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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필규 초대展
전시전경 및 설치작품
2015. 10. 16(금) ▶ 2015. 10. 29(목)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33 | T.031-252-9194
흔(痕): 시간을 담다 2015 W01_Acrylic on canvas_260x161cm_2015
최필규-일루전과 평면성,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회화는 평면 안에 시각적 착시, 환영을 부단히 일으키는 일련의 장치다. 일루전 즉 환영이란 보는 이가 눈앞에 제시된 어떤 대상과 연결시키는 일이며 그것은 일종의 착시와 같은 시각현상을 뜻한다. 그 일루전을 억압하든 그것을 극대화하는 회화란 결국 시각적 환영에 대한 욕망을 그 기저에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식으로든 일루전에 대한 의식이 회화에서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최필규는 화면에 흰색의 종이 띠 조각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실재의 종이 띠가 부착되어 있다고 여겨지지만(혹은 실제 천이 구겨져있다고 보고 있지만) 실은 그것은 그려진 그림이다. 우선 그것이 종이임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종이에 대한 기억, 경험을 근거로 한다. 그림은 우리가 그 사물에 대해 지니고 있는 기억, 경험에 근거해 환영을 만든다. 흰색과 종이의 표면에 생긴 주름과 음영 등에 의거해 종이임을 상상하는 것이다. 종이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화면에 그려진 것이 종이라는 사실을 알 수는 없다. 작가는 종이를 콜라주하거나 레디메이드로 다룬 것이 아니라 일련의 극사실주의의 회화적 연출을 통해 그려졌다. 표면에 물감을 분사한 흔적으로 이루어진 자취가 종이를 연상시켜 준다. 마치 사진이나 실크스크린으로 밀어낸 이미지, 혹은 복사로 만든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다분히 기계적 재현에 의해 산출된 이미지 같다는 말이다. 아마도 에어 브러쉬의 사용으로 인해 물감과 붓질의 흔적과 질감 등이 희박해졌기에 그럴 것이다. 그로인해 회화의 평면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직선의 막대, 종이가 줄지어 도열한 현상을 보여주는 이 그림은 일정 크기로 잘라낸 종이막대가 겹쳐 쌓이거나 줄지어 있는 구성적 변주다. 일정한 질서로 종이 띠가 나열되거나 또는 광목 천이 구겨져 있는 상황이다. 화면에 ‘사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천 자체를 구기고 펼쳐놓음에 따른 자연스런 흔적이 실재처럼 놓여있다. 마치 화면 자체가 실제로 주름을 짓고 구겨져 있다는 착각이 든다. 다분히 평면과 모티프가 일체화된 시각적이며 개념적인 평면회화다. 찢기고 구겨진 모종의 상황성이 표면에 그대로 간직되어 있어서 그것은 작가의 행위, 몸짓, 시간 등을 암시한다. 천을 구기고 종이를 자르고 겹쳐서 만든 흔적이고 제스처가 그림이 된 것이다. 그로인해 평면구조에서 모종의 시각적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는 회화가 되었다. 더 나아가 작가는 화면 사이에 대나무(오브제)를 부착하거나 인공의 바람과 영상, 천의 나부낌을 공간에 연출하는 설치로 확장시키고 있다. 평면 회화에서 벗어나 통감각적인 차원으로, 다차원적인 공간 구성으로 나아간다.
흔(痕): 시간을 담다 2015 BRW03_Mixed media_250x240cm_2015
이처럼 최필규의 그림은 종이라는 환영과 캔버스의 평면 사이에서 ‘놀이’한다. 보는 이의 시선을 건드리고 사물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자극하는 동시에 회화의 존재론적 조건인 평면성을 유지해나가는 전략에서 나오는 그림이다. 주어진 화면의 평면성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사물, 이미지의 일루전을 끌어들이는 셈이다. 1970년대의 극사실주의와 평면성 논의 그리고 이후 한국적 전통과 무속에 대한 관심 및 오브제와 설치로 확장되어 가는 추이를 그의 작업은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한편 작가는 종이/한지와 광목, 대나무 등을 소재를 통해 한국적 전통문화, 무속적 이미지를 환기시킨다. 그것은 유년시절의 추억과 한국 문화의 원형에 대한 인식과 맞닿아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접했던 무속의 한 장면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은 것이다. 외할머니댁의 대청 대들보에 걸려 있었던 하얀 성주대의 창호지에 대한 신비스러운 느낌과 주술성이 그를 사로잡았다고 한다. 성주신은 집 안의 여러 신을 통솔하면서 가내의 평안과 부귀를 관장하는 가신이다. 성주제는 집을 수호하는 신령(神靈)인 성주신에게 지내는 제사로 가정 신앙의 한 형태이다. 이를 ‘성주 제사’라고도 한다. 성주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명칭이지만 모시는 형태에 따라 ‘부루단지’, ‘성주군웅’, ‘성조’ 등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성주의 표상으로는 창호지를 10㎝×17㎝ 크기로 네모로 접고 그 속에 쌀이나 돈을 넣어 대들보 밑 벽에 나무못으로 네 모서리를 고정시켜 얹어 놓는다. 이어 술과 떡, 과일과 함께 차려놓고 제사를 드린다. 살림이 넉넉한 집에서는 무당을 불러 성주굿을 크게 벌이기도 한다. 대부분 한지를 접어서 그 안에 쌀과 돈 등을 넣어 두는 한지형 성주를 모시는가 하면 한지를 물에 적셔서 대들보에 붙여 놓거나 물에 적시지 않고 대들보에 올려 두거나 종이 상자에 담아 두기도 하는 의식을 접한 그는 자연스레 한지와 종이 찢기를 작업에 응용하게 되었다.
그는 흰 종이를 찢어가면서 유년의 추억을 되살리고 그 당시 접한 신묘한 기운과 분위기를 추체험한다. 그 때를 떠올려주는 매개로 종이와 천, 대나무와 바람은 동반된다. 조상들에게 종이는 단지 문자를 기재하는 단순한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신을 부르는 매개로 쓰이기도 하고 주술적 물건이기도 했다. 대나무도 그렇다. 따라서 작가에게 지금의 작업은 즐거운 놀이이자 묘한 쾌감(찢고 구기는 방법론)을 동반하는 일이자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 유년시절에 접했던 한국 기층문화의 흔적,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연스레 번져나간 한국 문화의 원형에 대한 탐구에 해당하며 아울러 그가 학습한 모더니즘과 하이퍼 리얼리즘에 의한 회화의 평면성과 일루전에 대한 논의, 그리고는 그 위에 영상과 설치 등의 확장된 방법론과 연출 등의 여러 요소들을 다층적으로, 복합적으로 껴안으면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최필규의 작업 안에는 1970년대부터 이후 전개되는 한국현대미술의 중심적 기류들이 고스란히, 투명하게 투영되어 있다. 나로서는 그 사실이 무척 흥미로운 것이다.
박영택 (경기대 교수, 미술평론가)
흔(痕): 시간을 담다 2015 RBB04_Mixed media_250x240cm_2015
흔(痕): 시간을 담다 2015 WRB05_Acrylic on canvas_130x130cm_2015
흔(痕): 시간을 담다 2015 W01_Mixed media_259x194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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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필규 | 崔弼圭
중앙대(서라벌예술대) | 홍익대교육대학원 졸
개인전 | 12회 | 2015 초대 개인전 (해움 미술관 :수원) | 2014 초대 개인전 (Westen gallery : LA) | 2013 개인전 (가나인사아트센터:서울) | 2008 롯데 갤러리 초대전(롯데백화점:안양) | 2007 평택시 초대전 (평택호미술관:평택) | 2006 세종갤러리 초대전(세종호텔:서울) | 2006 개인전 (수원시미술관:수원) | 1998 개인전 (서경갤러리:서울) | 1997 개인전 (컴아트 미술관:수원) | 1993 개인전 (장안갤러리:수원) | 1989 개인전 (갤러리 동숭아트센터:서울)
아트페어 | 2014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 (코엑스;서울) | 2013 BIAF 부산국제 아트페어(Baxco :부산) | 2009-2012 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그룹전 | 2015 개관기념전 “수원 지금 우리들”(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 2015 사제 동행전 (원뜰 갤러리) | 2014 “화이트 스펙트럼”(수원시미술관) | 2014 “양평의 봄”기획전 (양평군립미술관) | 2013 100호 초대전 (수원시미술관) | 2012 경기도 대표작가 초대전 (남송미술관) | 2012 한,중,일 코스모 아트전 (노송갤러리, 요코하마갤러리) | 2012 소사벌 국제 아트엑스포 (마닐라 국립현대미술관) | 2010 새만금 깃발미술제 (새만금 방조제) | 2010 한국현대미술의 新르네상스展(서울아트센터) | 2009 중앙현대미술대전 (서울시립미술관 분관) | 2009 “용의 비늘”전 (서울 예술의전당) | 2009 한,일 모던아트전 (타블로 갤러리) | 2007 소사벌 아트엑스포 (평택호예술관) | 제6,7,8회 INDEPENDENT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제2회 중앙미술대상전 (중앙일보주최: 서울) | 제27회 국전 (문화관광부:덕수궁) | 제6회 경인일보사 초대작가전 (문화회관: 인천) | D.M.Z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 현대미술 스페인전 (마드리드 : 스페인) | 국제아트페스티발 "동방의 등불展" (뉴델리 : 인도) | 뒤쉘도르프 현대미술 초대전(독일)
작품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 서울시립미술관 | 종이문화재단 종이박물관 | 뉴코아백화점 | 일본 센다이총영사관
현재 | 수원여자대학 교수
경기도 미술대전 초대작가 | 한국아동미술학회 고문 (2대 회장 역임) | 한국미술협회 이사
E-mail | pkchoi@nate.com
SITE | https://wwww.pkcho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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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51016-최필규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