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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봉현 展
몸짓-살풀이_Oil, Acrylic on Canvas_90.9×72.7cm_2013
가나인사아트센터
2015. 9. 2(수) ▶ 2015. 9. 7(월) Opening 2015. 9. 2(수) PM 6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 T.02-736-1020
저고리 2_Oil, Acrylic on Canvas_28×50cm_2015
류봉현, 전통과 현대의 균형추
빈센트 반 고흐가 파격적인 구도를 종종 사용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프로방스 시절 유럽회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사선구도를 사용하거나 대담한 수직구도를 사용한 것을 그 실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생각치도 않았던 것을 꾀함으로써 화면에 역동성을 부여하였다. 이처럼 공간운영은 때로 그림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작가들이 공간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류봉현은 공간의 운영에 누구보다 진지한 모색을 해온 화가이다. 그의 이런 공간에 대한 인식은 1989년 첫 개인전부터 그 징후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일상속의 인물들의 모습을 정제되고 긴장감 넘치는 구성으로 연출하였는가 하면 93년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구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 구조를 도입한 피난 가는 사람들, 해변의 일하는 어부와 비키니 입은 여성의 대조, 노상의 노인 등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광경을 포착하였고, 99년 서울갤러리에서 열린 네 번째 개인전에서는 전통적인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평면해석의 새로운 측면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다가 10년 후인 2009년 인사아트센터의 개인전에서는 6.25전쟁, 3.1운동과 같은 역사적 사건과 일상의 모습 등을 ‘낯설게 하기’라고 할까, 생뚱맞은 곳에 인물(사건)을 설정함으로써 더욱 그 내용에 주목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도 역시 그의 조형적 얼개를 이루는 공간연출의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자잘한 것을 배제하고 대담하게 면을 나누고 ‘낯설게 하기(defamilarization)’를 더욱 고조시키는 측면은 한층 표면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인물의 배경으로 익히 보아온 길이나 건물 또는 나무숲 대신 기하학적인 이미지나 빛이 흘러나오는 환상적인 공간을 설정함으로써 인물과 배경이 서로 다른 공간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의도에 따라 작품은 단순히 인물재현에서 그치지 않고 매우 색다른 맛을 가져다준다. 우리가 그림을 볼 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시각적 효과를 끌어냄으로써 더욱 더 그 인물에 주목하게 되고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상상하게 만드는 것은 류봉현 작품의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부터 그의 회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요소는 전통적인 춤사위에 관한 것이다. 작품을 보면 학춤과 살풀이춤을 추거나 북춤을 추는 인물, 상무를 돌리고 소고를 두드리는 남사당패, 안성바우덕이처럼 꽹과리를 치고 대접을 돌리는 등 풍물놀이패의 흥겨운 장면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세 점의 연작으로 구성된 학춤은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부산 동네의 춤꾼을 그린 것으로 맑고 우아한 학의 움직임을 도약, 높이 오른 동작, 착지, 착지 후 모습 등을 연결동작으로 표현하고 있다. 흰 도포에 버선을 신은 춤꾼은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을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듯 전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살풀이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꽃무늬 옷을 입은 춤꾼을 정교하게 그려냈는데 배경처리가 민속무용을 추는 무용수와는 대조적으로 러시아 구성주의자들이나 추상작가들의 작품처럼 순수한 색 또는 색면으로 처리하는 과감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이점은 상무춤과 북춤 그리고 꽹과리를 치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찾아볼 수 있다.
몸짓-동래학춤_Oil, Acrylic on Canvas_162.2x521.2cm_2015
작가는 우리나라 민속춤을 어릴 적부터 좋아했거니와 지금도 짬이 나는 대로 전통 공연예술의 관람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얼이 서려있는 공연을 보며 그는 민속춤이 갖는 흥과 멋에 사로잡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공연에 몰두하곤 한다. 여가생활로 시작한 것이 이제는 그림의 테마로 삼게 될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공연을 곧이곧대로 전달하는 데 있지 않고 그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데에 있다. <갈망> 역시 유사한 형태로 되어 있는데 지아비를 잃고 허탈해하는 여인을 그린 이 작품은 절제된 배경처리로 극적인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킴과 동시에 남편과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자기 삶을 헌신하는 한국 어머니들의 숭고한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사실 전통을 다루는 데 자주 부딪히는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현재의 시점에서 조명하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만일 어제의 시각으로만 전통을 다룬다면 그 작품을 본 감상자들의 흥미는 반감될 것이다. 감상자는 작품을 보는 것이지 전통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류봉현은 그 문제가 전통해석에 달려 있다고 인식하는 것같다. 그렇기에 전혀 다른 공간에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의 자연스런 접속을 가능하게 만들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무관한 듯이 보이는 인물과 배경을 동일공간에 설정하거나 ‘환상적인 공간’을 추구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 것은 전통이 지닌 멋과 함께 세련미를 결합시켜 활로를 여는 ‘절묘한 한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밖에도 길상적인 의미를 띤 문자도의 특성을 참조하여 가까운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새겨 넣은 새로운 형식의 그림을 볼 수 있는데 이중에서 “집안에 좋은 기운이 넘쳐 흐른다”는 뜻의 <佳氣滿高堂>은 한자에 처형 가족을 담은 것이다. 한자안에 일일이 가족의 단란한 모습을 넣은 착안도 그렇지만 글자와 이미지와 결합한 시도는 그가 앞에서 배경처리에 있어 유니크한 측면을 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항상 새로운 모색을 하며 부단히 정진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와 같은 측면은 <恨>,<花>에서도 똑같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류봉현의 회화양식은 뭉뚱그려 구상화의 맥락에 속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가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회화어법을 개발하고 구축하는데 힘써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앞에서 설명한 이질적인 배경과 인물을 배합시키는 ‘환상적인 공간’이랄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의 주제면에서 본다면 작가는 민속춤이나 창극, 농악 등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주의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작가가 향토색의 화가 김중현이나 박수근 이래 거의 공백상태나 다름없는 전통문화를 주제로 다루고 있는 것은 우리 문화의 원형을 조명하려는 시도로서 주목할만하다.
특히 류봉현이 민속 문화에 독특한 표현방법을 접목시킴으로써 전통과 현대를 한 공간에 버무려넣는 것은 참신한 시도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에 균형추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것도 얼마든지 훌륭한 작품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북춤_20F_2011
화 花_Oil, Acrylic on Canvas_53×45.5cm_2014
갈망 渴望_Oil, Acrylic on Canvas_162.2×130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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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봉현 | Ryu, Bong-Hyun | 柳 鋒 鉉
개인전 | 1989 제1회 개인전(관훈미술관·서울) | 1995 제2회 개인전(예술의전당·서울) | 1999 제3회 개인전(서울갤러리·서울) | 2009 제4회 개인전(가나인사아트센터·서울) | 2015 제5회 개인전(가나인사아트센터·서울)
초대전 | 1999 군포문화예술회관 초대전
수상 | 1984 제3회 대한민국미술대전「특선」 및 제2,6,7,8,9,13회「입선」 | 1985~86 제2,3회 서울국제미술대전 「특별상」,「우수상」 | 1986 중앙미술대전 입상(호암미술관·서울) | 1986~88 제22회 경기미술대전「우수상」및「특선」2회 | 1998 제4회 전국무등미술대전「부문우수상」 | 2001 군포 시민대상 수상(문화예술부문)
단체전 | 밀라노 세계엑스포 기념《한국미술의 오늘전》(밀라노 Villa clerici Milano 시립미술관) | 《The Flower》전(갤러리 미술세계) | 대한민국회화제(예술의전당) | 《아! 대한민국전》(갤러리미술세계) | CELEBRATION2013전(청주) | 제주문화예술진흥원 초청전《내가살던고향은》(제주) |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전(조선일보미술관) | 한국-캐나다 수교 50주년 기념 교류전(토론토) | 경기도대표작가전(남송미술관, 가평군) | 21c회화 예술의 다양성전(서울미술관, 서울) | 탐미정신의 표현전(서울시립미술관, 서울) | 대한민국미술축전(킨텍스전시장, 고양) | 한국구상미술100년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 함께하는 경기도미술관전(군포문화예술회관) | 《자연과 빛의 소리전》(인사아트플라자 갤러리) | 21C 한불대표구상작가 총람전(예술의전당) | 《동방의 얼》전(세종문화회관) | 월드컵기념예술제(갤러리 라메르) | 한국구상회화 70인 초대작가전(수원미술관) | 광주비엔날레 특별전(광주) | 한국회화600년 디지털작품전(예술의 전당, 서울) | 아! 대한민국전(갤러리상, 서울) | 《우리들의 땅》전(안양문예회관, 안양) | 한국현대미술 작가초대전(서울시립미술관, 서울) | 캐나다작가-한국목우회 합동전(몽감갤러리, 캐나다) | FRONT DMZ전(서울시립 미술관, 서울) | 기독교 100주년 기념 국제미술대전(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강남대학교, 협성대학교 미술학과 강사(1997∼2003) | 경기대학교 교육대학원 강사역임 | 경기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및 초대작가 | 목우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 안산시 건축조형물 심의위원역임 | (사단법인)한국미술협회 회원 | (사단법인)목우회 이사 |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부회장 |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 現 귀인중학교 교장
E-mail | korea19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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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50902-류봉현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