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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방영 展
인사아트센터 제1전시장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2014. 12. 10(수) ▶ 2014. 12. 16(화)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 | T.02-736-1020
산인역족_615x1415_한지위혼합_2014
밧줄같은선으로
박방영의 ‘毛劍’
박방영의 ‘毛劍’이란 주제의 전시는 자유자제로 다루는 큰 모필로 서법을 활용해 그림 같은 큰 글씨와 심상(心象)의 상형(象形)일기를 선보인다. 내면에서 분출되어 나오는 감정과 힘으로 원시적이면서 인간본연의 천연(天然)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동양과 선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이때 박방영의 이번전시는 우리미술의 새로운 대안을 열어주고 있다.
타T물2_410x145_한지위혼합_2014
원시기천지_410x145_한지위혼합_2014
박방영(朴芳永) : 심상(心象)의 ‘상형(산수)일기’
1.‘방영(芳永)’이란 이름 그 자체에 예술적 향기가 풍기는 박방영 작가가 지향하는 ‘상형문자와 그림으로 그리는 상형일기’풍의 창작예술행태는 독특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다져진 붓놀림의 숙련성과 한자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통해 ‘이서입화(以書入畵)’ 혹은 ‘이화입서(以畵入書)’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작가의 탁월한 예술적 감수성과 역량에 대한 글은 이미 몇 개가 있다. 이 글에서는 작가가 지향하는 예술정신의 근간이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한다.
2.‘타물(打物)’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용어로서, 작가가 지향하는 예술정신의 기본이 되는 용어다. ‘타물’은 ‘두드려 만든 금속 기구’, ‘판에 넣어 굳힌 마른 과자’, 아악에 사용하는 타악기 등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즉 ‘타물’이란 무엇인가 ‘친다’는 ‘타’자를 처한 상황과 사물에 응용하여 이해된 용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타물’이 갖는 외연을 좀 더 확장하여 “물에 대한 욕심을 때려서 깨뜨리자”는 의미로 이해한다. 장자(莊子)는 ‘외물(外物)’을 말한다. 장자가 말하는 ‘물’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지만, 특히 권력, 명예, 재물 등과 같이 인간의 심신을 구속하고 질곡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외물’로부터 벗어날 때 인간은 자유로운 심령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자유로운 심령의 소유자로서, 여전히 동심의 세계를 잃지 않고 있다. [초물외유상선(超物外遊象先)]이란 작품이 말해주듯, 자신의 심신을 구속하는 물에서 벗어나(超物) 외유할 것(外遊)을 주장한다. 장자는 “홀로 천지정신과 왕래한다(獨與天地精神往來)”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정신의 근간이다. 아울러 『노자』4장에서 도의 존재성을 말한 ‘상제지선(象帝之先)’의 준말로 사용한 ‘상선(象先)’을 통해 ‘도법자연(道法自然)’의 예술경지를 지향한다. 작가는 이런 정신에서 출발하여 ‘상형산수일기(象形山水日記)’를 고풍스런 색감과 아나로그식 방식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고향인 부안을 중심으로 한 ‘상형산수일기’에는 특히 와유(臥遊)하면서 ‘이형미도(以形媚道)’하고자 하는 예술정신이 담겨 있다. 전반적으로는 ‘아해같은 어른’의 적자지심(赤子之心)으로 소요자적(逍遙自適)하면서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를 되찾고자 한다. 뭐 잘 그리고자 하는 의식이 별로 없다. 마치 대교약졸(大巧若拙)의 경지를 담아내듯 거칠면서도 힘찬 붓놀림으로 초초(草草)하게 자신의 ‘상형산수일기’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일기(逸氣)맛이 담긴 형상 속에 극공(極工) 이후의 사의(寫意) 경지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었는지를 읽어내야 한다.
월명유자_820x145_한지위혼합_2014
길위에서_615x145_한지위혼합_2014
3. 작가가 표현한 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에 그쳐서는 제한적이다. 작가는 자신이 표현한 형상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을 것(讀畵)’을 요구한다. 찬찬히 봐야 하는 점에서 작품 감상의 느림을 요구한다. 과거 전통적 문인화를 사의화(寫意畵), 혹은 사심화(寫心畵)라고 한다. 그림에 작가의 마음과 뜻을 담아냈다는 것이다. 감상자가 이런 사의화 혹은 사심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작가가 형상을 통해 표현한 뜻과 예술정신을 읽어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과거 전통적 문인화는 ‘간화(看畵)’ 아닌 ‘독화(讀畵)’를 요구하였다. 작가도 자신의 작품 감상에 일정 정도 이런 독화방식을 요구하는데, 특히 ‘상형산수일기’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작가의 고향인 부안의 풍경을 그린 [부안을 생각하며]라는 작품을 보자. 작품 왼쪽 맨 위부터 하나하나 읽고 감상하면 된다. ‘부안(扶安)’, ‘자동차’, ‘여행(旅行)’, 산의 형상, ‘야(野)’, ‘해(海)’가 써지거나 그려져 있다. 풀이하면, “부안으로 차를 몰고 여행 가는데 산과 들과 바다가 보인다”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후 호(好)자, 풍(風)자를 비롯한 다양한 글자와 형상을 통해 부안의 아름다운 풍광을 일기 쓰듯 표현하고 있다. ‘개암(開岩)’이란 글자와 옆의 탑모양은 ‘개암사’를 의미한다. 부안의 풍광을 그린 또 다른 작품에는 ‘매창(梅囱)’이란 글자가 써져 있다. 조선시대 시와 거문고에 능한 기생출신 여류시인 ‘매창’이다. 작가의 작품에 자주 보이는 글자 중 하나는 ‘풍(風)’자다. 때론 봉황이 날기도 한다. 작가의 자연과의 호흡 및 상상력을 담은 형상이다. 작품을 보다보면 한 눈에 부안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 풍광에 서린 작가의 추억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산수에서 소요자적하는 인간, 은일(隱逸)하는 인간, 수도하는 인간, 경배하는 인간을 그리기도 한다. 그의 작품에는 대부분 인간이 산수에서 자연물과 함께 호흡하고 공존하는 경지가 담겨 있다. 한자로만 된 작품인 맨 앞에 ‘뫼 산(山)자’와 맨 뒤에 ‘만족할 족(足)자’가 그려진 작품이 그것이다. “산에 편안하게 쉬는데, (산속에 사는) 새, 계곡의 물(내 川자), 풀꽃, 짐승과 함께 사니 또한 만족스럽다(亦足)”라는 것을 그린 것이다. 인간우월주의는 없고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인간이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그의 작품에는 생태미학적 작품이 많다. 이밖에 자세히 봐야 보이는, 간혹 보물찾기 식으로 시구를 삽입한 곳에서는 우리의 눈을 더욱 머물게 하고 약간 당황하게 만든다. 무슨 말이지? 하나의 예를 들면, ‘타물’이 맨 먼저 쓰여진 작품 속에 실려 있는 목은 이색의 “萬古大雄一鳥過”, “大空至靜萬高碧”, “流光萬古似奔河”라는 시구가 그것이다. 시구는 작품의 품격을 더욱 높혀 주며, 많은 이야기를 하게 한다. 느릿느릿 그림을 감상하다보면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지는 힐링의 효과를 얻는 것은 덤이다.
작가는 “예술은 상업적인 것도 배제할 수 없지만 생활 속에서 즐겁고 행복하고 공유하면서 나누는 것이다”라는 것을 말한다. 예술에서의 ‘아(雅)’보다는 천기(天機; 眞,怪,亂등 하늘로부터 주어진 것)적 天然의 모습을 지향하면서, 그 천연의 본색(本色)이 주는 열락(悅樂)적 기능을 강조한다. 따라서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때 한자를 모르면 그냥 상형적 아름다움에 취하면 된다. 하지만 한자를 알면 작품을 ‘읽어가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한자를 아는 경우 작품 감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이응로 등이 행한 문자추상과 다른 또 다른 맛을 준다.
4. 작가는 ‘밧줄같은 선’을 통해 ‘상형(산수)일기’를 심상(心象)의 예술로 전환시키고 있다. 작가는 한자가 낮선 우리들에게 그 한자를 도리어 자신의 장기로 삼아 유희하듯 우리의 삶을 재단 한다.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희노애락을 진솔하게 표현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진아(眞我)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그런 요구를 당하는 우리는 불편하다. 작가는 이런 작품을 이루는 방법적 성향을 ‘모검(毛劍)’이라고 표현하는데,
모검은 알고 보면 예술적 ‘심검(心劍)’이다. 그런데 ‘심검’에 의해 찔리고 잘림을 당하는 우리는 도리어 행복하다. 때론 천진난만하면서도 해학적인 그의 작품은 한국 전통미 특질의 한 맥을 이어간다. 오늘날 한자가 갖는 글로벌적 측면을 참조하면 한국미술의 지향점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열어주고 있다. 그 글로벌성을 동양의 ‘일획(一劃)’의 의미를 담은 ‘밧줄같은 선’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이후 전시회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조민환(성균관대 교수, 동양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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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방영
홍익대 미대졸업 및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Art student league of New York 수학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 박사과정수료했다.
주요 개인전은 ARCHES gallery 기획초대전(캘리포니아, 미국), ‘너와 들길을 걷다’(학아제갤러리,서울), 일본미술세계화랑(긴자,일본), 제비울 미술관 지원 초대작가전(과천), 에스파스 다빈치 갤러리 선정 초대작가전(서울), 인사아트센터(서울), 아르코 미술관(서울), 박방영전(Space Gold, 오사카, 일본)등 20여회이다. 주요 단체전은 Contemporary Istanbul, 대숲에 이는 바람 ‘풍죽’-국립광주박물관, 플랫폼아티스트, 인천아트플랫폼, 볼자노 아트페어, 이태리볼자노 평화의 바다 물위의 경계전, 인천아트플랫폼, 자연의신화제주, 세계 자연문화유산 특별기획전, 제주현대미술관 꽃밭에서, 63스카이아트 갤러리, 요꼬하마 월드피스아트패스티벌(요꼬하마), 백제의향기, 부여의 꿈,(부여정림사지 박물관), 현대 미술의 최전선전, 物의 신세대전, 그룹 난지도 창립전 등 다수에 참여했다. 기타활동으로는 G20정상회의 갈라쇼 퍼포먼스, GPC AWARD드로잉퍼포먼스, 세계 생명문화 포럼국제회의 드로잉퍼포먼스(킨텍스), 요코하마 아트페어 오프닝퍼포먼스, 볼자노 아트페어 한국대표퍼포먼스, 인천 아트플랫폼 페스티발 퍼포먼스 등이 있다.
레지던시 | 2012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 3기 입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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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41210-박방영 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