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展

 

" 그림 풍경 "

 

Untitled 6929_Oil on Canvas_120x100cm_2014

 

 

국제갤러리 1관

 

2014. 12. 16(화) ▶ 2015. 1. 25(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59-1 | T.02-3210-9868

 

www.kukje.org

 

 

Untitled 1304_Oil on Canvas_173x150cm_2013

 

 

국제갤러리는 이광호의 개인전<그림 풍경>을 개최한다. 2010년에 이어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두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는 인적 없는 제주도 곶자왈 숲의 겨울 풍경을 소재로 한 신작 21점이 소개된다. <inter-View>, <선인장> 연작으로 널리 알려진 이광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숲 속에서 자라는 다양한 덤불을 대상으로 촉각적이고 심상적인 풍경의 장면을 탐구했다.

 

K1 전시장 1층에서는 낮의 풍경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3패널 회화작품을 비롯하여,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축축한 느낌의 덤불 숲, 새벽녘의 실 빛이 들어오는 자욱한 숲의 절경 등 계절과 날씨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2층의 전시는 밤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로 구성되어있으며, 오감을 활용한 감각적인 이미지들을 검은 벽면과 조명을 통해 설치하여 실제로 작가가 경험한 심상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광호는 겨울 숲의 특정 장소를 시간의 변화에 맞추어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장면을 포착하고, 속도감 있는 붓질, 중첩된 터치, 부드럽게 뭉개지거나 날카롭게 긁어낸 윤곽선 등 작가만의 표현 방식으로 이를 그려내어 숲의 실체에 닿고자 하였다. 이전 <inter-View>, <선인장> 작업에서 대상을 선정하고 일정한 거리를 두어 관조하는 입장을 취했다면, 이번 신작에서 작가는 풍경 속으로 직접 들어가 뒤엉켜 있는 넝쿨과 잔가지 속에서 구획된 대상이 아닌 겨울 숲 풍경 자체의 분위기를 묘사한다. 이와 같은 작가의 위치 변화는, 이전에는 대상이 가진 표면의 촉각적인 문제를 다루었다면, 이제는 숲이라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 대상과의 일체감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전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Untitled 2356_Oil on Canvas_90.9x116.7cm_2014

 

 

이광호가 탐구한 나무 넝쿨과 덤불 덩어리는 엄밀한 의미에서 ‘재현’의 대상이 아니다. 화가가 곶자왈 덤불의 ‘바깥’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포함되어 있는 그 덤불의 ‘분위기(atmosphere)’를 붓을 든 화가의 몸짓을 통해 묘사할 뿐이다. 그로 인해 관람객은 전시장을 둘러 싼 대형 풍경 작품을 마주했을 때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으로서의 숲이 아니라 직접 그 안을 거니는 듯한 숲의 느낌을 받게 되며, 이로 인해 개개인의 내밀한 숲의 이미지 또는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작가의 언급에 따르면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숲의 정경이 있다고 한다. 때문에 숲을 바라본다는 것은 형태가 있는 외곽선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장면이 마음에 인식이 되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이렇게 포착한 장면은 작가 고유의 기법인 고무붓과 바늘의 사용으로 질감을 형성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화면은 작가의 그리는 행위에서 전달되는 형언할 수 없는 일련의 육감적인 느낌을 지니게 되고, 나아가 구상적인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지만 물감의 질료가 뭉개지고 벗겨짐으로써 종래에는 화가가 남긴 흔적으로서의 터치들로 인해 추상적인 화면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광호의 회화는 개념 혹은 아이디어 대신 회화가 지닌 본질적 조건들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업은 촉각적 ‘착각’을 불러내기 위해 시각적 기법을 이용하거나 그러한 ‘느낌’을 주기 위해 시각적 효과들을 연출하는 대신, 시선을 통해 촉각적 감각을 발견하고, 촉각적 욕망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회화적 과정을 강조한다. 그는 만지듯이 보고, 보면서 만지듯이 그린다. 이러한 점에서 화가 이광호에게 있어 그리는 행위는 그 행위 바깥에 있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 있어 그리는 행위는 그것이 수행되는 과정 자체로서 이미 목적을 충족시키고 있다. 아무쪼록 이번 이광호의 개인전 <그림 풍경>을 통해 관객들이 그의 고유한 회화적 여정을 목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국제갤러리

 

 

 

Untitled 0420_Oil on Canvas_100x100cm_2014

 

 
 

이광호 | Lee Kwangho

 

199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 1999년 동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 국제갤러리 | 조현화랑

 

단체전 | 2013 서울대 미술관 | 경남도립미술관 | 2012 사치 갤러리, 런던 | 전북도립미술관 | 서울시립미술관 | 덕수궁 미술관 | 2010 국립현대미술관 | 2009 프라하 비엔날레 | 2007 국제갤러리

 

현재 |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교수 재직

 

 
 

vol.20141216-이광호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