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행 展

 

역추격

 

감시자_91x116.3cm_Acrylic on Canvas_2014

 

 

갤러리 가이아

GALERIE GAIA

 

2014. 6. 18(수) ▶ 2014. 6. 24(화)

Opening 2014. 6. 18(수) PM 6:00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57-1 | T. 02-733-3373

 

www.galerie-gaia.net

 

 

 

공성전_90.6x60.3cm_Acrylic on Canvas_2014

 

 

 

지움과 변형의 미학

 

유선태

김선행의 작품에는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다. 결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그림들이 아니다. 일견 다다이스트나 초현실주의적인 감성이 배여 있는 듯한 그의 작품 세계에는 가볍지 않은 생각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독특함이 존재한다. 근래에 유행하는 화려하고 능숙한 기교로 묘사되거나 차용과 재현이 상식화된 표현들, 그리고 적당히 대중의 취향에 상업성이라는 이름으로 영합하려는 잘 다듬어지고 매끄러운 그림들과는 다른 궤도에 그의 그림이 있다. 그것은 일상적인 대상일 수 있는 인물이나 오브제를 작품 소재로써 도입하지만, 관념적인 재현을 거부하고 대상의 상식화된 피상적인 표피를 걷어내면서 대상을 철저히 자기 식으로 재구성하고 조합해 나가는 그만의 방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초현실주의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분석적 혹은 구조적이며 철저히 주관적 감성(심리)에 바탕을 둔 작가의 치밀한 내면적 현실에 가깝다. 그와 같은 내면성에는 자신의 경험, 기억, 상처, 충동 등에 대한 인식과 그것으로부터 기인한 반작용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이 반작용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관념, 선입견, 편견 등과 같은 보편화된 지식이나 왜곡된 인식의 체계에 대한 거부이다. 그는 이미 각인되어 있거나 전형화 되어있는 대상의 인식과 텍스트에 대한 거부로서「지움」과 「변형」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새롭게 대상을 그만의 화면에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다.

 

 

 

내방_45.3x52.8cm_Acrylic on Canvas_2014

 

 

 

그의 그림이 매우 인위적이고 때로는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지움」과 「변형」이라는 표현행위에서 기인한다. 그의 일련의 작품들 중에〈수집가〉, 〈횡적변이〉, 〈세미한 틈새〉등은 지움과 변형을 통해서 섬짓해 보일 수 있는 인물의 표정이나 무거운 암시적인 표현 상황들을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그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인물은 형상이 지워지거나 왜곡되고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변형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면 작가는 외면의 모습의 뒤에 존재하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심리적인 강한 호기심을 엿보게 한다. 그의 그림을 보면 60대 할머니의 심리가 20대 여성의 심리상태로,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추악하고 속물적인 내면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강한 암시를 느끼게 한다. 그림의 구심체로서 등장하는 인물의 형상은 지워지거나 변형되는 과정이 표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경우 불확실하고 미확정적인 형상으로서 남아 있다. 마치 작가 김선행이 아직은 인물의 구체적인 형상을 마치 미완성인 채로 미루거나 유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관적인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그가 묘사하는 타인의 모습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관조하고 성찰하고 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더불어 아직은 자신의 본연의 모습 혹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질문이 진행 중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는 타인 이든 아니면 타인으로서의 나의 모습을 그리든 간에 그 모든 것은 결국 모두 나의 시각과 나 자신의 내적인 현실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서 인물이나 주제가 되는 대상을 중심으로 대부분 계단, 그림, 물고기, 시계, 그 외의 다양한 오브제 형상들과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배치되어있다. 이들은 인물이나 주제의 설명을 밀도 있게 강화 시켜 주거나 복잡한 퍼즐형식의 구조를 완성해 나가는 요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적인 구조를 지닌 공간 설정을 통해서 단지 조형이나 종속적인 표현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인물이나 주제의 동반적인 상징으로서의 알레고리(allegory)로서 그리고 작품 내에서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맞물려가게 하는 중요한 톱니바퀴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지하의 수인〉, 〈숨겨진 공터〉, 〈길의 끝〉등에서 보여주는 표현들은 단순한 연결구조의 설명적인 상황에서 진전된 좀 더 내밀하고 심리적인 다양한 깊이의 표현 가능성을 예시해주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유적_116.3x90.9cm_Acrylic on Canvas_2013

 

 

 

 

 

그의 그림을 보게 되면 ‘아하!’라는 감탄사 보다는 ‘왜?’라는 물음을 갖게 되며, 시각적인 편안함 보다는 마치 잘 보이지 않지만 살갗에 박혀있는 미세한 가시와 같은 촉각적인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이는 그의 작품들이 결코 일상적이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는 그의 이 같은 자극과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표현들은 김선행 만이 가질 수 있는 비범함 혹은 독특한 시각에서 출발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의 첫 전시회는 그가 작가가 되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는 순간이다. 아직 김선행에게 작가로서의 전문성이나 완숙함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는 앞으로 스스로 내면에 있는 많은 것들을 끄집어내야 하고 풀어 헤쳐 놓아야한다. 또한 작가로서 예술적 경험과 외적 현실이라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적지 않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리라 본다. 그럼에도 그가 뛰어난 작가로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이루어 갈 것을 결코 믿어 의심하지 않는 것은 그의 뛰어난 재능 못지않게 지금까지 보여준 꾸준한 노력과 결코 물러서지 않을 열정이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버려진 성곽에 모여든 것들_130x162cm_Acrylic on Canvas_2014

 

  

 

 
 

 

김선행

 

2013 홍익대학교 섬유미술 패션디자인과 졸업

 

 
 

vol.20140618-김선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