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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미 展
Nature of flower_40X40cm_장지에 채색_2015
2015. 5. 13(수) ▶ 2015. 5. 22(금)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30-10번지 | T.02-3673-3426
Nature of Flower_60.6X40.9cm_장지에 채색_2015
화훼花卉 본색 예찬 - 오정미의 근작 알레고리들
김복영 / 미술평론가, 전 홍익대 교수 1 한국화가 오정미가 <화훼 본색>시리즈를 제작한지도 어언 5년여를 헤아린다. 그간 꽃을 다루어 왔지만, 정작 그녀의 꽃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베일에 가려 있었다는 게 그녀의 작품을 보는 일반의 감회였다. 그건 작가가 그리는 꽃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약한 모습에다 향기를 발하는 통상적인 꽃이 아니라, 식물임에도 동물적 감흥을 보이는 데다 숲을 방불케 하는 꽃의 덩치는 물론, 빨아들일 것 같은 꽃잎의 소용돌이가 힘을 동반하며 잎맥의 강인함이 어느 모로 보나 예사로운 게 아니었다. 근작들 또한 분명히 통상적인 꽃이라기보다는 꽃의 존재이유를 내포하고 있는 낯선 인상의 꽃이다.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이 사실을 이렇게 말한다.
꽃의 경우, 아름다운 자태가 비록 우리 눈을 현혹하지만, 이는 우리가 거기서 느끼는 우리 자신의 감정을 빌려서 보았기 때문이다. 빛의 작용이 너무 현란해서 우리로 하여금 꽃을 그처럼 아름답게 보게 한 것도 원인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는 사물의 본질을 상당히 왜곡해서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의 꽃은 사실 일체의 생명들이 종족 번식을 위해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그리는 꽃은 식물의 모습이지만 동물의 감흥을 갖고 있다. 꽃은 일반적으로 나약하고 금방 스러질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열매를 맺기 위한 본능과 열정의 소산이다. 아름답게 보이나 안으로는 고통을 참고 밖으로는 이를 숨겨야 하는 꽃의 본색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작업노트」 2015에서 번안).
그녀의 「작업노트」는 꽃이라는 사물의 외관 보다는 이를테면,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미의 저 너머에 존재하는 실상을 보다 더 중요시 할 걸 강조한다. 작가가 말하는 사물의 실상은 그것의 표면과 표정 너머에 있는 그 무엇이다. 그래서 작가는 꽃을 빌려 꽃 너머의 실상을 그림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Nature of Flower_40X40cm_장지에 채색_2015
2 오정미가 <화훼본색>을 빌려 말하고자 하는 건 기실 꽃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다. 그건 꽃의 표면상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꽃의 ‘존재이유’reason to be를 말하려는 데 있다. 꽃을 소재로 했을 뿐, 정작엔 이를 빌려 꽃의 본색本色 it’s real character을 말하고 이를 예찬하려는 데 뜻이 있다. 작가는 이를 말하기 위해 삼라만상 가운데서 자신과 가장 닮은, 나약하고 금방 스러질 것 같은 여성상의 상징인 꽃을 빌렸다. 이를 빌려 ‘한국화’라는 이름에 갚음될 수 있는 최상의 ‘비주얼 매너 visual manner를 다루었다. 작가는 이를 ‘우의’(寓意, allegory)라는 수사修辭, rhetoric를 빌려 표현한다. 우의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자신의 속내를 타자를 빌려 말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오정미는 꽃을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이를 안으로 감추고 그 대신 꽃의 본색을 말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꽃의 ‘본색’이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열매를 맺고자 하는 생명의 본능이자 열정’이다. 작가는 꽃을 빌렸지만, 보이지 않는 꽃의 내면의 진실을 말하기 위해 상징으로서의 꽃을 그렸다. 작가가 우의를 빌림으로써 그렇게 하였다는 게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말의 ‘우의’는 말하고자 하는 주체[작가]가 자신의 ‘뜻’意을 직접 말하지 않고 꽃에 ‘붙여서’寓 꽃으로 하여금 말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리스어의 어원으로는 ‘알레고리아’allēgoria다. 이 말 역시 어떤 하나를 가지고 ‘다른 하나’ alle-, other를 ‘말한다’gorein는 데서 유래했다.
Nature of Flower_40X40cm_장지에 채색_2015
3 오정미의 <화훼 본색>은 이 뜻에서 진정한 의미의 ‘알레고리’를 다룬 작품이다. 연약하지만 강인함으로 무장하고 금방 스러질 것 같으나 치열한 용솟음으로 다시 일어나는 생명의 진실을 말하기 위해 가장 연약한 화훼를 빌렸다. 꽃잎과 꽃술을 그리면서 얇고 연약한 것으로서가 아니라, 두껍고 강인함으로 덧씌운 동물적 성향의 꽃으로 그렸다. 이 사실을 근작들이 보여준다. 《우리는 확실히 모른다 we don’t know for certain, 2011》를 명제로 한 작품에서 꽃은 꽃이라기보다는 잎맥이 튼튼한 나뭇잎의 숲 같다. 꽃잎이 모여 한 그루의 꽃 다발이 아니라, 잎으로 그늘진 한 그루의 나무를 연상시킨다. 《화훼본색, 2013》은 같은 동기에서 꽃잎을 확대하고 여기에 강한 힘을 불어넣음으로써 곤충 까지도 잡는 힘을 내재한 꽃을 그렸다. 검붉은 보라와 연녹색의 보색대비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당당한 꽃잎의 위세를 강화시켰다. 《화훼본색, 2014》에서는 핑크 꽃잎을 배경으로 진한 노랑의 꽃술이 열정의 힘을 방출한다. 이 열기는 아름다우면서 강인하다. 아주 최근작 《화훼 본색, 2015》 연작은 장미과의 소용돌이 형 꽃잎을 그려 이슬방울을 대동한 자태가 꽃잎이라기보다는 캐비지의 잎과 잎맥의 자태를 과시한다. 정치한 잎새가 휘어져 말리고 말린 주름의 그늘진 맵시가 어느 극사실 회화의 정교한 매너를 느끼게 한다. 오정미의 근작들은 꽃마다 그것들의 알레고리를 조금씩 달리해서 그린다. 이것들은 저마다 선의 굵기를 달리하고 윤곽 또한 차별적이다. 이 모두가 화훼의 본성을 클로즈업하기 위해서다. 일괄적으로 말해, 희미한 것과 나약한 걸 뒤로 하고 명약明若하고 강인한 걸 전면에 부각시킨다. 이는 무엇인가를 과장誇張 exaggeration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알레고리의 본색 그 자체를 위해서다. 이 때문에 근작들은 리얼리즘이 아니라 절제된 표현주의의 한 방법이고 양식이다. 그럼으로써, 오정미는 서구의 근대성을 뛰어 넘고자 한다. 눈으로 보는 사물의 존재 자체를 비판하고 이렇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알레고리를 다룬다. 화훼를 그리되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지 않고 화훼가 통상 갖고 있지 않은 이면 상을 앞세워 그린다. 이것이 근자에 오정미가 탐색하는 작품의 진실이다. 2015. 5
Nature of Flower_25X30cm_장지에 채색_2015
Nature of Flower_25X30cm_장지에 채색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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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미
숙명여자대학교 회화과 졸업 및 대학원 졸업 | 숙명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과 미술학 박사
개인전 5회 | 갤러리 한옥 | 인사아트센터 | 가나아트스페이스 | 갤러리 올 | 삼정아트스페이스
부스전 8회 | 제2회 리베로 아메리칸 아트페어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제 11회 KCAF(한국현대미술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2010춘추아트페스티벌(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 | 동양화 새천년전-지평의 확장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NAAF2007 (West Japan Convention center ANNEX,일본) | 춘추회 부스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동양화새천년기획 (예술의 전당) | 고양현대미술제 (일산호수공원내 꽃 전시관)
단체전 | 2014 서울아트쇼 (코엑스 전시관) | 인도국제교류전(인도 문화관) | NAAF2007 (West Japan Convention center ANNEX,일본) | Seoul Modern Art Show in China | CONTEMPORARY KOREAN ARTISTS INVITED EXHIBITION (Modern Jun Gallery,NY) | Art Sydney07(Royal hall of Industries, Moore Park Sydney Australia) | 한국정예작가초대전(단원전시관, 안산) | Seoul-Chicago(Foster Gallery, 시카고)외 다수
숙명여자대학교, 목원대학교, 상지대학교, 한세대학교 강사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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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50513-오정미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