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윤선영 展
교감-0380_116.8x80.3cm_Oil on Canvas
갤러리 M
2015. 10. 28(수) ▶ 2015. 11. 3(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4길 12 | T.02-737-0073
교감-0862_162.2x130.0cm_Oil on Canvas
윤선영-교감을 꿈꾸는 그림
“사람들의 눈을 보면 대개 물고기 아니면 새의 형상을 닮았어요.” 작가는 자신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새와 물고기 형상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덧붙여 내 눈은 새를 닮았다고 한다. 거울을 보면서 내 눈이 새나 물고기를 닮았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작가의 그 같은 지적은 무척 흥미로웠다. 인간의 얼굴에서 닮은 동물의 이미지를 찾는 일은 흔하다. 곰 같고 여우 같고 매 같은 인간, 혹은 양이나 쥐, 원숭이 등이 그런 식으로 호명된다. 그런가하면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특정 동물의 띠를 갖고 나온다. 나는 토끼띠다. 내가 토끼의 인상이나 성품과 얼마나 유사성을 지니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하여간 토끼는 나와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 그런 면에서 동물은 타자라기보다는 이미 내 안에 들어와 있는 또 다른 존재 같기도 하다. 신화는 그런 의미를 상기시켜 준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 분리되지 않았던 신화적 세계는 인간 이성 중심의 근대적 세계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였다. 화이트헤드는 ‘율리시스는 이성을 여우와 공유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성을 동물적 기능에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동물적 몸의 생존에 관여하는 기능으로 생각한 이다. 이른바 ’실천이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는 마치 유기체처럼 서로 의존하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가는 화면 안에 새, 물고기, 그리고 꽃의 형상을 펼쳐놓고 그것들이 서로 엉켜있고 어우러진 형국을 연출한다. 바탕 면은 다채로운 질감을 가득 품고 있다. 그림은 무엇보다도 ‘표면의 질’이 문제다. 감각적인 피부를 성형하는 일, 그 피부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을 발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그림은 물감과 여러 흔적으로 환생한 화면이 감각과 메시지를 발화한다. 윤선영의 화면은 세필로 수많은 시간 덧칠해서 이룬 표면이 있는가 하면 두터운 물감의 층으로 밀어올린 부분, 날카로운 도구로 상처를 낸 부위, 그리고 그림과 색 면 등이 공존하거나 문자와 이미지, 모호한 흔적과 구체적인 형상 등이 서로 길항하고 있다. 상대적이고 대조적인 부분들 간의 조화가 눈에 들어온다. 유화물감과 오일파스텔로 이루어진 화면은 그림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온화한 톤, 파스텔 색조의 따사로움으로 충만하다. 중간색조의 색 층이 도포되어 있으며 다양한 표면의 성질 속에 배치된 형상의 윤곽선을 흰색 오일 파스텔이 마감하고 있다.
교감-0919_72.7x53.0cm_Oil on Canvas
그 배경을 등지고 네 개의 둥근 잎사귀를 지닌 꽃들과 단순하게 약호화한 물고기, 새, 나비 등의 형상이 부유한다. 사실 이 대상들 간의 차이는 무의미해 보인다. 결국은 동일한 존재로 뒤섞여있다. 꽃에서 새나 물고기가 자라나오고 물고기에서 새, 나비 등이 부풀어 오르는가 하면 서로 한 덩어리로 모여 있기도 하다. 배경 역시 하늘인지 물인지 땅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 모든 현실적인 경계는 다 지워지고, 존재들 간의 차이점도 사라진 모종의 상태가 제시되는 그림이다. 장자적 세계관이 얼핏 드러나는 지점이다. 작가는 그것을 ‘교감’이라 칭한다. 작품의 제목이 ‘교감’이란 얘기다.
새나 물고기, 나비, 꽃은 동물과 식물이기 이전에 사람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마도 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그런 이상적인 상태를 동경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그림을 그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들 존재에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투사하고 있는 것 같다. 새 혹은 물고기의 모습을 닮은 다양한 사람들의 눈을 떠올리면서 그림을 그리고 그들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사연을 문자로 기술한다. 감각적인 드로잉 선을 닮은 문자는 씨앗처럼 흩어진다. 가독성을 의도적으로 훼손하면서 미끄러진다. 그것은 이미지로 전달하기 어려운 사연을 가시성의 세계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내밀한 사적 내용을 외국어로 기술하면서 슬쩍 은폐하기도 한다. 따라서 작가의 그림은 지극히 내밀한 감정이나 사정을 이미지와 문자 등을 빌어 표현하는 차원에서 발생한다. 사실 모든 그림은 그런 욕망에서 불거져 나온다.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하려는 이 지난한 노력이 그림을 그림이게 한다. 그것은 정답도 없고 결코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지만 그러나 그러한 표현행위가 없다면 인간의 삶은, 예술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윤선영의 그림은 자연계의 뭇 생명들이 서로 교감, 공존하는 이상적 순간을 상징적으로 그리고자 했다. 동시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화면을 다채로운 표정으로 만들어 그 표면이 발생하는 감각을 전달하려 한다. 또한 작가는 사람들의 얼굴, 눈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 깃든 새와 물고기의 형상을 찾아 나선다. 그 여정이 지금의 그림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교감-0994_72.7x53.0cm_Oil on Canvas
교감-1007_90.9x72.7cm_oil on canvas_Oil on Canvas
교감-1013_72.7x60.6cm_Oil on Canvas
|
||
■ 윤선영 | Yoon sun young
성신여자대학교졸업 | 경기대학교 조형대학원 서양화석사 졸업
개인전 | 12회(서울,경기,일본)
단체 및 아트페어 100여회
한국미협회원
E-mail | sun_bird@hanmail.net
Blog | sun_bird08.blog.me
|
||
vol.20151028-윤선영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