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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Thinkartkorea 선정작가 기획 초대전
장영원 展
" 어제, 모텔 ; Yester D, Motel "
Room. H. 9905_120x120cm_천 위에 아크릴, 유화, 부분 실크스크린_2015
포네티브 스페이스
2015. 9. 12(토) ▶ 2015. 10. 4(일) Opening 2015. 9. 12(토)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34 | T.031-949-8056
Room. S. 1307_120x120cm_천 위에 아크릴, 유화, 부분 실크스크린_2015
장영원의 ‘어제, 모텔’은 결코 지루할 틈 없는 컬트 무비(Cult Movie)다. 어디서 본 듯 끌리지만 괴이하고 낯선 풍경들이다. 선정성이 적절히 가미된 트랜디(Trendy)한 매거진의 한 페이지처럼, 그의 그림에는 시선을 확 잡아 끄는 이미지들이 즐비하다. 침대 위에서 부둥켜 안은 남녀나, 젖가슴과 음부를 드러낸 여성, 육체미를 뽐내는 남녀, 나들이하는 가족 등, 우리에게 이미 친숙하거나 감춰진 욕망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줄을 잇는다. 어쩌면 음과 양의 양방향으로 감춰진 우리의 이상향들이다. 그러나 이 대중친화적이고 상업적으로 익숙한 이미지들은 갑자기 뒤통수를 내리치듯 우리의 순진한 기대들을 순식간에 비틀어 놓는다. 가족 나들이의 평화는 유지되지 않고, 여성나체의 관능성은 관음증적인 감상을 마냥 허락하지 않는다. 친숙하고 유혹적인 소재들은 결국 부조리하고 비이성적인 이미지들로 마무리 되어있다. 그 기저는 성적이면서 동시에 폭력적이다.
알몸의 여성들은 총이나 칼 같은 무기와 한 덩어리로 묶여 있거나 불편한 자세를 취하는 등 무언가에 구속돼 있다. 옷을 일부만 걸친 여성들 또한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옷이 벗겨진 모습이다. 미인대회 참가자는 두발이 절단되어 자유를 잃어버린 듯 보인다. 얼굴이 지워지거나 무릎을 꿇거나, 쭈그려 앉은 여성들은 거역할 수 없는 힘에 의해 굴복 당한 무기력한 존재들로 묘사되어 있다. 무력한 존재로의 대상화는 아이의 모습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닥에 앉아 울고 있는 아기천사, 어두운 풀(pool) 속으로 등을 돌려 들어가는 아이, 보호자의 품에서 혼자 벗어나 바닥을 기는 아이, 다른 무리들과 달리 혼자만 얼굴이 지워진 아이들이 등장한다. 결국 ‘어제, 모텔’의 무대 위에는 약자들이 경험하는 피학적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Room. N. 1307_120x120 cm_천 위에 아크릴, 유화, 부분 실크스크린_2015
천국으로 인도하는 듯한 ‘어제, 모텔’로의 원데이 패스(One-day Pass)는 꿀이 발라진 독사과일지 모른다. 그의 작품 표피에는 가족, 우정, 사랑이라는 훈훈한 키워드들이 넘쳐 나지만, 이 단어들은 그저 클리셰(Cliche)로 다뤄지고 있다. 이 단어들은 그에게 결코 찬양이나 숭배의 대상이 아니다. 지상낙원을 체험하게 하는 테마파크의 포토 존(Photo-zone)이 실제로는 합판에 그려진 가짜임을 폭로하는 듯, 포토 존 구멍 사이로 보이는 건 상처받은 얼굴들이다. 이데올로기적으로 작용하는 가정과 우정, 그리고 사랑은 그저 자본주의 체제유지를 위한 달달한 프로파간다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 그의 그림들에는 조용한 냉소가 흐른다. 컬트 무비가 낯설고 부조리한 이미지들, 그리고 과도한 성과 폭력성으로 제도적인 검열에 대항하듯, 그의 그림들은 의식의 검열에 저항하고 살아남은 잔재들이다. 절대적이고 불합리한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전복적인 힘은 조각난 이미지들을 봉합해 가는 방식에서 조용히 드러나고 있다.
봉합은 과거에 저항하지 못했던 무력한 자아를 폭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폭로와 외침은 침묵할 수 밖에 없던 과거를 치유적으로 현재에 연결하고 있다. 비록 수동적이고 우회적인 방식일 지라도 모든 시도는 변화를 가져온다.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지만, 의식의 검열 아래에서 절단되고 눌리고 깨진, 그대로 두면 아무 곳에도 쓸모 없는 부스러기 조각들을 붙이는 시도다. 그 봉합들은 끝없는 역설들로 이루어진다. 모텔은 모텔이 아니고, 침대는 침대가 아니다. 철저히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적이다. 역설의 변증법과 넘쳐나는 알레고리들, 비틀리고 꼬인 조합들. 출구가 없는 곳에서 출구를 찾는 것처럼 숨막히는 쇼들이 계속된다.
그러나 모텔과 침대 위가 불편한 어제를 풀어놓을 수 있는 무대가 되듯, 벽은 가두어 두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뚫고 나갈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침대 위에 놓인 약자들은 얼굴이 지워지거나 다리가 잘리고 옷이 벗겨져 있지만, 모텔 벽면의 모호한 얼룩들은 마치 유일한 탈출구를 보여주듯 이 세계와 저 세계의 경계를 열고 있다. 어제와 오늘, 혹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넘나들 수 있는 수단이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처럼 제시되고 있다. 벽면 위의 과거와 현재는, 비록 거칠지만, 하나의 세계로 통합되어 있다. 좌절과 희망이 공존하는 이질적인 것들의 집합소. 그의 디프레그멘테이션. 어제와 오늘의 조각 맞추기다.
by 김소원
Room. J. 8312_120x120cm_천 위에 아크릴, 유화, 부분 실크스크린_2015
나는 개인의 역사에서 형성된 친밀하지만 불편한 관계의 심리적 기저를 표현하려는 것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현재까지 불안을 야기 시키는 과거 사건에 대한 이야기, 때로는 축적된 시간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어두운 기억들. 하지만 개인에게 새겨진 그런 특수한 경험에서 온 기억들이기에 시간의 흐름과 외부적 자극에 의해 변형된다. 그건 마치 스스로 왜곡 되어 온전히 존재 하지 못한 훼손된 신체처럼, 때로는 찢겨진 소설의 문장처럼 낯설다.
나는 불편한 경험의 관계자들을 특정이 설정한 무대로 소환하고, 파편적으로 찢겨진 이미지 조각들을 꿰어내 심리적 잔상을 만들고자 하였다. 조각들은 심리상태를 소리나 텍스트를 뛰어 넘어 전달되는 이미지 언어들이다. 나는 이러한 언어의 대부분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으로부터 벗어나, 온라인 인터페이스(interface)에 퍼져있음을 목도한다. 가상의 매트릭스 안에서는 대화하기보다, 이미지를 소비하면서 그것이 마치 소통인 듯이 여기고 있다. 절대 공명하지 못하는 어떤 의미. 찰나. 나는 이미지들이 잘려나가고 버려지는 그 순간들을 주목하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가 소통되지 못하고 잉여로 남은 잔상들.
그렇기에 방법적으로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검색엔진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온라인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여 개인의 불편한 사건의 기억에 근거한 시간, 대화, 인물, 장소 등의 단어나 문장 등을 대입시켰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의미가 담긴 이미지들을 추출하고, 등장인물들 위에 꿰어 냄으로써 그들이 만들어낸 불안한 경험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내었다.
결과적으로, 나의 작업은 친밀하지만 불편한 관계 속에 개인이 적응하거나 수용하는 태도로부터 생겨나는 개인의 반응(개인의 불안과 공포, 고독과 소외, 고립 등의 내면적 갈등 따위)들로 인한 혼란스런 삶의 정체성에 관한 기록과 관찰을 표현하고자 함에 있다. 그것은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결과물이며, 현재를 대변하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장영원
Room. P. 8906_120x120cm_천 위에 아크릴, 유화, 부분 실크스크린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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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원
상명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학과 졸업(최종)
개인전 | 2013 관계 ∞ 관계, 갤러리골목, 서울 | 2012 Sensory Overload, 옆집갤러리, 서울
그룹전 | 2014 보비의 언어, 스페이스 제로, 서울 | 2014 욕망의 여섯 가지 얼굴, 스페이스 K, 광주 | 2013 Guerrilla Show_openstatement, Project Space EPLO, 서울 | 2013 전환, 옆집갤러리, 서울 | 2013 Open Art Canvas Night, 언오피셜 프리뷰 갤러리, 서울 | 2012 AR festival 대안공간, 레지던스 페스티발 – 지지양(파주) | 2011 Kunstdoc Summer Drawing Festival ,쿤스트독 갤러리, 서울 | 2011 메두사의 오만한 시선, 쿤스트독갤러리, 서울 | 2008 내면관찰, Space HAAM, 서울 | 2008 경계에서 분출하다, 리앤박 갤러리, 경기 | 2008 모색과 탐색, 우리은행갤러리, 서울 | 2008 아시아프, 서울 구 역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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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50912-장영원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