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展

 

환희_종이위에 수묵담채_61x73cm_2014

 

 

2015. 6. 5(금) ▶ 2015. 6. 11(목)

Opening 2015. 6. 5(금) PM 6

서울 강남구 논현로 829 | T.02-548-0683

 

 

하모니_종이위에 수묵담채_73x91cm_2015

 

 

이종혁, 평화의 想像圖

 

이종혁의 작품이 한층 밝아졌다. 단색조의 침침한 배경은 투명하고 영롱한 색조로 바뀌었고, 등장하는 동물들도 더 이상 울적하거나 고독한 모습이 아니라 여유있고 자신감에 차 있다. 당당한 포즈에다 초롱초롱한 눈빛, 이들을 축복하는 듯한 형형한 색깔이 이종혁의 작품세계에 드러난 모종의 변화를 짐작케 한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특유의 동화적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화려한 의상을 하고 출연하는 여러 동물들은 영화 아바타에나 나옴직한 판타지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그같은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은 작가가 그만큼 유년의 순수를 지켜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자신이 느끼고 동경하는 것들을 동물들을 통해 나타내고 있고, 때로는 자아의 심리를 대상의 의인화를 통해 전달하는데 우리는 더없이 순수한 동물 이미지의 안내를 받아 작가의 내면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그가 안내하는 세계가 현실이라면 아주 행복한 일상의 장면이고, 미래의 모습이라면 평화로운 세상의 상상도(想像圖)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화면에 등장하는 이미지마다 커플로 나온다는 것이다. 가지위에 앉은 한 쌍의 올빼미, 들판에서 풀을 뜯는 한 쌍의 코뿔소, 궁전을 배경으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한 쌍의 공작, 그리고 그 주위를 배회하는 한 쌍의 나비 등등. 그가 이처럼 한 쌍의 동물들과 곤충들을 등장시킨 것은 다정스런 연인들을 나타낸 것일 수도 있고 조화스런 세계의 염원을 바라는 것일 수도 있다. 둘이 합쳐 하나가 된다는 것은 온전한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험난한 세상을 혼자가 아닌 듯이 극복해나간다면 그 여행은 지금보다 나을 것이다.

 

그의 화면에는 아리따운 여인이 등장한다. 이 여인은 여러 동식물들, 즉 사슴이나 부엉이, 청동 오리, 수초와 함께 포즈를 취한다. 공중에 민들레 홀씨는 밤하늘의 축포처럼 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고 머리의 꽃과 나비의 화려한 날개 문양이 그녀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조화의 세계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시각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관계의 존재라는 말을 할 때 그것은 인간간의 관계를 의미하지도 하지만 다른 뜻으로는 자연과의 관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듯 자연과 함께 사는 인간, 즉 조화로운 세계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엉이_ceramic_25x25x51cm_2014

 

 

한편 우리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자연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으며 도시를 탈출해 교외로 나가거나 산을 오르며 자연을 즐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필사적으로 자연에서 멀어진다. 현대인에게 자연은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일회적 감상의 대상이지 거기에 묻혀서 함께 지내는 존재는 아니다. 그런데 이종혁은 마치 우리가 자연세계의 일부가 된 것처럼 자연적인 것들을 화면에 등장시킨다. 그는 낭만주의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을 숭배의 대상으로 탈바꿈시키지 않으면서 자연을 인간의 벗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로 인해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펼쳐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꿈과 상상은 풍성한 삶을 발효시키는 효모와 같다. 인간이 꿈꾸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도 기약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공존의 문제를 공세적이며 계몽적으로 주장하는 대신 긍정적이며 진취적으로, 즉 구체적인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함으로써 그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입체작품에서도 드러난다. 달팽이와 거북이, 부엉이, 고양이, 해마와 물고기 등은 화려한 색깔과 현란한 문양으로 온 몸을 치장하고 자신을 뽐내고 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동물들을 다룰 때도 대상을 단순한 피사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로 소중하게 다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근래에는 인간의 정신적 행복이 생명애같은 현상을 통해 자연과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생태심리학’ 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인간은 분명 자연과 분리해서는 살 수 없는 게 분명하다.  이종혁의 입체작품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치밀한 구성과 정치한 묘사를 주조음으로 삼았다는 점을 생각할때 작가는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한 채 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몰입상태를 많이 경험할수록 더 많은 행복을 느끼게 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바로 이것이 이종혁이 지치지 않고 창작에 전념하는 이유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작업을 할 때 어깨가 끊어질 듯 아프고 눈이 아리는 등 고통만 수반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아무도 그런 일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의 만족감과 행복감으로 인해 무척이나 힘들고 까다로운 공정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새 작업에 도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도의 집중력이 빚어낸 현란한 화면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작 그의 작업의 초점은 ‘하모니’라고 볼 수 있다. 그가 말하는 ‘하모니’의 개념은 명확하다. 날선 공방 대신에 공존을, 갈등 대신에 화합을, 불신 대신에 포용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 ‘하모니’속에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그림 속에서 자연물들은 인간과 더불어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 세상이 도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작가만이 아닐 것이다. 숲속의 새가 부르는 사랑의 노래 소리를 듣는다거나 생명이 충일한 꽃과 눈을 맞추거나 참나무 그늘아래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등의 행위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동시에 타고난 생명애를 촉진시킬 수 있는 지름길임을 작가는 말하고 있는 셈이다.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꿈꾸는 물고기_ceramic_35x29x48cm_2015

 

 

 

알을 깨는 새_ceramic_56x30x53cm_2015

 

 

 

구애I_캔버스에 아크릴릭_50x65cm_2015

 

 
 

이종혁 | Lee jong hyuk

 

2002 - 2005 atelier 63 Paris | 1999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 1995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 1993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개인전 | 2015 9회 개인전, 예일화랑 (서울) | 2014 8회 개인전, 한경갤러리 (서울) | 7회 개인전, 예일화랑 (서울) | 2013 6회 개인전, 예일화랑 (서울) | 2012 5회 개인전, 충현박물관 별관 (경기도 광명시) | 2010 4회 개인전, 충현박물관 별관 (경기도 광명시) | 2008 갤러리 이화 (서울) | 2004 Chapelle Taitbout (Paris) | 1998 관훈갤러리 (서울)

 

그룹전 | 2015 화랑미술제, 서울 COEX | 2014 부산 국제아트페어, BEXCO | 상하이 아트페어 | 마니프 국제아트페어 | 갤러리 앨리스 개관기념 초대전, 갤러리 앨리스 | 제19회‘14 현대미술 12인의 시각과 전망’전, 예일화랑 | 아트쇼 부산, BEXCO | 2013 현대미술 20인의 시각과 전망전, 예일화랑 | 홍콩 아트페어 | 초대2인전, 갤러리 중 | 2012 상하이 아트페어 | 제17회‘12 현대미술 12인의 시각과 전망’전, 예일화랑 | 2011 제16회‘11 현대미술 12인의 시각과 전망’전, 예일화랑 | 한국-러시아 미술문화교류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 빛그림전, 광명시민회관 | 2010 현대미술 11인전, 예일화랑 | 단원미술제, 단원전시관 | 빛그림전, 광명시민회관 | 2008-2014 광명미협 회원전, 광명시민회관 | 2005 제6회 비엔날레 유로 에스땅브, 뿌에되 갤러리, 오리옹, 프랑스 | 아뜰리에63의 30년, Foundation Taylor, 파리, 프랑스 | 2004 “Trace”, 이마쥬갤러리, 에피날, 프랑스 | 제2회 시제 국제비엔날레, 프랑스 | 한국 청년작가들, 한국문화원, 파리, 프랑스 | 2003 “Sex”, 에스파스 트리스탄 베르나르, 파리 “Self-Portrait”, 파리 | 한국 청년작가들, 한국문화원, 파리, 프랑스 | 2002 보가르 국제살롱, 보가르, 프랑스 | 2002-2003 오픈 스튜디오 알포르빌, 프랑스 | 2001 한국 청년작가들, 한국문화원, 파리, 프랑스 | 2000 오픈 스튜디오 빵땅, 프랑스 | 1997-1998 “Placebo”

 

 
 

vol.20150605-이종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