극히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것이다. 작가의 작업 역시 이러한 경향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고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단순히 소재에서 비롯된 조형적 상징성의 차용에 그치는 것이라면 그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가 구축하고 있는 화면의 바탕과 그 운용이다. 그것은 마치 여백을 연상시킬 정도로 밝고 정갈한 이미지로 화면을 안정시키고 있다. 순백의 밝음과 끊어질 듯 이어지는 사물의 윤곽선, 그리고 스미고 배어나오듯 명멸하는 원색의 조화는 매우 독특한 것으로 그의 작업을 규정하는 특징적 요소라 할 것이다. 적어도 이에 이르면 그의 작업이 단순히 한국적인 것에 함몰된 소재주의적 경향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바로 화면의 바탕질이다. 면밀히 살펴보면 화면의 흰색은 그저 하얀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색채들을 바탕에 깔고 있을 뿐 아니라 일정한 요철을 지니고 있다. 작업에 앞서 젯소 등 안정성 있는 재료들을 이용하여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수많은 원색의 점들을 찍고 더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이 작업은 반복적인 노동과 시간의 집적을 통해 비로소 이루어지는 수고의 산물이다. 그 과정의 지난함과 시간의 소요는 작가로 하여금 극심한 피로감을 토로할 정도이다. 마치 선사시대의 빗살무늬를 연상케 하는 요철의 모양은 물결이나 흐름과 같은 운율을 지니고 있다. 단조로운 소재와 절제된 표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업이 서로 다른 표정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작가의 화면은 매우 정연하고 견고한 틀을 지니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본질은 수많은 아날로그적 행위의 집적을 통한 구축적인 것이다. 이러한 집적의 과정은 작가의 조형의지와 그 실천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되기 마련인 무작위적인 우연의 효과가 교차하고 중첩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것은 일종의 작위와 무작위의 병열이자 융합이며 충돌이다. 회화에서의 색채는 특정한 상징과 의미를 내포하곤 한다. 특히 작가의 경우와 같이 전통적인 것에 주목한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백자나 매화의 형상 표현이 묘사나 재현에 주목한 객관적 사실성에서 벗어나 개괄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은 이러한 추론을 더욱 설득력 있게 한다. 그는 백색을 화면의 주조 색으로 삼고 있다. 백색은 동쪽과 태양, 봄 과 생명 등을 상징하며 우리 민족의 고유색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것은 모든 것의 시작을 상징하며 삼라만상의 변화를 촉발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온갖 원색들을 백색으로 포괄하여 수렴해내는 그의 화면은 이러한 색의 상징성과 의미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새벽_50호_Acrylic on Canvas_2016
이에 더해지는 백자는 아마 유일하게 일체의 장식이나 무늬가 없는 도자기일 것이다. 도자기를 만드는 이들이 문양이나 장식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 전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백자는 침묵으로 보는 이를 맞아 그 이야기를 경청하고자 하는 자세를 취한다. 백자는 유백색의 무한한 깊이로 보는 이의 상상을 수렴하며 무언과 침묵의 대화를 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는 작위가 아닌 무작위를 취함으로써 오히려 그 공명의 진폭을 확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에 더해지는 매화 역시 생물학적인 소재가 아니라 그것이 지니고 있는 지조와 절개 등의 상징으로 읽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그의 작업은 다분히 상징적이고 함축적인 것이며, 단순히 보는 것에서 벗어나 일정한 사유와 사색을 전제로 한 분방하고 자유로운 읽기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이와 같이 작가가 추구하는 색채와 사물의 상징성이나 작위적 행위의 무작위적 변환 등은 그가 차용한 사물의 전통성에 앞서 보다 본질적인 우리 미술의 특질에 주목한 소산이라 여겨진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비정형의 분방함과 정연한 질서를 거부하고 무작위적인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우리미술의 특질이 바로 그것이다. 그의 화면은 허와 실의 구분이 없을 뿐 아니라 화면 전체가 여백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작은 원색의 점들과 어렴풋한 사물들의 형상들이 특정한 이미지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비정형의 자유로움과 아날로그적 조형미의 개진은 그가 분명 우리미술이 지니고 있는 특질에 주목한 결과라 여겨진다. 주지하듯이 디지털로 대변되는 현대문명의 발전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할 지경에 이르렀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기계문명의 발달은 세계를 하나의 단위로 재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새로운 문명 상황에서는 과거 우수한 물질을 확보한 이른바 선진국에 의해 독점되고 제시되었던 보편성의 가치는 의미를 잃게 되었으며, 이를 대신하는 것이 바로 지역적 특수성이다. 분방한 개성과 지역적 차별성을 전제로 한 다양성이 바로 현대미술의 특징적 현상인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기인한 것이다. 작가가 작업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가치와 지향은 적어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요구에 잘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디지털 문명의 발달에 따라 아날로그적 가치는 예술로 더욱 존중받게 될 것이다. 더욱이 분방함과 일탈, 자유스러움의 함축과 절제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미술의 특질은 어쩌면 이에 잘 부합되는 덕목일 것이다. 작가는 이미 이와 같은 일련의 작업들을 수년간 부단히 추구해 온 바 있다. 그것이 시대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그 자신의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작업이 제시하고 있는 내용과 실질은 지금의 세태에 비춰 본다면 분명히 곱씹어 음미해 볼 필요가 있는 중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는 점은 상기되어야 할 것이다.
김상철(동덕여대 교수. 미술평론)
순간의 영원함_12호_Acrylic on Canvas_2015
아름다운 독도_30호_Acrylic on Canvas_2015
그리움 피고_30호_Acrylic on Canvas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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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식 | 吳泰植
1992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시각디자인과 졸업 | 1996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산업디자인과 졸업
수상 | 2004_ 제 23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디자인 부문 特選 | 2005_ The International Communicator Award 2005 : Award of Excellence | 2006_ 제 25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디자인 부문 特選 | 2011_ 유나이티드문화재단 우수작가상 | 2013_ 월간 문학저널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전시 | 개인전 9회 및 국내외 단체전 200여회
경력(심사 및 운영위원) | (사)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일러스트레이션분과 이사 역임 | (사)경기디자인협회 사무총장 및 부회장 역임 | 사)한국미술협회 경기도지회 디자인분과 분과위원장 역임 | (사)한국미술협회 수원지회 이사역임
현재 | 두원공과대학교 건축디자인과 교수 | 사)한국미술협회원, 수원미술협회원 | 홍익시각디자이너협회원 | 사)화성연구회 회원 | 경기미술대전 디자인 부문 초대작가 | 대한민국미술대전 디자인부문 초대작가 | 담코아트 전속작가 | 시인
E-mail | seobang-o@hanmail.net Cafe | https://cafe.daum.net/utak.gallery 도메인 | https://woot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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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60906-오태식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