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림 展

Kim, Hye-rim

 

불편한 기록

 

어떤것과 아무것도 아닌 것Ⅰ_한지에 채색_205x300cm_2014

 

 

가나아트스페이스

GanaArtSpace

 

2014. 10. 29(수) ▶ 2014. 11. 3(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 T.02-734-1333

 

www.ganaartspace.com

 

 

어떤것과 아무것도 아닌 것Ⅱ_한지에 채색_150x200cm_2014

 

 

감염(感染)의 리얼리즘으로…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큐레이터

단색의 바탕에 괴이한 형상들이 군집을 이루고 자리를 잡고 있다. 일상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형상들이다. 원형질의 형상들이 반복적 배열로 군집을 이루고 있어 얼핏 추상적 형상으로 보여 인간계를 벗어난 저쪽 세상 어딘가를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보통 우리가  근원적인 세계 또는 태초의 세상이라고 말할 때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뜻밖에도 김혜림 작가가 재현한 이미지는 일상에 항상 존재하는 것들이다. 보이지 않아 인식하지 못할 뿐. 바로 세포들이다.

이번 전시 작품에 등장하는 이러한 세포 이미지들은 유기적인 어떤 것이면서도 기관없는 덩어리이기에 추상적인 형상으로 보인다. 이런 추상성은 개별체에서 시작했기에 이미지의 연결고리를 파악할 경우 역설적으로 구체성을 획득할 수 있다. 작가는 특징적 형태의 반복을 통해 ‘어떤 것’과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동시에 보여주고자 한다. 이는 개별적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개인과 이를 방관하거나 이용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회와의 간극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녀가 이런 세포나 포자의 확대 이미지를 활용하게 된 것은 사적인 경험에 기인하고 있다. 그녀는 과거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자신을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말을 듣고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 때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 그리고 사고 방식은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거대한 힘으로 느껴졌고, 이것이 자신에게 침투하자 질병을 발생시킨 듯 몸에 이상증세가 일어난 것이다. 곰팡이의 포자와 같은 것이 자신의 몸에 날아들어 온 것 같았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감염(感染) 증세와 유사하다.

감염이란 병원체인 미생물이 동물이나 식물의 몸 안에 들어가 증식하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나쁜 버릇이나 풍습 또는 사상 따위가 영향을 주어 물이 드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실제로 물리적이든 비물리적이든 힘이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작가는 이를 포자의 퍼짐 또는 감염으로 상상했던 것이다.

 

 

낯선공간Ⅰ_한지에 채색_100x100cm_2014

 

 

작가가 타인과의 대화나 그 영향력이 자신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고 그것이 바이러스 또는 포자의 전이로 상상하는 과정은 무척 흥미롭다. 왜냐하면 이것은 어떤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사회 또는 국가의 이데올로기가 개별 존재들, 즉 군중에 퍼져나가고 영향력을 미치는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는 사회 또는 국가라는 단일한 대상에 의해서 통일적으로 작동하기보다 수많은 개별적 존재들의 행동과 실천에 의해서 또 다른 개인에게 전파되는데 이것은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키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작업노트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녀에게 현 사회의 가장 큰 질병의 근원지는 매체들의 거짓된/오염된 정보들이다. 한국사회의 방송 및 언론 매체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권력에 봉사하는 정보들을 무차별적으로 흘리고 있는데, 이러한 정보들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매체를 접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감염효과를 발휘한다. 마치 암세포가 증식하듯 정보를 접한 사람은 그 정보를 과장․왜곡․심화한 후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내성이 생긴 변형 바이러스가 출몰하는 것처럼 처음 생산된 정보들은 여러 필터링 작업을 거쳐 또 다른 정보가 되어 사회 전체를 감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데올로기의 작동방식을 질병의 감염과 관련짓는 세포 군상 이미지는 사회의 작동 메커니즘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얼리즘적이다. 이는 구체성을 담보하는 리얼리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통찰이라는 차원에서의 리얼리즘이다. 앤디 워홀이 교통사고 장면을 실크스크린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현한 작품이 결과적으로 현대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리얼리즘적이라고 평가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이르면 몇 가지 아쉬움이 뒤따른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세포들의 군집 이미지는 캔버스에 구성적인 방식으로 매우 단단하게 배치되어 있어 고정되고 정지된 어떤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이는 감염을 일으키거나 감염이 되었거나와 같은 역동적인 상황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감염의 상징으로 이해할 수는 있으나 감염의 리얼리즘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행히 <실례합니다>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단단하게 구성되어 있는 세포 군집을 뚫고 어떤 존재가 기어 들어가는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하단부의 구성을 역동적으로 변형시켰을 뿐만 아니라 군집 대상에 개입하는 힘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다른 작품에서 나타나는 추상적 장식성도 일정 정도 제거되고 있다. 앞으로 그녀가 감염의 리얼리즘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사회와 작가의 관계를 작품으로 형상하고픈 작가의 의지에 기대를 걸어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낯선공간Ⅱ_한지에 채색_100x100cm_2014

 

 

낯선공간Ⅲ_한지에 채색_100x100cm_2014

 

 

실례합니다_한지에 채색_100x100cm_2014

 

 

 
 

김혜림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한국화전공 졸업 |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일반대학원 졸업

 

2014 불편한 기록 (가나아트 스페이스) | 2014 불편한 기록 (비아트 스페이스) | 2014 비아트 개관展‘새로운 감각을 나누다’(비아트 스페이스) | 2014 부산 국제 화랑미술제(벡스코 제1전시장) | 2014 CA-U 컨템퍼러리 아트페어(호텔현대 울산) | 2013 삼청갤러리 공모당선 초대展(삼청갤러리) | 2013 출발을 위한 제언展(부산대 아트센터) | 2012 석사학위 청구展(부산대 아트센터) | 2012 대한민국한국화대전 수상기념展(광주비엔날레관) | 2012 부산미술제'부산의 신예展'(bs갤러리) | 2012 중외제약 수상기념展(공평아트센터) | 2012 동방의 요괴들 지역순회展(대구 M갤러리) | 2012 부산국제화랑미술제(센텀호텔) | 2012 Art 울산展(태화강 둔치) | 2012 부산은행 B스퀘어 개관기념展(B스퀘어 부산대점) | 2011 갤러리봄 신진작가 지원展(갤러리봄) | 2011 Go now展(스카이연 갤러리) | 2011 부산문화재단기획'부산을 이끄는 신진작가展'(아트폼 북카페) | 2011 또 다른 시선展(하버갤러리) | 2011 출발을 위한 제언展(부산대 아트센터)

 

이메일 | artinrim@nate.com

 

Blog | https://blog.naver.com/artinrim

 

 
 

vol.20141029-김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