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여혜 정은화 김병옥 김영춘 석철주 이승하 목진석 이석인 이순자 황윤경 김지현 손교석 문인상

                전하연 최춘옥 김창호 박성배 정세학 한윤기 서영림 임은정 조연희 김옥덕 김천정 박병정 이효진

                정철 최선일 현옥순 최  정 최지유 윤성아 이경욱 탁원희 한기창 김미섭 이혜연 김용호 강석태

                이윤선 윤세열 이선정 이진혁 김명진 한영균 정수일 김자림 노승빈 윤여범 한유진 김형주 임우현

                김경희 김태균 김지은 한철희 곽요한 성왕현 김영재 유남권 정군태 조상지 조요숙 최희진 박새롬

                윤한결

                박승순 김소인 김언경 마상병 문성재 소원섭 심미선 임창순 정동희 김철우 김영철 문종숙 오숙영

                김치중 박종숙 양미유 윤미경 이찬용 이태수 구영모 박상헌 김규혁 김기희 박태철 서시환 전제창

                김광미 이희상 정우연 강철기 김동석 김연순 명유경 박현하 송정화 엄윤희 문영오 설휘 류혜진

                이상완 정옥화 최항규 황규철 조광필 민성홍 박정근 박종우 손정훈 엄기향 최수환 김창영 허수빈

                두민 양경렬 윤상윤 박유미 라오미 이희숙 최디나 김대환 양경수 황인우 김미량 김미령 장인경

                김리윤 이해니 최송은

                곽재성 김종명 박상홍 백예리 이진이 전준규 김성아 유현규(창현) 최순열 이준규 정헌조 김병주

                김희조 남준 박소영 송인구 홍상곤 윤진영 이문배 신상철 황정일 함창현 홍대의 김민호 홍승희

                이혜란 오숙현 정수진 양미성 임규비 

 

 

현대미술공간 C21

 

2014. 6. 11(수) ▶ 2014. 6. 17(화)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북아현로 11가길 7

추계예술대학교 창조관 3F,4F | T.02-393-2601~3

 

www.chugye.ac.kr/mbs/c21/

 

 

김병옥作_묵단_70X46cm_한지에 먹_2014

 

 

올해로 추계예술대학교가 출범한 지 40주년이 되었다.

 

1974년 ‘추계예술학교’로 개원해 ‘추계예술대학’을 거쳐 현재의 ‘추계예술대학교’로 자리 잡기까지, 교명의 변경과 더불어 대학의 규모와 수준은 처음에 비해 괄목할 만큼 성장하였다. 그동안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순수예술교육의 산실로서 작지만 알찬 예술대학을 지향한다는 창립 이념일 것이다.

본교의 지난 40년의 역사는 창작과 순수예술의 꿈의 실현을 위해 이 공간에서 만나 관계를 맺은 수많은 분들의 열정과 노고로 이뤄졌다. 그 역사는 미술대학 작업실에 남겨진 무수한 얼룩과 흔적들, 손 때 묻은 음악대학 연습실, 강의실, 도서관 서가의 책 등 작고 아담한 캠퍼스 곳곳에 오롯이 새겨져 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2012년에 새로 개관한 창조관은 추계예술인의 이전의 역사와 미래의 역사의 가교이자 새로운 비전의 표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건물이다. 특히 창조관 내에 자리한 “현대미술공간C21”은 추계미술인들에게 미술대학의 발전적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담긴 상징적 공간일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유용한, 없어서는 안 될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년 간 이곳에서는 본교의 미술대학을 거쳐 가신 원로교수와 현직교수들, 현역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졸업생들의 작품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은 개관기념 전시를 필두로, 미술대학의 졸업작품전, 교내전과 사생대회 보고전, 대학원 재학생들의 연례전 등이 정기적으로 개최되었고, 미술대학이 작년부터 시작한 전국 중고등학생 대상의 판화·드로잉 공모전의 수상작 전시도 앞으로 정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석철주作_달항아리 Moon porcelain jar_ink acrylic on board_56x56cm_2009

 

 

본교 개관 40주년 기념전을 준비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미술대학의 동양화, 서양화, 판화 세 과의 동문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스멀스멀 이야기를 나누더니 내어 놓은 결과가 현대미술공간C21의 미술관등록을 위한 동문작품기증전의 개최라니 미술대학 동문이 이번에는 일을 내도 크게 냈다. 그 동안 미술대학 내에서 현대미술공간C21에 외부 전시를 유치할 방안을 포함해 대학미술관으로 승격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현실적인 제약들로 인해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터라, 어려운 물꼬를 터준 동문들의 노력이 가상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아마도 동문들에게 본교란 좋건 싫건 각자의 길을 걸어가다 다시 만나 손을 맞잡고 관계를 이어가는 소중한 공간일 것이다. 자신들의 작은 목소리가 모여 큰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며 아낌없이 작품을 내놓은 동문들에게 이제는 학교가 응답할 차례다. 가장 기본 요건인 공간은 갖춰져 있으니, 몇 가지 필수 요건들을 보충하고 상호 신뢰 속에 차분히 진행한다면 대학미술관의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

 

이번 기증전에는 총 164명의 본교 출신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작가의 수만큼 작품도 각양각색이며, 전시 공간을 고려해 출품작을 10호 내외 크기로 제한했다. 이런 종류의 전시평을 쓰는 것이 가장 난감함은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기에 출품작들의 대략적인 경향을 정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전시평을 대신하려 한다.

 

 

김영철作_붕어가있는정물_53 x 45.5cm_Oil on canvas_2006

 

 

동양화과와 서양화과는 본교의 40년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해 왔고, 판화과가 1988년에 신설되면서 미술대학은 세 개 학과로 나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현대미술의 경계가 날이 갈수록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대학 내의 학제적 분류 및 각 과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져 가고 있어 각과의 명확한 특성을 찾기는 더욱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화과 동문의 경우 장지나 한지에 먹, 비단에 분채 등의 전통적인 재료의 사용이나 전통적인 소재의 탐색을 통해 전통과 조우하거나, 평면에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 동시대 미술에서 동양화의 정체성이나 현실적인 삶의 문제에 대해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판화과 동문들은 복잡한 판화 기법을 기술적으로 극복하여 그 자체로 판화의 조형적 가치를 끌어올리거나 주제와 결부를 시도하려는 경향이 주류를 이루는 한편, 평면성과 복제라는 판화의 전통적인 정의를 뛰어넘어 오브제나 사진을 이용한 설치 작업, 또는 미디어를 활용하여 판화의 정체성에 도전하고 확장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서양화과 동문들의 작품 역시 유화와 아크릴로 그린 회화가 주류를 이루지만 작품의 제재나 매체 면에서 좀 더 다양한 양상을 띤다. LED, 유리, 엑스선 필름같이 동시대성을 지닌 재료들을 통해 현대미술과 사회를 연결하려는 지속적인 관심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각 과가 다소 차이가 있긴 하나 전반적으로 주제의 면에서는 순수한 조형성이나 미에 대한 탐구, 자발적인 표현이나 그리기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서부터 자신의 자전적 삶의 표현이나 외부 현실에 대한 심리적 반응, 외부 세계의 재현이나 은유를 통한 현실적 문제의 제시까지 층위가 다양하다.

 

 

소원섭作_Forest - Spring_53×45.5cm_Oil on canvas_2012

 

 

과거에 본교 출신은 사실적 묘사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시대 미술에서 개념과 다양한 매체 작업이 중요하게 간주되면서 미술가에게 사실적 묘사 능력은 더 이상 큰 장점으로 간주되지 않고, 더구나 개념이 사라진 흥미로운 소재의 사실적 묘사는 더욱 무의미한 세상이 되었다.

본교 동문들의 작품에서 회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은 반면, 동시대 미술 창작의 중요한 매체로 간주되는 오브제, 사진, 설치, 비디오, 미디어 작업을 지속적이며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작가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김종명作_Eye_53x45.5cm_Acrylic/Serigraphy on Canvas_2010

 

 

미술계의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우리가 사는 세상과 예술의 가치가 또 언제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전통적인 매체에 대한 지나친 편중 현상은 우리 모두가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그것은 단순히 어떤 매체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대 예술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도전의식, 치열한 미술가 의식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작업 태도가 너무 안일한 것은 아닌지, 자신의 틀을 벗어나는 것이 두려워 도전과 변화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술과 미술가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현실을 핑계로 적당히 타협하며 미술가라는 신분을 유지하는 것은 아닌지 등등, 현역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기에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물음은 끝없이 이어져야 한다.

 

본교 개교 40주년을 맞아 그 역사의 궤적과 함께 성숙해온 미술대학 동문들이 본교의 새로운 도약과 후배들의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의 조성을 위해 정성스럽게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에 말할 수 없는 고마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이 기회를 빌려 집단으로서 동문의 결속만큼 중요한 것이 개인으로서 동문의 활동이라는 사실을 덧붙이고 싶다.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동시대 문화와 미술의 환경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사고의 연마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치열하게 작업하는 선배 동문만큼 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좋은 자극제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선배들의 본보기가 많아질수록 그 파장은 더욱 크고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본교 미술대학에서 인연을 맺은 선후배들이 인생에는 되감기 버튼이 없다며 치열한 작가로 살다간 고 백남준 작가의 말을 거울삼아, 서로의 삶과 작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앞으로 펼쳐질 추계예술대학교의 역사의 멋진 주역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맺는다.

 

김현주 (추계예술대학교 미술대학 미술이론 교수)

 

 

박상홍作_papa’s daily_50x35cm_혼합재료_1995

 

 
 

 

 

 
 

vol.20140611-추계현대미술 40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