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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展
LEE JONG HYUK
꿈꾸는 세상_종이위에 수묵담채_91x117cm_2014
앵무새_종이위에 수묵담채_61x73cm_2014
이종혁, 꿈으로의 자적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된 62만점의 유물중에서 하나만을 손꼽으라면 단연 ‘취옥백채(翠玉白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청나라 왕비가 결혼 예물로 가져왔다는 ‘취옥백채’는 하얀색 줄기와 초록색 배춧잎 위에 메뚜기와 여치가 극도로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는데 그 색깔이 비취색을 띄어서 ‘비취배추’로 더 알려진 작품이다. 서두부터 이 유물을 언급한 것은 이종혁의 그림이 ‘취옥백채’ 의 정교함에 못지 않기 때문이다. 가느다란 모필을 이용한 세세한 작업과정이 영락없이 ‘취옥백채’ 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작품은 한땀한땀 바느질을 하여 옷을 만들듯이 어디 한군데 소홀한 구석이 없다. 그의 모필이 닿는 곳마다 식물과 동물,곤충의 이미지가 생겨나고 화면엔 활기가 피어오른다. 이런 정치한 재현은 대상과 밀고 당기기를 수 천 번해야만 탄생되는 것으로 우보만리(牛步萬里)와 같이 진득함의 소산물이랄 수 있다. 보다시피 그의 그림은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교과서적인 원근법이나 투시도법과는 거리가 멀다. 말하자면 스스로 터득한 그림수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럼이 없는 구성법이 친근감을 유발시킨다. 어린이의 감성같은 순수함과 함께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화면에 감도는데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흡사 어느 별세계에 와 있는 것같은 느낌마저 든다. 아무래도 그의 그림특성으로는 일견 정밀묘사와 같이 세세한 묘사를 주조음으로 삼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선 하나하나가 흐트러진 것이없으며 극도의 세심함으로 그려낸 것임을 알 수 있다. 워낙 묘사가 두드러져 정밀성에 자꾸 눈이 가지만 사실 그의 작업의 초점은 자연의 하모니에 맞추어져 있다. 그림속에서 자연물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같다. ‘비취배추’ 의 재현이 너무나 정교해 보는 이를 질리게 한다면, 이종혁의 작업은 여러 종류의 동식물들이 어우러져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조그만 화폭에는 수많은 종류의 동식물들이 서식한다. 긴 더듬이의 메뚜기서부터 잎사귀위에 올라앉은 개구리, 별빛 밤하늘을 지새우는 큰 눈의 올빼미, 숲속의 딱정벌레, 물위를 솟아오르는 황새치, 혀로 새를 위협하는 뱀과 물속의 수초들, 온갖 종류의 새와 나비들을 받아들이고 키워내는 신비한 나무 등등. 그런데 이런 이미지들은 자연에서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 실재에 기반하지만 한 화면에서 모두 발견한다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연출해낸 것임을 알 수 있다.
부엉이Ⅱ_종이위에 수묵담채_53x73cm_2014
현실과 상상이 적당히 버무려져 마치 영화 ‘아바타’ 속의 상상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질베르 뒤랑(Gilbert Durand)이 인간을 지구상에서 다른 동물과 구별짓는 것은 ‘상상’ 이라고 말한 것처럼 그의 화면은 상상의 기반위에 만들어진 소산이다. 그의 작품속의 나무나 줄기들은 독특한 무늬와 장식을 하고 있는가 하면 종종 낯선 새들이 훨훨 날아다니며 고무풍선같이 생긴 홀씨들이 화면을 떠다닌다. 우리를 더욱 묘연케 하는 것은 강렬한 명암대비에서 찾아지는데 그의 작품은 밝음의 세선이 진한 어둠과 맞물리면서 자아낸 것이다. 이런 명암의 충돌은 현실감각이 희미해지면서 환상의 들판으로 나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무거운 현실은 가상의 공간속에 맥을 못 추게 되고 우리의 상상은 깃털처럼 가볍게 환상속으로 빠져든다. 이런 환상적 측면은 그림뿐만 아니라 조각에서도 나타난다. 광명에 있는 그의 작업장 주위에는 조각들을 채운 가든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거기에는 각종 동물 이미지에 착안한 조각작품들이 있다. 하나같이 신화에나 나올법한 모양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그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동물 이미지를 떼어내 단독으로 제작한 것이다. 단독 이미지로 구성한 것은 주위의 배경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주위는 파란 잔디로 둘러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산수유와 개나리가 피고, 게다가 뒷산은 수천그루의 밤나무가 울창하여 작품과 자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같은 느낌을 준다. 그의 작품은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꿈을 불어넣는다. 사람에게 꿈꿀 자유가 없다면 어떨까. 음식이 육체의 활력소라면 꿈꿀 자유는 마음의 활력소이다. 목표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듯이 꿈없는 내일을 상상할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의 꿈을 멈추게 하는 것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 우리가 현실을 참고 견디는 것은 내일의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푸쉬킨(Aleksndr Sergeevich Pushkin)의 시(詩) 중에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중략)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란 구절이 나온다. 모든 것이 지나고 나면 훗날 소중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현실적 고투(苦鬪)는 내일을 여는 밑거름일 것이다. 이종혁이 그려내는 세계는 자유롭고 활발하며 평화로운 세계이다. 꿈꾸는 자가 미래에 먼저 도달하듯이 상상하는 자는 미래를 창조한다. 단순히 욕구하는 것과 그 욕구를 실현하는 모습을 그릴 수 있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그런 면에서 꿈과 상상은 풍성한 삶을 발효시키는 효모와 같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세계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 한 어떤 현실의 제약도 견디어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품고 있는 것같다. 그의 이미지들은 칠흙같은 밤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밤하늘에 별빛이 더욱 또렷하게 보이듯이 그의 그림에서 밤하늘에 자태를 드러내는 이미지들은 존재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별빛은 기지개를 켜고 새들은 부스스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며 나무들은 잠깐 들린 손님들에게 쉴 자리를 마련해준다. 곳곳에 자리잡은 미끈한 탑들은 이들의 안정을 지키는 보초같다. 드넓게 펼쳐진동화같은 세계가 그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꿈으로의 자적을 재촉한다.
서성록 (미술평론가)
꿈꾸는 세상_종이위에 수묵담채_73x61cm_2014
꿈꾸는 세상_종이위에 수묵담채_73x61cm_2014
풍경Ⅱ_종이위에 수묵담채_61x73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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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혁
2002-2005 atelier63 Paris | 1999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 1995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 1993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개인전 | 2014 7회 개인전, 예일화랑 (서울) | 2013 6회 개인전, 예일화랑 (서울) | 2012 5회 개인전,충현박물관 별관 (경기도 광명시) | 2010 4회개인전,충현박물관 별관 (경기도 광명시) | 2008 갤러리 이화 (서울) | 2004 Chapelle Taitbout (Paris) | 1998 관훈갤러리 (서울)
그룹전 | 2014 갤러리 앨리스 개관기념 초대전, 갤러리 앨리스 | 2014 제 19회 '14 현대미술 12인의 시각과 전망'전,예일화랑 | 2014 아트쇼 부산, BEXCO | 2013 현대미술 20인전의 시각과 전망전, 예일화랑 | 2013 홍콩 아트페어 | 2013 초대2인전,갤러리 중 | 2012 상하이 아트페어 | 2012 제17회‘12현대미술 12인의 시각과 전망’전 ,예일화랑 | 2011 제16회‘11현대미술 12인의 시각과 전망’전, 예일화랑 | 한국-러시아 미술문화교류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 빛그림전, 광명시민회관 | 2010 현대미술 11인전, 예일화랑 | 단원미술제, 단원전시관 | 빛그림전, 광명시민회관 | 2008-2013 광명미협 회원전, 광명시민회관 | 2005 제6회 비엔날레 유로 에스땅브, 뿌에되 갤러리,오리옹,프랑스 | | 아뜰리에63의 30년, Foundation Taylor,Paris,프랑스 | 2004 | "Trace" , 이마쥬갤러리,에피날 | 프랑스 제2회 시제국제비엔날레, 프랑스 | 한국 정년작가들, 한국문화원,파리,프랑스 | 2003 "Sex", 에스파스 트리스탄 베르나르 파리 "Self-Portrait", 파리 | 한국 정년작가들, 한국문화원,파리,프랑스 | 2002 보가르 국제살롱, 보가르,프랑스 | 2002-2003 오푼스튜디오 알포르빌, 프랑스 | 2001 한국 청년작가들, 한국문화원,파리 | 2000 오푼 스튜디오 빵땅, 프랑스 | 1997-1998 "Place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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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40524-이종혁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