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보경 | 강신덕 | 고경숙 | 고혜숙 | 김경민 | 김문영 | 김미경 | 김보아 | 김선 | 김선영 | 김수경

김순임 | 김연 | 김영란 | 김영숙 | 김정연 | 김정희 | 김종희 | 김태수 | 김하림 | 김혜명 | 김효숙

나진숙 | 노시은 | 문희 | 박민숙 | 박민정 | 박민주 | 박재연 | 박종미 | 박태온 | 백연수 | 서광옥

신유자 | 신은숙 | 신은주 | 신지안 | 심경보 | 심부섭 | 심영철 | 안재홍 | 안형회 | 오귀원 | 유성이

유영준 | 이경희 | 이동연 | 이명옥 | 이새나 | 이영송 | 이재신 | 이정진 | 이종애 | 이주현 | 이지은

이진영 | 이혜원 | 장선아 | 전소희 | 정미숙 | 정연희 | 정혜영 | 조숙의 | 주민선 | 지연신 | 최고은

최승애 | 최은경 | 최은정 | 최재연 | 한기늠 | 허란숙 | 황인자 | 황지선 | 지연신 | 최고은 | 최승애

 

 

 

 

2015. 10. 14(수) ▶ 2015. 10. 21(수)

Opening 2015. 10. 14(수) PM 6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덕궁길 29-4 | T.02-766-5000

 

artspaceh.com

 

 

 

 

안녕하세요,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을 맞이하여 한국여류조각가회 35회 정기전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여류조각가회는1974년 창립한 여성예술단체로 2015년 현재 전국에서 모인  220명의 작가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여류조각가회 회원들은 정기전과 국내외 기획전, 각종 세미나, 워크샵등을 통하여 작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예술인으로서의 자유정신과 시대를 품어내는 통찰력을 잃지 않고자 서로를 격려하며 정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년간은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되짚어보고자 회원들의 작품세계관련 세미나와 회원 스스로 기획한 작은 전시를 초대전으로 진행해왔습니다. 세미나와 전시기획에 직접 참여하시어 작업과 예술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도록 이끌어주신 회원 분들과 세미나및 전시 진행에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관심과 성원으로 전시공간을 지원해주신 갤러리 관계자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여류조각가회 회원 모두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예술과 삶에대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예술단체로서의 위상을 지켜나가기 위해 협심할 것입니다.

 

본 정기전에는  2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작가 74분이 참가하였으며  그들이 펼쳐내는  다양한 작업세계는 한국현대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확인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금번 전시와 저희 한국여류조각가회의 행보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5. 9

한국여류조각가회 회장 오귀원

 

 

 

 

 

 

 

한국여류조각가회 기획전 ‘딸들의 정원’

 

1, 새벽을 노래하는 새

화장을 지우고, 설거지 수세미를 내려놓고, 보채는 아기에게 물리던 젖병을 내려놓고 고요한 새벽 일상의 틈새를 찾아 여성조각가들은 한 꺼풀의 페르소나를 벗고 작업공구를 집어 든다. 베란다 구석, 지하실, 부엌 귀퉁이, 창고 그 어떤 자투리 공간이 될 지라도 작업을 펼치면 그곳은 세상에 없는 작가의 작업실이자 생명을 만들고 키우는 나만의 정원이 되었다. 가족이 잠든 새벽 남모르게 고민하고 눈물 흘리다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여성조각가들은 예술의 정원에서 새벽을 노래하는 새다.

굽어진 손가락, 흐려진 지문을 보며 이 무거운 짐이 자만에 의한 과욕인가 의심하며 내려놓고도 싶지만 염세적 체념은 작가에겐 용납되지 않는다. 포기는 현재의 일시적인 사건이지만 체념은 미래를 포괄하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포기가 그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조각가들은 가슴에 가득 나는 누구라는 외침과 고뇌는 어떠한 예술방식으로라도 표현되어야 했다. 크게 예술이라는 범주에서 에이브럼즈 교수는 작품을 사이에 두고 대중과 예술가, 그리고 우주가 마주 대하고 있다고 하였다. 유추 해석한다면 작가에 의해 작품에 담긴 세계관을 관람객이 읽게 되는 것이다. 작품은 세계에 대한 모방이며 수용미학에 의거, 대중의 반응, 비평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 세계가 어머니에게서 딸로 그 딸이 다시 어머니가 되어 딸에게 전해진 것이라면 얼마나 창조적이며 고통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세계일까. 척박한 정원에서 아름다운 창작이라는 결실을 보기 위해 여성조각가들은 자기 경험적 세계와 이상의 우주와, 무의식의 꿈 등 여러 겹의 페르소나를 입고 허리가 접히도록 일구고 일구는 작업을 한다.

 

2. 새를 품은 둥지의 태동과 전개

외로운 투쟁에서 정체성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할 때 한국여류조각가회는 여성작가들이 안주할 둥지가 돼 주었다. 그 둥지 덕분에 새벽에 몸부림치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동질감을 느끼며 끈기와 용기를 얻어 오늘도 창조의 날갯짓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여류조각가회의 초대 회장을 맡으시고 여성조각가의 선구자 이셨던 故김정숙선생님께서는 조각이라는 영역이 남성들에게조차 생소하던 1974년에 회를 창립하여 차별에 대해 여성조각가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내부로 여성 자신들의 활동에 스스로 한계를 짓는 소극적인 태도에 문제의식을 갖으며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였다. 이는 한국미술계에 여성주의 의식이 싹트기 이전부터 조직을 이루고 생존과 도약을 위한 몸부림을 시작하였다는 뜻이다. 서양에서는 1970년대 페미니즘이 활발히 떠올랐지만 우리가 받아들인 것은 80년대 후반이다. 그러니 이 몸부림은 순수하게 자생한 것이지 서구의 영향을 받은 것이 결코 아닌 것이다. 2대 윤영자 전회장님께서는 파리, 로마 등 해외전시를 개최하시며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할 시기에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었다. 또한 자택으로 회원들을 불러 그 당시 구하기 힘들었던 해외자료를 보고 교육을 시켜가며 자극을 주고 채찍질을 하시며 동지와 후배들을 이끌어 갔다. 이후 3대 강은엽, 4대 임송자, 5대 고경숙, 6대 김효숙, 7대 황영숙, 8대 故진송자, 9대 김정희, 10대 이종애, 11회 신은숙 전회장님으로 이어지며 수많은 전시와 세미나, 해외교류, 웹 사이트구축, 40년 역사서 발간 등 둥지를 보수하고 발전시키고 키워가는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 현 12대 오귀원 회장님에 이르러서는 학연, 지연을 넘어 전국에 약 200여명의 훌륭한 여성조각가를 품은 둥지로 도약하였으며 학술세미나, 작고 신선한 기획전 등 세상과 소통하며 도태되지 않는 운영을 모색하고 있다.   

 

3. 미래를 보는 딸들의 정원

선과 악의 정의 구분과는 다른 성향의 관점으로서 모든 여성작가들은 팥쥐라는 얘기가 있다. 가부장적 시대에 아버지의 친자가 아니고 계모의 딸이었던 팥쥐는 세상을 시니컬하게 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특성을 지녔다. 팥쥐의 냉소성은 실권의 가진 어머니의 우월한 파워와 태생적 열등감이 충돌하여 생긴 이중성을 띄며 세상만사를 순수하게 순응하는 인간이 아닌 왜라는 의문과 반항욕구가 있는 일종의 철학자 근성을 지닌 캐릭터를 형성한 것이다. 여성 조각가들 또한 팥쥐와 유사한 이중성이 있다. 예술가라는 고매한 타이틀을 지녔으나 진흙탕물 아래서 물갈퀴질하는 백조처럼 깊은 속 아래에선 시간과의 싸움, 경제적인 어려움, 육체적인 한계와 매일매일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기대하는 현모양처 콩쥐 캐릭터를 뒤로하고 경제적 성공과는 거리가 있는 예술가의 길을 택한 딸 팥쥐는 고집스러운 만큼 고독하고 외롭다.

처절하게 외롭다 하면서도 본디 자아의식 즉 에고(Ego)가 강한 예술가들은 뭉쳐서 무언가를 함께 도모 한다는 것이 쉬운 일도 흔한 일도 아니다, 조직 결속력에 길들여지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들에게 학연, 지연이 통합되어 있는 한국여류조각가회는 따듯한 둥지이면서도 의무감으로 한 팔을 잡힌 듯한 느낌도 준다. 과거 1세대 페미니즘 사상의 열망과 동기부여가 된 '천부인권'은 21세기에 흐려진 눈썹문신처럼 자국만 남고 더 이상 전체 궐기의 사유가 되지 못하게 된 작금의 현실에서 -여전히 차별이 존재함에도- 투쟁과 결속의 방식이 진화하지 않는다면 동지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시기가 온 것이다. 이제 여성조각가들은 무엇을 위해 새벽을 노래하며 어떻게 자기의 정원을 꾸며갈지 더욱 깊게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여류조각가회는 시대의 니즈를 읽고 진부한 전략을 버리고 끝없이 진화해서 예술정원을 가꾸는 새들의 건재한 둥지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2015.9 김하림

 

 
 

한국여류조각가회 | https://kwsart.kr

 

 
 

vol.20151014-한국여류조각가회 정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