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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사진展
"바다에 나를 담다"
갤러리이즈
2014. 11. 5(수) ▶ 2014. 11. 11(화) Opening 2014. 11. 05(수) 오후 5시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00-5 | T.02-736-6669
내 작은 마음에 대해(大海)를 품으며. . .
여름의 북적이던 모든 이들이 떠난 철지난 가을의 바다도 바다는 조용한 바다가 아니다. 온종일 파도소리를 들으며 촬영을 하고 온 날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파도소리가 귀속에 맴돌며 내 가슴을 울린다. 파도는 바위를 치며 기쁜 일과 슬픈 일들을 토해내고 있다. 이제 칠순으로 들어선 지금의 바다는 젊은 시절의 바다와는 사뭇 다르다.
나름 지나온 삶을 회상해 본다. 학창시절이나 젊은 날들은 그저 평범하게 주어진 일상에 만족하며 살아온 듯하다, 그동안 나 자신의 진정한 삶을 이해하지 못하며 살아온 과거보다는 지나온 삶을 바탕으로 주변과 소통하며 사진인생을 사는 현재의 삶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제 내 나이 칠순을 맞아 그동안 사진에 몰입하며 카메라와 벗하고 살아온 지난 수년간의 작업들을 정리하고자 개인전을 준비하게 되었다.
어릴 적 학교 길에서 발견한 아침이슬의 자연을 담은 영롱함을 평생 기억하며 살았다. 이제, 그 이슬의 영롱함에 나를 담고자 시작한 사진작업을 위하여 ‘구슬’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였으며 구슬은 나에게 이슬이었다. 사진작업을 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양한 실험을 하게 되었고, 그 구슬 속에 내 나이 칠순을 살며 품어온 나의 작은 마음을 ‘넒은 대해(大海)의 너그러움’으로 채워보고자 한다.
수년간 동서의 바다를 오가며 사진작업을 하면서 더 빨리, 좀 더 좋은 작품을, 더 많이 담아보고자 조급한 욕심을 부리기도 하였으나 차츰 온 세상을 품에 끌어안고 너그러움을 나누는 바다의 마음을 깨닫게 되었다. 겸손하지 못한 작품제작에 대한 욕심만으로 서두르다보니 많은 착오를 겪었으며 허탈함을 맛보기도 하였다. 그럼으로 인하여 동서해 바다를 수없이 오가며 작업한 시간들에 비해 시원하리만큼 나의 이야기를 다하지 못한 답답함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사진은 드넓은 바다의 일부분을 사각의 틀 속에 가두는 작업이지만, 둥근 구슬 속에는 드넓은 바다가 투영된다. 그 투영된 바다를 나의 마음에 담아 내 자신의 내적가치와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창작을 통하여 나만의 독창적인 미적 가치와 작품세계를 통찰하려는 성급함이 탐욕이 되지는 않을지 염려하면서도 조그만 구슬을 통한 작은 그릇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이렇게 그 구슬 속의 바다에 나를 담으며, 아니 구슬 속에 투영된 바다를 내 마음에 담고, 그 바다를 사진에 담으며 노후의 인생의 맛을 깨닫게 되었다.
내게는 사진을 통하여 사물을 보며 느끼고, 통찰력을 확장하며 내면의 나를 표현하는 과정들이 바로 기쁨이고 행복이다. 이러한 사진을 통한 행복에 감사하고 사진이 가져다준 삶을 즐기며, 인생 후반부의 작은 텃밭을 가꾸어 갈 것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가을색깔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노년의 나를 가꾸어 가고 싶다.
끝으로 나의 사진인생과 개인전을 위하여 많은 지지와 힘이 되어준 나의 가족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힘들어 할 때에 마음을 열어 위로하고 지지하며 힘이 되어준 너무나 고마운 나의 친구,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마음으로 사진인생의 횃불을 밝혀주시며 작품제작의 방향설정을 해주신 양양금 지도교수님, 사랑하는 이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이만큼의 작품이 되도록 영감을 주신 하나님께 진정 감사를 드린다.
- 사진가 유 혜 경 -
유리알 구슬과 속 깊은 시선의 반전
김석원 (평론가/중원대학교 연구교수) 유리알 유희와 무의식의 세계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소설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1943)’는 25세기 초 카스탈리라는 이상향에 사는 화자가 그보다 2세기 전 같은 곳에 살았던 유희의 달인 요세프 크네히트의 전기문 형식으로 쓰인 책이다. 여기에서 언급한 ‘유리알 유희’의 이름은 오선지 대신에 철사 줄을 걸어 놓으며, 음표 대신에 다양한 색깔의 구슬을 꿰어놓은 어떤 음악이론가의 장난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이 도구를 통해서 머리에 떠오르는 주제를 구성, 변조, 발전시켜서 다른 주제와 대립시켰다. 이런 행위는 음향을 색채의 조화로 바꾼 것인데, 그 이후로 이런 지적 놀이는 구슬과는 상관없는데 불구하고 유리알 유희로 불리게 되었다. 사진의 경우도 유리알 유희처럼 대상을 바라보면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상상력은 머릿속에 어지럽게 떠돌다가 어느 순간에는 하나의 완결된 모습을 만들어 간다. 유혜경의 사진에는 유리구슬을 통해서 세상이 반전되어 보이며 그 배경 에는 평온한 바다 풍경이 자리 잡고 있다. 그 풍경들은 해가 질 무렵의 바다, 파도가 잔잔하게 물결치기도 하고, 때로는 아웃 포커스 돼서 배경의 풍경이 아스라하게 멀어져 보이기도 한다. 이때의 유리구슬은 인지되지 않는 풍경을 대변하기도 하고, 비가시적인 영역을 드러내기도 하며, 공중에 부유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유리구슬이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도구로 작용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작가의 자아를 동시에 드러내는 장치라는 점이다. 유혜경의 작업 노트에는 작가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구슬 속에 투영된 세상을 나의 마음에 담아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작가의 의도처럼 사진은 지나간 세월 동안의 깊은 애환(哀歡)을 바다와 함께 존재의 존엄성을 확인하게 한다. 유혜경이 유리구슬을 사용한 사적인 동기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발밑에 있는 이슬을 바라본 기억, 늦은 시간 집에 들어가면서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의 이미지를 시각화한 것이다. 이처럼 작가의 무의식에 저장된 이미지는 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과거에 대한 재현이며, 이미지는 외부적인 지각뿐만 아니라 자신을 대변할 수 있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있는 시각적 추억들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추억을 존중하고, 변형, 조합시켜서 다른 이미지를 구현한 것이다. 유혜경 작가의 작품을 정리하면 유리구슬을 통해서 두 가지 의미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첫째, 유리구슬은 고정된 시선을 벗어나서 시선의 반전을 시도하는데, 우리가 평소에 인지하는 관습적인 시선에 대한 재해석이다. 둘째, 유리구슬 오브제는 자신이 바라본 대상 앞에 주인공(자아)으로 등장하여 현실과 비현실 세계의 경계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처럼 유혜경 작가의 작업은 자신의 개인적인 추억을 유리구슬이란 도구를 통해서 세상과의 교류를 시도하고, 문제의식과 현실, 비현실을 포함해서 속 깊은 얘기를 드러낸다. 더 이상 현실에서 보이는 것, 들리 것은 중요하지 않다. 사진은 가슴에 담아둔 미처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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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혜경 | Yoo Hei Kyung
(사)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 한국현대사진가협회 회원 | 단국대학교 사진예술아카데미 사진예술연구과정 3년 수료 | 이화여자대학교 시각예술학과 졸업
Solo Exhibition | 2014. 10 '바다에 나를 담다' 이즈갤러리(한국 인사동)
Group Exhibition | 2014 '사진, 날개를 달다'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2014, 예술의전당(서울) | 2014 '내 마음의 풍경' 갤러리마음(서울) | 2013 'Love in Chelesea' 쿠하우스갤러리 (미국 뉴욕) | 2013 '심상풍경(心象風景)' 토포하우스아트센터 (서울) | 2013 '이파리 느낌표' 성남아트센터 | 2012 '자연(自然)을 품다' 중국길림성 연변제4회국제촬영문화주 초대전 (중국)
E-mail | vivit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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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41105-유혜경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