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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展
김나현 | 나무무 | 예호호 | 유인선
갤러리 오렌지연필
2015. 5. 30(토) ▶ 2015. 6. 8(월) Opening 2015. 5. 30(토) PM 5 서울시 관악구 행운동 1680-11 | T.02-878-5353
김나현作_San33-121_Acrylic on Canvas_130x193.9cm_2015
San 33
San 33은 우리 가족이 사기를 당해 갈등의 대상인 땅의 주소지이다. 부모님의 인생이 담겨있는, 그토록 가지고 싶던 땅이지만 이제는 팔려야만 하는 땅이 되었고 그마저도 마음먹은 대로 팔리지 않는 땅이다. 땅으로 인한 분쟁을 오래 겪어왔고, 서울에서 10여년이 넘게 혼자 살면서 내 힘으로는 가질 수 없는 집과 땅을 욕망하기도 한다. 땅을 두고 분쟁을 하고 욕망을 하는 모습은 땅 속에서 뿌리들이 얽혀있는 모습과 닮았다. 하지만 뿌리는 또한 나 자신의 표상이며 치유의 대상이다. 마음이 힘들 때 산에 오르면 맑은 하늘을 바라볼 수 없어서 땅만 쳐다보고 걸었던 적이 많았다. 땅속에 있지 못하고 튀어나와 껍질이 다 까진 뿌리가 많이 보였다. 뿌리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 나무에게 잘 된 일인지 안 된 일인지 모를 일이지만, 뿌리가 드러남으로써 나무의 근본을 알게 되는 점과 뿌리가 나와야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점이 나에게 힘과 위안을 주었다. 나는 이러한 뿌리와 땅에 대한 전혀 다른 생각과 감정들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 판단하지 않고 그것들이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가만히 관찰하려 한다. 내가 느끼는 것과는 상관없이 뿌리와 땅의 요소들은 경계가 지어지지 않는 형태로 나타나면서도 각자 성장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뿌리와 땅과 그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얽힘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그것들은 갈등의 대상인 산 33이 아닌 나 스스로가 이곳에 내린 뿌리로,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무作_나_Acrylic and Squid Ink on Canvas_116.8x80.3cm_2015
나와 그년이 사는 집
나는 ‘썅년’ 과 함께 산다. 그년은 내가 만든 집에 기생한다. 생존을 위해서 내 안에 집을 지었다. 육신을 거두는 집 그리고 정신을 거둘 집. 나는 잘 살고 싶으니 언제나, 어떻게 하면 더 안락한 집을 지을 수 있나 하고 고민하는데 그 입장에서 기생하는 자의 존재란 어떻게 보아도 마뜩찮다. 그년이란 것이 실체도 없고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가 없어서 항상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 새 집을 빼앗고 들어앉아 있다. 나는 집을 빼앗기거나 구석으로 밀려나 있기 일쑤여서 패배감을 느낀다. 종종 숨을 가쁘게 쉬는 짓을 멈추고 잘 누워있어야 하는데 서울에서의 삶이란 그년에게 집을 뺏을 기회를 주기가 몹시 좋은 날들이다. 집 밖에 있으면 비바람을 맞아야 하는데 나는 나약해서 금세 죽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므로 내가 나로 인식하는 나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투쟁이 매일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년을 때릴 수도 없고 성을 낼 수도 없으니 그년은 할 수 없고 나는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할 수 없는 일을 하려면 부자연스러워지고 그년이 놓치지 않고 그것을 비웃으며 쳐들어온다. 그 때가 바로 내가 집을 빼앗기는 순간으로 그런 식으로 빼앗겨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집에 들어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일은 몇 배로 힘이 든다. 기록되어 질수 있다면 극복할 수 있으니 모아서 기록한다. 나는 왜 이러고 있는가에 대해 말들을 그러모으고 감정의 모양들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그년이 파고들어오지 못하는 그물을 짜서 문 앞에 걸어둔다. 어떤 터무니없게만 보이는 것에도, 씨줄과 날줄이 엮여 들어가듯 어떤 촘촘한 이유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터무니없는 나의 썅년에게도 말이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부자연스럽고 몇 배로 힘이 든다. 그년이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린다.
예호作_scene 05_Digital Print_47x60cm_2015
울지 않는 아이, 우는 어른이 되었다
내면에 감춰져 있던 집착의 시작은 주변의 환경에 의해서 세뇌된 감정인 약하고, 보호해야 하는 “엄마”라는 절대적 존재에서부터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엄마를 깨우지도 먼저 가서 치대지도 않는 조숙한 아이였다.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셔야 했던 엄마를 좀 쉬게 두자는 가족들의 우려 섞인 과장된 표현들이 어린 내게는 아이인 나보다 엄마가 더 약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픈 엄마 대신 다른 가족의 관심으로는 늘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 끝 모를 허기와 갈증에 시달렸다. 그렇게 엄마라는 자리는 그 누구도 감히 대신할 수 없는 자리였다. 사진 속 자화상에는 현실과 재현의 틈 사이에서 스스로 감춰둔 상처를 가진 이중적인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 엄마의 잘 정돈된 옷 속에 파묻히거나 옷들을 비집고 내가 들어갈 자리를 만드는 행위는 마치 엄마의 품속에 파고들어 어리광부리고 싶은 내면이다. 사진 속에서는 ‘장롱이 주인공’이라 할 만큼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어린 시절 엄마 대신 강하게 의지했었다는 증거이다. 성인이 된 나에게 이제 장롱에 들어가 놀거나 엄마를 부르고 싶어도 참는 아이는 없다. 그러나 엄마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늘 동행하기를 원하는 동시에 아직은 좀 더 어린애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그러기에 영원히 엄마에게 어린아이로 남고 싶은 내면과 보호자를 자처하는 딸의 행동은 내 삶 속에서 언제나 충돌한다. 사진 속 나의 자화상은 새롭게 연출된 공간에서 엄마에 대한 모순적 집착을 한 나와의 재회를 유도하고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내면에 숨겨진 얼굴을 드러내는 기록이다.
유인선作_The cake_Oil on Canvas_116x91cm_2015
Gray
어린 시절, 어머니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이 남성에 대한 동경이 되고 여성스러움을 외면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은 이러한 나의 경험과 감정을 무시한 채 많은 다른 이들에게 또 다른 동경과 욕망의 대상되어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나에겐 이러한 타인들의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은 버겁기만 하다. 유년 시절 경험으로 인해 여자란 한 없이 연약한 어머니와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여자로써 아름다움을 가지고 싶은 욕망과 함께 이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면 나 또한 어머니처럼 약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나는 끊임없이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에 끌리기에 나는 이 사실이 불편하다. 작업은 이러한 불편함에서 시작한다. 애써 외면해 오던 불편함을 정면으로 바라보던 순간은 극히 짧고 포착하는 순간 그 대상은 어느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이 작업은 일종의 자기 방어적 행위이자 내가 외면해 오던 어떠한 감정을 바라보게 하는 나 자신의 시도이다. 개인적인 경험과 특정 순간이 감정이 이입되었던 대상을 수집하고 내가 생각하는 가장 공평한 색인 gray로 표현한다. 화려한 케익, 레이스 뜨개질, 도자기 꽃병 등 대상에 내재되어있는 본연의 속성과 나의 심리상태중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되 내가 인지하는 불편함은 gray로 감춘다. 하지만 감춘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잘 드러난다. 이렇게 감춤과 동시에 더욱더 드러나 있는 대상과 마주하게 되면 불편함속에 익숙한 그러나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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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현
2009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 졸업 | 2013 숙명여자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재중
2011 숙명여자대학교 그룹전 꾸:밍 [Dream+ing] 갤러리 아이 | 2012 제 5회 아시아프 1부 참여 | 2013 숙명여자대학원 그룹전 Mut Palais de Seoul | 2013 제 23회 숙원전 한국미술센터 | 2014 시대정신과 동양회화의 표현의식 한원미술관 | 2014 10주년 기념전 <걸어온 10년, 걸어갈10년 ; 비빔밥 전> 대안공간 눈 | 2014 아니 세상이 어느땐데 섹스를 갤러리 두들 | 2015 WUWA 바톤터치 전 <San 33 > 모아레 갤러리 | 2012 제 29회 경인미술대전 수상전 | 2012 제 16회 나혜석미술대전 수상전 | 2012 제 14회 단원미술제 수상전 | 2012 제 1회 세계미술작가창작공모대전 수상전
■ 나무
2006 중앙대학교 영어학과로 입학해서 서양화학과로 졸업
2008 대안공간 건희(서울) [이깟!]전 | 2012 스톤앤워터(성남) 메모리얼 드로잉 담벼락전 | 2012 서라벌 갤러리(안성) [성은이]전 | 2013 스페이스 오뉴월(서울) BYOB | 2014 (구) 대원여관(서울) 더 텍사스 프로젝트 | 2014 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서울) 빵빵빵전
■ 예호
2013 계원예술대학교 졸업 | 2012 서울미술관 졸업 展
■ 유인선
2008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졸업 | 2014 건국대학교 현대미술과 졸업
2011 <편린 -미친 존재감> 그룹전시 , 서울보증보험 본사 갤러리 | 2011 뚝섬 유원지 자벌레 갤러리 그룹전시 | 2012 극단 행복한 저녁식사 <빵집 마누라> 무대디자인 | 2013 건국대학교 현대미술과 졸업전시 | 2014 <아니! 세상이 어느 땐데 섹스를> 그룹전시 , 갤러리 두들 | 2014 제 18회 관약현대미술대전 수상전, 미담갤러리 | 2014 제 18회 관악현대미술대전 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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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50530-적의 화장법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