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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남 초대展
“정자와 반닫이, 존재의 그리움을 조각하다”
이층장의 기억(Remembrance)_110x46x145cm_Green marble_2014
장은선 갤러리
2014. 5. 28(수) ▶ 2014. 6. 14(토) reception : 2014. 5. 28(수) pm 4:00-6:00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3-8 | T.02-730-3533
기억(Remembrance)-10_64x38x75cm_푸른대리석_2014
정자와 반닫이, 존재의 그리움을 조각하다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작가는 돌을 조각한다. 돌을 재료로 하여 주로 이러저런 형태의 집을 조각한다. 그 집은 소시민의 소박한 꿈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그 집은 꿈꾸는 집이다. 그 집에선 밥 짓는 연기가 꿈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마치 집을 보호하기라도 하듯 흐르는 구름이 집을 감싸고 있다. 지복을 상징하는 돼지 아님 돼지 저금통이 머리에 이고 있는 집이 이런 소시민의 소박한 꿈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구름이 걸려 있는, 그리고 여기에 나무 아님 숲이 집을 에두르고 있는 형상이 한편의 풍경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일종의 풍경조각(풍경이 있는 조각)을 실현하고 있고, 이로써 집으로 대변되는 소시민의 소박한 꿈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서사조각(이야기가 있는 조각)을 예시해주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집을 조각하면서 집으로 대변되는 소시민의 꿈을 형상화하고 있었고, 자신의 꿈을 그려내고 있었고, 자신의 또 다른 자화상을 조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집의 가장인 자신의 꿈을 조각하다가 불현듯 아님 자연스레 자신과 마찬가지로 예전에 또 다른 집의 가장이었던 아버지의 꿈에 생각이 미친다. 나의 꿈이 집(그저 집이라기보다는 가장 혹은 가장다움의 토포스)이라면, 아버지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아버지의 꿈은 대개 옛 어른들이 그렇듯 한량이고 풍류였고 역마(요새로 치자면 여행)였다. 그래서 누각 아님 정자가 집 대신 들어선다. 아버지에게 정자는 정처 없는 집이었고 떠도는 집이었다. 그 집이 여행가방 위에 들어서고, 다듬잇돌 위에 들어서고, 펼쳐진 책 위에 들어선다. 이처럼 역마는 여행 가방으로 나타난 설렘으로도 표상되지만, 때로 사유의 유목에서처럼 몸이 가지 않고 머리가 가는 경우를 통해서도 실현된다. 이런 여행가방 위의 그리고 펼쳐진 책 위의 집(다른 조각에서 서안 위에 새겨진 붓글씨로 변주되는)이 아버지를 표상한다면, 다듬잇돌 위에 들어선 집은 어머니의 꿈을 떠올리게 한다.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청각적 이미지를 암시하는, 그림을 매개로 소리를 불러들이는 공감각의 실현과 함께. 그러나 대개 정자는 정자답게 전형적인 풍경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은일적인 풍경이며 숨어있는 풍경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숲이며 아마도 산사 가는 길이 끝나는 자리에 나무 몇 그루와 숲이 병풍처럼 에두르고 있는, 대개는 그 아래로 작은 연못을 끼고 있는 정자가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숨어있다. 정자는 왜 숲이 끝나는 자리며 길이 끝나는 자리에 숨은 듯 있을까. 바로 그리움의 여로와 표적을 암시한다. 그리움은 길처럼 멀어야 하고 숲처럼 어둑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가닿은 정자는 말하자면 존재의 원형을 향한 그리움의 표상이며 지상의 유토피아였던 것이다. 이렇게 절벽 위의 정자는 이상을 표상한다. 자기 자신과 아님 세상살이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존재론적 장치였던 것. 이렇게 작가는 정자를 통해 아버지의 역마를 그리고 있었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되불러오고 있었고, 아버지를 통해 본, 그러므로 어느 정도는 자기 자신의 것이기도 한 지상의 유토피아를 아로새겨 넣고 있었다.
기억(Remembrance)_73x40x70cm_black marble_2014
어머니를 그리워하다. 옛날에는 여자를 안주인이라고 불렀고, 남자를 바깥양반으로 명명했다. 그리고 지금도 다만 부르는 호칭이 바뀌었을 뿐 어느 정도는 여전히 그렇다. 남자는 사회를 지키고 여자는 가정의 파수꾼이라는 성역할론과도 통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런 정치적 담론에 있지 않다. 꿈꾸는 여행 가방이나 특히 정자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냈듯이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되살리고 싶다. 정처 없는 아버지를 기다리던 어머니의 인고의 세월이 그립고, 자식들을 보듬어주던 온기가 그립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정자에 해당하는 어머니의 상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반닫이며 궤가 될 것이다. 규방문화로부터 파생된 이러저런 기물들 중에서도 반닫이는 유년의 작가에게 어머니 자신과 동일시되는 분신처럼 보였고 보물 상자처럼 보였다.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화자로 하여금 유년시절로 데려다 주는, 마들렌 과자의 향과 입안에서 바스락거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가 불러일으킨 환기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틈만 나면 어머니는 마치 거울을 닦듯 아님 자기 자신을 닦기라도 하듯 걸레로 반닫이를 닦곤 하셨다. 그렇게 목질 고유의 문양이 은근하면서도 또렷한 빛을 발할 수 있었고, 반닫이에 부수된 각종 철물 부속들이 더 이상 녹이 진행되지 않고 그 미세요철이 손에 만져질 듯 오돌토돌한 질감이며 빤질빤질한 미광을 간직할 수가 있었다. 어머니의 체취가 만들어준 것이며 어느 정도는 시간이 만들어준 것이다.
기억(Remembrance)-6_74x40x66cm_Green marble_2014
알다시피 작가는 이런 목질과 철물이 어우러진 반닫이 그대로를 돌로 되살려낸다. 상대적이지만 나무가 따뜻한 재료라고 한다면, 석재는 차가운 재질이다. 나무가 부드러운 연성의 재료라고 한다면, 석재는 단단한 경성의 재질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조각한 반닫이에선 정작 돌의 재질보다는 나무의 재료가 감촉된다. 나무의 질감뿐만 아니라 고유의 문양마저도 여실하다. 고증을 거쳐 만든, 마치 실물 그대로를 보는 것 같은 정치한 형태는 물론이거니와, 나무면 나무 쇠붙이면 쇠붙이 저마다의 질감과 물성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돌의 재질을 나무 재료로 착각할 만큼 돌을 흙 주무르듯 하는, 그리고 여기에 인고의 세월이 만들어준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오는 작가의 반닫이를 보고 있자면 감탄사가 저절로 새나온다. 인고의 세월이 만들어준 시간의 흔적이라고 했다. 그 흔적을 만든 주체는 말할 것도 없이 작가의 모친이며 우리 모두의 어머니들일 것이다. 그렇게 작가는 반닫이를 재현한 조각을 통해 틈만 나면 자기를 닦듯 반닫이를 닦았을 어머니의 체취를 불어넣고 불러냈다. 그리고 그렇게 물질의 변성(돌에서 나무로, 그리고 무심에서 유심으로)이 꾀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연금술적 상상력이 감지된다. 여기서 작가는 전통적인 장인정신의 미덕을 계승하고 되살려낸다. 머리로 만든 그림과 조각이 대세인 시대에, 그리고 그렇게 몸으로 만든 그림과 조각이 폄하되는 시대에 작가의 반닫이 조각은 그 현실을 심각하게 재고하게 만든다. 특히 조각에서 손이 하는 노동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일까. 아티스트는 아티잔을 대체하는 필요 충분한 개념어일 수 있는가. 과연 그럴까, 자문하게 만든다. 작가의 반닫이 조각은 머리로 만든 그림과 조각이 대세인 시대에, 그리고 그렇게 몸으로 만든 그림과 조각이 폄하되는 시대에 제안된 것이어서 오히려 그만큼 더 귀하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아트도 아티스트도 변화무상한 현대미술의 개념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다들 변화를 따라잡기에 급급해하는 시대에 작가는 오히려 기꺼이 변하지 않는 것, 항상적인 것, 개념에 좌우되지 않는 것, 몸으로 다가오고 진심으로 다가오는 것, 노동과 장인정신, 예술혼과 진정성의 구닥다리 수사법 위에 머문다. 그리고 그렇게 꿈꾸는 가방이며 정자를 통해 아버지의 꿈을 되살려냈듯, 반닫이를 매개로 어머니의 추억을 되불러온다.
기억(Remembrance)-돈궤_74x35x45cm_대리석
존재의 그리움을 조각하다. 작가의 조각엔 유독 기억, 추억, 향, 그리움과 같은 단어들이 어우러진 제목이 많다. 작가의 조각이 지향하는 정서적 장소며 토포스로 봐도 되겠다. 적어도 정자를 소재로 한 그리고 반닫이를 소재로 한 일련의 조각들은 말하자면 연어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거슬러 오르는 것, 그리고 그렇게 노스텔저와 멜랑콜리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여기서 향이며 그리움과 같은 제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움을 찾아서 시간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향을 만난다. 향은 무엇인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고향이다. 그 고향은 실재하는 지정학적 장소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적어도 감각적 층위에서는 실재하지 않는 고향의식을 의미한다. 지정학적 장소보다는 더 심층적인 층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다르게는 원형의식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그러므로 작가가 거슬러 오르는 잃어버린 시간은 다만 시간만이 아닌, 고향이며 원형에도 해당된다. 여기서 작가의 문제의식은 개인적인 좁은 의미에서 보편적인 넓은 의미로 확장된다. 말하자면 현대인은 유년을 상실하고, 고향을 상실하고, 원형을 상실했다. 상실감은 현대인의 보편의식이다. 작가는 그 보편의식을 테마며 주제로서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를 찾아서, 어머니를 찾아서, 유년을 찾아서 연어의 시간을 사는 작가의 조각은 그리움이라는 정서적 환기를 불러온 것이란 점에서 더 절실하게 다가오고 사무치게 다가온다. 차갑고 무심한 돌이 불러온 것이어서 더 의외고, 그만큼 더 정겹고 살갑다.
기억(Remembrance)-10_63x23x44cm_푸른대리석_2014
중견조각가 권창남 선생은 돌을 재료로 이런저런 정자와 반닫이를 조각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며 조각 속에 고스란히 그리움을 담아 표현했다. 정자를 소재로 한 그리고 반닫이를 소재로 한 일련의 조각들은 말하자면 연어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거슬러 오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권창남 작가의 조각엔 유독 기억, 추억, 향, 그리움과 같은 단어들이 어우러진 제목이 많다. 산과 들의 풍경들은 만주와 일본을 떠도시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정자를 통해 아버지의 역마를 그리고 있었고, 아버지를 통해 본, 어느 정도는 자기 자신의 것이기도 한 지상의 유토피아를 아로새겨 넣었다. 반닫이는 유년의 작가에게 어머니 자신과 동일시되는 분신처럼, 보물 상자처럼 보이고 뵙고 싶지만 뵐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반닫이 속에 투사한 것이다. 재료 면에서도 기존의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고가구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나무재료와는 차별화된 대리석, 화강석, 오석 등이 주재료인 돌 재료를 사용했으며, 깎고 새겨서 완전한 형태로 만들어 냈다. 그의 조각은 차가운 성질을 지닌 딱딱한 돌을 재료로 하지만 그만의 회화성으로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감성으로 뒤바뀌는 작품세계를 볼 수 있다. 작가의 조각은 그리움이라는 정서적 환기를 불러온 것이란 점에서 더 절실하게 다가오고 사무치게 다가온다. 차갑고 무심한 돌이 불러온 것이어서 더 의외고, 그만큼 더 정겹고 살갑다.
이번 전시는 권창남 선생님의 존재의 그리움을 영롱한 빛깔의 석재에 담은 조각 20여 점을 볼 수 있다.
권창남 선생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상명대학교 예술대학 대학원(조각전공) 졸업했으며, 토 아트 스페이스,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인사동 Art side, 예술의 전당 한가람 등에서 개인전을 했으며 인사동 스페이스 틈새 초대전, 분당 빛뜰 갤러리 초대전, 장은선 갤러리 기획 초대전, 신세계, 하이얏트, 서울오픈 외에도 많은 아트페어 초대전을 했다. 현재는 낙우 조각회, 한국미술협회(고양지부), 서울조각회원, 고양조각가협회, 한국조각가 협회서울대 , 인하대. 서울예고출강하고 있다.
기억(Remembrance)-신 몽유도원 7_42x27x35cm_검은대리석_2014
기억(Remembrance)-1_27x27x35cm_비취옥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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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창남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 상명대학교 예술대학 대학원(조각전공) 졸업
개인전 | 제 8회 2014 서울국제 페스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 2014년 권창남 개인전(장은선 갤러리 초대전) | 제 7회 2012년 권창남 개인전(장은선 갤러리 초대전) | 제 6회 2011년 권창남 개인전(장은선 갤러리 기획 초대전) | 제 5회 2008년 권창남 개인전(분당 빛뜰 갤러리 초대전) | 제 4회 2007년 권창남 개인전(인사동 스페이스 틈새 초대전) | 제 3회 2005년 권창남 개인전 (인사동 Art side) | 제 2회 2001년 권창남 개인전(문예진흥원 미술회관) | 제 1회 1998년 권창남 개인전(토 아트 스페이스)
아트페어 초대 | 2011 호텔아트페어 (하이얏트 호텔) | 2009 신세계 아트페어(서울 신세계백화점) | 2009 서울오픈 아트 페어(코엑스 인도양 홀, 미즈갤러리) | 2007 아트 서울전 작가공모 기획초대전(예술의 전당) | 2007 Spring전 - 마이아트 기획 (예술의 전당)
단체전 | 2013 고양야외조각전(일산 호수공원) 외 160여회
현재 | 낙우 조각회 | 한국미술협회(고양지부) | 서울조각회원 | 고양조각가협회 | 한국조각가 협회 | 서울대, 인하대 서울예고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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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40528-권창남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