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순 展

 

" 대지에 내린 빗살*햇살 "

 

대지에 열매_122x7x41cm_소나무.아크릴칼라_2015

 

 

2015 아트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2015. 11. 5(목) ▶ 2015. 11. 10(화)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 T.02-580-1300

 

www.sac.or.kr

 

 

대지에 한구루_182x6x180cm_소나무.아크릴칼라_2015

 

 

태초 인류가 창조해 낸 빗살무늬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 즉 대지에 가느다랗게 갈라져 낱낱의 빗줄기처럼 표현한 것이 마치 그 시대적 삶의 징표들처럼 그들의 무의식적인 장식미가 미적 형상의 산물이 되었다.

 내 작품의 근원을 찾아보면 대지에 솟아난 모든 만물은 빛과 물에 영향을 받으면서 마치 흔들리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유희를 만들고 또한 구름들이 모임과 흩어짐 사이에 햇살과 빗살이 생성되고 소멸되어지는 것처럼 그것들의 관찰을 통하여 작품 속에 내제되어 있는 형상들이 햇살을 상징하는 것과 빗살을 상징하는 것들을 찾아 생명의 근원으로서 시도하였다. 이것은 나로 하여금 기존의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상징과 은유적인 표현으로서, 새로운 조형작업의 언어로서, 직관적인 감성미의 표현으로서 미적체험의 특성들을 조형 활동으로 제시한 것이다.

 

흔히 ‘틀리다’라는 표현을 할 때  빗금을 주로 사용한다. 보편적으로 내리긋는 행위는 부정적인 행위로 인식되지만,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해보면 빗살의 표현은 내리는 빗살과 따스한 햇살의 긍정적인 표현으로 전환할 수 있다. 따라서 빗살과 햇살의 의미가 날이 서려있기 보다는 오히려 생명을 향한 환희와 기쁨이 넘쳐흐르는 상징적인 의미로 전환되어 진다.

이처럼 빗살과 햇살의 고정된 의식을 넘어서서 긍정적인 존재를 표현하고자, 형태의 조형성과 미적 표현요소의 대립적인 역할을 나의 작업을 통해 새롭게 상생의 메시지로 재해석하였다.

 

자연의 원형과 생물의 유기적 형태를 이루는 미지의 생명체를 근원으로 추적하고자, 빗살무늬로 표현된 사물을 관찰하였다. 또한 자연의 탐구과정 중에 재료의 성질을 최대한 보존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제거하여 목재가 가지고 있는 질감 속에 구체적 형태를 바로 새기는 정제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때론 평면적인 형태를 입체화하는 작업을 시도하곤 하였는데 마치 입체적인 작업이 회화의 한 부분처럼 표현되었고, 최소한의 조형적 의미를 표현함과 더불어 조각과 회화의 상호 상생으로 새로운 양식의 실험적인 표현을 하고자 하였다. 이것은 의도적으로 일관된 미의식을 드러내는 중요한 부분으로 평면적 성취에서 입체적으로 확장시킨 조형 언어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입체적 조형의지를 내재화하게끔 한 주요한 계기가 되었고, 내재화된 조형의지는 자유분방한 빗살의 방향을 반복적인 표현으로 시도하면서 대지에 내린 빗살과 햇살에 의해 생명이 잉태되는 모습을 작품으로 제작하였다.

 

한편 평면처럼 보이는 몇몇 작품에서는 무한 공간의 확장을 의미할 수 있는 외곽 프레임을 상징화하였는데, 이것은 상징적 창과 문의 의미로서 상대방의 마음을 인지하는 열린 창이나 숨겨진 창들은 대인관계로서의 마음을 활짝 열게 되는 적극적인 자세의 영역을 넓혀가는 공간의 상징성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미처 자신조차도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창은 미지의 세계를 인지할 수 없도록 암흑을 상징하는 영역으로서 사물의 직관적인 모습보다 보이지 않는 메타포의 의미로서 여백의 공간을 탐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러한 창의 여백의 의미는 채워진 공간의 의미보다는 비움의 공간의 의미로서 담백한 간결함을 표현함과 동시에 극도로 절제된 프레임의 여백을 만들어 내곤 하였다. 이것은 빗살무늬의 조각과 여백의 공간을 창조해낸 공통적인 요소들로 나의 일관된 미의식으로서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대지에 생명(red.blue)_240x5x18cm_소나무.아크릴칼라_2015

 

 

작품에 사용된 소재는 전통건축에서 사용되었던 부재들로서 오랜 기간의 시간적 흔적들이 재료에 내재되어, 단순한 물성의 특성을 넘어서는 의미로 작용하여 입체를 향한 조형의지의 발현으로서 새로운 실험정신의 표현들로 제시하였다. 이는 새로운 조형개념의 가치를 나에게 태동시키는 또 하나의 실험적인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소나무는 예로부터 우리의 문화적 요소가 깊숙이 침투되어 나무가 가지고 있는 따뜻한 정감과 견고한 재료로서 조형 형태를 제작하기에 매우 좋은 소재이다.

특히 소나무 재료가 옛것 재료자체에서 나오는 물성을 감성적 의미로 목재 자체의 자연미를 살리면서 전통적인 기법을 현대 시대정신과 접목하여 목재 표면에 빗살무늬로 이루어진 마티에르가 자유분방한 형태로서 나의 기본적인 틀이 되어 새로운 조형미로 창출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표면처리의 메시지는 형태적 연관성을 가지면서 좀 더 과감하게 전개시켰으며 표현기법으로는 오랫동안 내려온 상감기법을 차용한 것으로서 현대적인 조형언어로 재창출하여 독창적인 표현과 매체의 순수한 조형 형태와 더불어 표현을 극대화하였다.

 

표현된 빗살무늬는 간결하면서도 꿈틀거리며, 선의 형태는 때론 거칠게 표현되었다. 이는 조각도나 톱으로 흔적을 낸 사선 형 추상으로서 그 거친 질감과 원시적인 형태가 빚어내는 강렬한 빗살무늬 표현성이 재료를 다듬고, 형태를 간결하게하며 기하학적인 표현으로 그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나무라는 재료의 원초적인 질감에 집중하였다.

또한 표면에 표현된 빗살무늬들은 잘 다듬지 않은 자연스런 것들의 행위에 질서와 통일감 그리고 그 이미지는 나에게 부재의 행위에 담긴 흔적들로서 조형적 특질을 끌어냄과 동시에 작품근원의 메타포적 의미로서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이는 마치 장인들이 다듬지 않은 듯한 미는 자연과 순응하면서 투박하고도 세련된 자연미의 근원적 배경으로서 재료와 사물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나의 모든 감각기관을 한시도 쉬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러한 집중력과 호기심이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회화의 평면성이 부조적 형태감을 갖추어 가는 과정에서 그의 빗살무늬들은 간결하면서도 기하학적 형태로 형식화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하였다.

 

빗살무늬 조형작업을 통하여 내가 추구하고자 하였던 것은 나로부터 내재적인 미적 형상물을 일깨우는 잠재력을 일차적으로 부각시키며, 또한 나의 실험정신과 자유분방한 창작력은 어떠한 환경에서든 그 상황에 알맞은 표현 방식을 찾아낼 수 있는 힘을 안겨 주었고, 빗살과 햇살의 미적 표현을 통하여 재료와 매체가 주는 메시지는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넉넉하고도 포용력을 만들어내는 예술적인 형태의 면모를 갖출 수 있었다.

 

2015. 11. 5

 

 

대지에 밀알_76x7x21cm_소나무.아크릴칼라_2015

 

 

대지에 속삭임_202x5.5x35cm_소나무.아크릴칼라_2015

 

 
 

임광순 | Rim Kwang Soon

 

목 조형 활동을 접하게 된 배경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1985년 대학시절 예술적 표현요소를 주제로 한 학습으로부터 출발하게 된다. 이것은 기능적인 표현요소만을 가지고 제작했던 실용적 형태와 다르게, 조형적인 측면을 훨씬 더 고려하여 다양하게 표현한 것이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그 후 다양한 공모전 참여 활동은 물론 전시회와 초대전을 통하여 꾸준히 목조형 작업을 전개해 왔다. 특히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1995년 석사 학위 논문「토기형태를 이용한 가구디자인 연구」는 박물관에서 시선을 끌어당긴 빗살무늬토기가 신석기인 들의 장식적인 질박 미에 흠뻑 매력을 느끼면서 빗살무늬 모티브를 그 당시 아트퍼니처의 표현방법인 연구 주제로서 제시하게 된다.

 

또한 한국 전통에 매우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가구의 현대성이라는 의미를 부여한「조선시대 목 가구를 통한 현대화 표현요소」로서 1998년 나무갤러리에서 개인전을 발표하게 된다. 이후 그는 한국의 자연미를 찾아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한국 전통건축을 살살 골골 톺아보면서 전통건축의 미적표현요소들을 경험적인 바탕을 통하여 마침내 2010년「한국 전통건축미의 표현요소를 통한 아트퍼니처」를 박사학위청구작품을 발표함으로써 다시 한 번 더 한국적인 미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현재 그는 경민대학교 가구인테리어디자인과에서 조형 활동에 공감하고 있는 후학들을 십여 년 동안 양성하고 있으며, 특히 그의 관심사인 「한국미의 현대성」이라는 주제는 현대 주거생활의 변화에 맞게 지속적인 연구 활동과 실험적 과정을 통하여 다양한 전시회와 초대전에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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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51105-임광순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