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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이동훈미술상 수상작가전 | 특별상
김기택 · 전형주 展
좌_김기택作_아침이슬_162×112cm_Oil on canvas_2010 우_전형주作_130.3x162.2cm_2000
대전시립미술관 제5전시실 김기택 · 전형주 작가의 회화 30점
2014. 8. 8(금) ▶ 2014. 9. 10(수)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155 | T.042-602-3225
https://dmma.daejeon.go.kr/main.do
좌_김기택作_아침이슬_112.1×162.2cm_Oil on canvas_2012 우_전형주作_사의적 정원_162.2x130.3cm_2013
김기택, 전형주展에 즈음하여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공광식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제11회 이동훈미술상 특별상 수상 작가였던 김기택, 전형주展을 개최한다. 일제강점기 대전이 新도시로 형성되며 비로소 열린‘대전미술’의 근간에는 故이동훈화백이 또렷이 위치해 있다. 이에 진정한 지역미술계의 선배이자 선생이셨던 故이동훈화백의 뜻과 정신을 기리고자‘이동훈미술상’을 제정한 지도 어느덧 십 년이란 세월을 훌쩍 넘어 12년째를 맞이하여 미술상으로서 올바른 위상을 정립하고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동안 이동훈미술상은 본상과 특별상으로 나눠 각각 전국단위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자신의 조형세계를 묵묵히 천착해왔던 작가들을 발굴하고 수상해왔다. 특히 본상수상 작가들의 전시를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하여 지역민들에게 질 높은 작품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미술계의 성장에 일익을 맡아왔다는 점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역미술계를 지켜왔던 특별상 수상 작가들의 경우 수상에만 그치고 전시로 잇지 못했던 측면은 오랫동안 모두의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십 년이란 세월이 무심히 흐르기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그러한 문제점이 논의되어 올해부터 특별상 수상작가展도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도는 애초 이동훈미술상의 제정취지를 되새기고 동시에 미술상의 의미에 대한 성찰을 다시 할 수있게 하였다. 그 결과 더 밝고 건강한 미래의 이동훈미술상으로 가는 노력을 지속할 수있으며 그에 따른 도약의 모습을 이끌어낼 수있으리라 평가되어 전시를 담당한 학예연구사의 입장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게 한다.
서양화가 김기택과 전형주 작가들은 80년대 초 목원대학교(미술교육과)를 졸업한 뒤 이 지역을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조형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치열하게 작업에 집중해왔던 작가들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있다. 김기택의<아침이슬>(2010~2012)시리즈와전형주의<사의적정원>(2009~2012)시리즈에서 엿볼 수있듯이 두 작가의 작품세계는 자연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유사점을 갖는다. 김기택 작가는 자연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발견하는 가운데 작업의 모티브를 찾을 수있다. 그의 자연이미지는 생명성이다. 절정에 닿아있는 자연생명의 극점은 극도의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전개하며 사소한 꽃의 모습일지라도 그 가치와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고있다. 반면에 전형주 작가의 자연 이미지들은 집요함이 묻어나는 표현으로 몰입의 순간을 유도하는 것과 같이 서로 다른 지점에 위치한다. 여기서 우리는 두 작가가 사유하는 대상과 공간 그리고 그것들을 구현해내는 조형방식을 통해 독창적인 세계로 드러나는 각각의 미의식과 조우를 하게 된다.
김기택作_아침이슬_324×112cm_Oil on canvas_2010
현대판 화조도(花鳥圖)를 그리는, 작가 김기택
김기택 작가 작업의 주된 소재는 매화(梅花, Plum Blossoms)이다. 매화는 매해 그 어느 꽃보다도 일찍 피는 성질과 맑고 아름다운 향기로 인해 예로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사랑을 받아왔다. 매화는 대나무, 소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 추위를 이기는 세 가지 벗)로 불려 왔으며, 또한 난,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四君子, 추운 겨울 속 홀로 꽃을 피우는 매화는 그 향기로 인내와 맑은 절개를 상징)로 익히 알려져 있듯이 군자의 성품을 상징한다. 매화에 대한 많은 그림이 있으나, 고려 말 해애(海崖, 고려 말~조선 초의 화가)의 <세한삼우도 歲寒三友圖>를 살펴보면 두 그루의 큰 소나무를 중심으로 대나무와 함께 격조 높은 군자의 품격으로 묘사되고 있는 매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뿐이랴 중국 북송의 시인 임포(林浦, 967~1028)는 매화에 대한 사랑을 시로 읊고 있는데, <산원소매, 山園小梅>는 단연 최고이다. 유명한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매죽도 梅竹圖>는 또 어떠한가. 퇴계이황(退溪李滉, 1501~1570)은 매화를‘흰 옷 입은 신선’으로까지 비유하고 있지 않은가. 오랫동안 많은 학자들이 매화의 향과 자태를 앞 다투어 시서화(詩書畵)로 표현해 왔으며 현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시와 그림으로 매화의 매력을 표현하고 있다. 김기택 작가 역시 매화의 매력에 끌려 작업의 주제로 삼아 온 지 오래다. 그러나 그의 작업에서 매화는 자유로운 수묵의 필선이나 자주 쓰이는 비백(飛白)과 같은 문인묵객(文人墨客)의 사랑으로 피어났던 것과는 사뭇 다르며, 서양화 재료인 유화로 극히 사실주의적인 기법을 통한 김기택만의‘꽃’으로 존재한다. 한껏 물기를 머금고 매화꽃망울이 터지듯 피어나는 생명의 극점을 작가는 채집하듯 클로즈업하여 화면 가득 표현한다. 그는 매화의 꽃망울 그 자체의 아름다운 순간에 집중하고 있다. 그가 그리는 것은 매화의 꽃이다. 고고한 매화의 관념을, 대신 작가는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눈앞의 매화꽃을 그린다. 과거 세상의 온갖 풍상에 맞선 사대부가의 기개와 고아한 은일(隱逸)을 상징해왔던 매화의 관념에 가린 매화꽃에 대해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다. 피었다 지는 무상하기 이를 데 없는 한낱 꽃에 불과함을 그리는 작가는“사소한 풀 한포기, 나뭇가지 하나에도 자연의 이치가 있다”고 한다. 일상의 하찮고 사소한 것을 그려 그 생명의 가치를 구현하고 있는 그의 자연관은 동양적이다. 화가로서 무언가 새로운 것, 누가 봐도 괜찮은 것을 찾아서 열심히 자신의 작업세계로 구축하고자 했던 욕심은 어떤 작가라도 있겠지만, 김기택 작가 역시 그 부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욕심을 부려 조형적 실험을 거듭하면 할수록 그가 도달한 결론은‘내가 좋아하는 것, 재미있는 것, 기분 좋은 것’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더 늦게 깨달은 것은 오히려 그것이 더 힘들었다는 고백을 하는 작가는 이제 머리로 그리는 그림보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고자 열망한다. 그동안 사소한 의미로 가치전락하며 누구도 집중하지 않았던 매화꽃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작가의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 어쩌면 작가는 매화의 정신보다 꽃을 그리고, 그 꽃을 일구고 있는 작고 하찮아 보이는 대상들에 대한 존재적 의미와 가치를 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정작 고고한 매화의 물리적 토대는 하찮고 작은 매화꽃에서부터 시작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지. 이미 오래전부터 작가는 새를 그려오고 있다. 작가의 <아침이슬> 시리즈 화면에 새와 사람의 등장으로 더욱 풍성한 축제와도 같다. 항상 작업의 모티브를 자연에서 구하는 김기택의 작품은 현대판 화조화(花鳥畵) 같다. 인간 역시 질서와 변화를 바탕으로 하는 자연의 일부분이다. 창작과 일상은 삶의 이면이 아닌 매화꽃이 갖고있는 상징성을 뛰어넘어 존재 자체를 향하는 작업의 세계를 통해 그는 보여주고 있다. 정교한 그의 작업 역시 간편한 화법을 선호하는 현대미술의 일반적 성향에 비춰볼 때 그의 장인정신은 경탄스럽기만하다. 서양화가로 출발하였으나 동서양의 재료적 표현적 사상적 범주를 이분화하지 않고 집요하리 만치 자신의 작업세계를 고수하기 위한 노력어린 탐색은 앞으로 그의 예술세계와 작품세계에 대한 또다른 기대를 갖게 한다.
전형주作_고궁산책_80.3x130.3cm_2014
전형주의 소리 없는 충만감 가득한 조형공간
전형주 작가의 화면 속 이미지들 역시 자연으로부터 기인한다. 분명하게 인식되는 인물이나 풍경, 그리고 이끼 낀 바위나 수초, 이국적 물고기나 나비 등은 복잡하지 않지만 섬세하게 묘사되었다. 그럼에도 그의 작업은 자연스런 현실감이나 생동감보다는 오히려 인공형태나 상상 속의 생명체를 연상시켜 낯설다. 처음 작가의 바닷속 풍경 작품을 보았을 때, 그 생경한 느낌이 불러온 당황스러운 기억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림을 보자마자 <해저 2만리>의 한 장면이 떠오르며 잠시 귀까지 먹먹했었던 그 순간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함이었다. 소리가 없는 침묵의 회화에 대해 김홍주(목원대학교 명예교수)는 어려서 잃은 청력으로 인한 전형주 작가가 갖는 특수한 제작환경을 설명하며 작가의 작업태도는 자연주의적(Naturalism)으로 해석한다. 동시에 유행의 물결에 부유하는 작가들을 볼 때 오히려 그의 현실조건은 작품생활을 하는 데에 유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림만이 중요한 생활인 그에게 어떤 개념화된 예술관이나 요란한 현대미술의 외침은 오히려 끼어들 틈이 없어 작업하는 작가에게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 작가는 자연의 풍경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작업을 하면서 9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 바닷속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바닷속 풍경은 뭍으로 점차 옮겨져 2009년 이후 <사의적 정원>시리즈와 최근의 <고궁산책>(2012~2014)시리즈의 작업 등을 살펴보면 그 내용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그 내용과는 달리 그의 사실주의적 조형적 방법론은 그대로 고수하여 그 결과 화면에서 느껴지는 비현실감은 그만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전형주 작가는 캔버스 전체 공간을 단 한 가지 조형적 방법으로 표현한다. 필치나 필력이란 말이 있듯이 붓의 사용법에 따라 그림의 맛과 형식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작가는 주로 1호나 2호 정도의 작은 붓을 사용해 몇 천, 몇 만 번이고 고른 붓질을 반복해서 화면 전체를 메운다. 그러한 방법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는 규모나 형태면에서 다른 다양한 개체들임에도 불구하고 균일한 비중을 갖게 한다. 즉 유화가 가질 수 있는 특유의 표면적 질감이나 다양한 붓터치가 품어내는 어떤 강조도 없다는 것인데, 이는 어느 한 개체에만 집중하거나 몰두하여 발생시키는 차이나 강조도 없음을 뜻한다. 다만 작가가 모든 대상에게 보내는 균등한 시선은 모든 것을 인정하며 배려한다. 그리고 균등한 개체들이 모여 있는 작가의 조형공간에는 소리가 없다. 어떠한 잡음도 들리지 않는다. 다양한 차이의 소리로 가득한 세상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 작가의 작업은 고요해서 비현실적이며 그래서 낯설다. 매일 아침 작업실로 나가 반복적으로 이루는 작은 붓칠 과정은 수행을 닮아있다. 수행의 과정이 그려내는 그의 세계는 자신이 살아온 삶처럼 고요하고 차안(此岸)과 격리된 고독이다. 피안의 이미지, 정지된 시간, 적막함과 고독, 알 수 없는 불안은 일정 부분 작가의 잠재된 의식과 정서를 반영한다. 자신만의 세계를 무수히 구축하는 그가 그 세계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끊임없는 피안에의 탐닉은 적극적인 그 무엇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비현실의 풍경 속을 배회하고 있는 이방인처럼 그의 여행도 언젠가는 끝을 맺는 그러한 종류의 것이리라. 어쩌면 고궁을 등지고 있는 여인이 고궁을 지나쳐 향해 바라보기 시작하고 있는 <고궁산책>(2014)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김기택作_아침이슬2_162.2×130.3cm_Oil on canvas_2012
전형주作_사의적 정원_112.1x162.2cm_2009
김기택作_봄비_130.3×193.9cm_Oil on canvas_2014
전형주作_054..._97.0x162.2cm_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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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40808-제11회 이동훈미술상 수상작가전 특별상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