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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경 展
과거 현재 그리고($1)_112.1x162.2cm_Oil on Canvas_2014
가나아트 스페이스
2015. 1. 21(수) ▶ 2015. 1. 27(화) Opening 2015. 1. 21(수) PM 5:00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19 | T.02-734-1333
과거 현재 그리고(₩50,000)_112.1x162.2cm_Oil on Canvas_2014
그림은 표면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니 회화를 회화이게 하는 것은 주어진 납작한 표면이다. 그것을 평면성이라 부르든 혹은 피부라고 부르든 별 상관은 없어 보인 다. 결국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주어진 표면에 대한 해석이고 그 표면을 어떤 방식으로 점유해 들어가느냐, 또는 물감이나 붓질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느냐 하는 문 제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그림은 그것만으로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모더니즘회화 (Modernist painting)가 평면성에 대한 강박으로 귀결되어 종내는 그저 물질, 사물 자체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을 상기해본다면 그림은 물질이기도 하고 표면 이기도 하지만 그 표면, 물질이란 즉물적 차원에만 저당 잡히지 말고 좀 더 다양하게 해석되고 개별적으로 환생하며 여전히 미완의 영역으로 남아 그 무엇인가가 활 달하게 전개될 수 있는 영역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림도 가능하고 화가들도 뭔가 작업할 명분이 생길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 현재 그리고($10)_112.1x162.2cm_Oil on Canvas_2014
정우경의 그림은 희한하고 재미있다. 나는 실제 뜨개질로 이루어진 줄 알았지만 사실 그것은 캔버스에 물감과 붓질로 이루어진 ‘그림’이었다. 색상을 머금은 실이 길쭉한 대나무 바늘에 의해 촘촘히 직조되는 광경이지만 그것은 정성껏 그려놓은 붓질이다. 그 붓질, 물감은 보는 이의 눈을 속이고 실제 실인 것처럼 위장한다. 캔 버스도 알고 보면 날줄과 씨줄로 직조된 화면이다. 그것은 일종의 텍스트다. 그 캔 버스 천의 실을 다시 풀어서 뜨개질을 할 수도 있다. (실제 그런 작품도 존재한다) 반면 정우경은 실로 짜여진 캔버스 표면 위에 다시 실을 그리고 그 실들이 직조되면서 모종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상황을 보여준다. 손은 부재하지만 바늘을 움직여 뜨개질을 하고 있고 그에 따라 무겁게 드리워진 실들이 사람의 얼굴이나 풍경을 만들어 보인다. 마치 유령이 뜨개질을 하는 듯하다. 보이지 않는 힘이 화면에 개입해 실을 늘어뜨리고 잡아당기는 것이다. 나로서는 각 나라의 화폐를 화면 상단에 정교하게 재현한 후에 그 아래로 각 화폐에 자리하고 있는 특정 인물을 뜨개질로 묘사하고 있는 작업이 재미있고 좋았다.
정교하게 그려진 미국의 1달러 지폐 표면이 상단에 자리하고 있고 그 아래에는 단 색의 화면을 배경으로 해서 워싱턴 혹은 워싱턴과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 된 상태에서 그려지거나(상단의 지폐를 유심히 보면 작은 총알구멍이 그려졌다. 이 는 미국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총기사고를 은유한다) 일본의 1만 엔 권 지폐 에는 후쿠자와 유키치(어두운 배경에는 희미하게 욱일승천기가 드러난다)와 아베 총리의 얼굴이, 중국의 위안화에는 당연히 모택동의 초상이 그려졌다. 한국 지폐의 경우는 1만 원 권에 자리한 세종대왕(그 주변으로 한글이 꽃잎처럼 부유한다)과 5만원권의 신사임당(먹물이 튕겨진 흔적을 통해 그녀가 뛰어난 서화가임을 암시한 다) 등이 그려졌다.
과거 현재 그리고(Y100)_112.1x162.2cm_Oil on Canvas_2014
각 나라의 화폐와 그 화폐를 장식하는 특정 인물의 얼굴을 흡사 뜨개질처럼 보이 는 야릇한 붓질, 기법으로 그렸다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각국의 화폐와 화폐를 장식하는 인물, 그 나라와 인물에 얽힌 이야기를 은연중 읽어나가게 하는 장치가 흥미로웠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화면 곳곳을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작가의 풍자와 유머, 상상력을 접할 수 있다. 작가의 그림은 그렇게 두 가지 차원에서 묘미를 안긴다.
우선 붓질의 독특함이다. 이 붓질은 바탕화면에 정확한 간격을 재단한 후에 그 칸 칸을 엇갈린 방향으로 칠해나가면서 뜨개질 한 느낌을 가시화한다. 아니 마치 실제 뜨개질을 한 것처럼 붓질을 하나씩 올려서 완성해간다. ‘정성’스런 그림이고 집요한 그리기다. 한 코 한 코 떠나가면서 두툼한 스웨터나 목도리를 짜주시던 어린 시절 엄마와 이모의 손길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다. 전통적인 여성의 수공예 솜씨, 이른바 규방문화적인 요소가 유화기법과 조우하면서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는 게 신기해 보였다. 그로 인해 화면은 시각(착시를 유인해내는 화면)뿐만 아니라 일정한 볼륨을 지니고 있는 실의 질감과 그로 인해 연상되는 여러 감각(촉각과 따스한 온 기 등)을 풍성하게 자극하고 있다. 그림은 붓질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일 정한 방향으로 칠해진 그 선/색은 추상적인 붓질이지만 그것들이 모여서 이미지를 안겨준다. 추상과 구상, 붓질과 이미지가 공존한다.
과거 현재 그리고(¥1,000)_112.1x162.2cm_Oil on Canvas_2014
각국의 화폐는 단지 추상적인 기호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자국의 문화, 정치, 이데올로기 등을 방증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로 자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역사적 인물이 등장한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미국의 초대대통령 워싱턴,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 후쿠자와 유키치, 중국 공산혁명의 상징인 모택동 등이 그렇다. 한국 지폐의 경우는 조선시대 성리학적 가치를 지향하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지폐는 단지 돈의 가치가 아니라 그 나라의 삶의 가치, 문화와 이념의 가치가 들어있어야 한다. 정우경은 그 지폐를 차용해 특유의 뜨개질 기법으로 그려나가되 그 지폐가 함유하는 여러 맥락을 알레고리화해서 드러낸다. 그 전략이 소박하지만 무척 흥미롭다. 단지 독특한 기법에 머물지 않고 회화 자체를 개념적으로 다루는 한편 그림을 보고 알아가는 즐거움을 안기면서 보는 이의 시선과 마음을 은연중 흡입해 내는 묘미가 있다.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과거 현재 그리고(¥10,000)_112.1x162.2cm_Oil on Canvas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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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경 | Jeong Wookyung
목원대학교 졸업
개인전 | 제1회 롯데갤러리 2009년 (대전) | 제2회 금산갤러리 2009년 (금산) | 제3회 LH갤러리 2012년 (대전) | 제4회 영아트갤러리 2012 (서울) | 제5회 LH갤러리 2013년 (대전) | 제6회 가나아트스페이스 2015년 (서울)
아트페어 | 2012 Art New York Festival 출품 | 2012 Art Asia Miami Scope 참가 | 2013 K-Art Project 참가(예술의 전당) | 2013 Seattle Affordable Art Fair 참가
단체 및 기획전 다수
현재 | 한국미술협회 | 조형미술협회 | 전업미술가협회 | 대전현대미술협회 대전구상작가협회 | 금동인 | 대전사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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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50121-정우경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