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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강 展
" 자연으로부터-사유 "
Steel and Welding_250X50X220Cm_2014
대전시립미술관 4전시실
2014. 4. 3(목) ▶ 2014. 4. 6(일) Opening : 2014. 4. 3(목) pm2. 대전시 서구 만년동 둔산대로 155 | T.042-602-3204
Steel and Welding_100X50X250Cm_2014
자연으로부터의 사유, 자연미를 구현하는 허강의 작품
미술평론가 유현주 허강의 예술은 자연으로부터의 사유에서 시작된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기보다는 자연의 형태에 내재한 자연미를 추상해내는 작업이다. 자연의 순환 법칙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환기시키는 자연미는, 허강의 작업에 있어서, 문명에 의해 왜곡되거나 황폐해진 인간의 삶을 반추하는 근원으로 작용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즉 자연미는 자연지배의 역사 속에서 사라진 인간 본연의 고향으로서의 자연이 어떠한 것인지를 환기시키는 것과도 같다. 이와 같은 자연미를 형상화하는 작업에는 인간 실존의 답을 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다.
자연미 자체의 아름다움을 조형하는 허강의 방식은 역설적이게도 자연을 더욱 ‘인위적으로’ 표본화하여 두드러지게 만드는 일처럼 보인다. 심지어 몸체에서 떨어져 나온 곤충의 날개 혹은 나뭇잎의 커다란 조각은 물화된 자연처럼 자연의 자연성을 상실한 것으로 비쳐진다. 다소 과장된 그 이미지들은 그러나 놀라운 반전을 가져온다. 절단된 잠자리 날개는 현실에서는 버려진 생명을 의미하지만, 작가가 금속을 가지고 조형한 그것은 오히려 자연의 본질을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예술의 옷을 입은 그 잠자리 날개에서 우리는 저마다 일정한 무늬패턴을 가진 다양한 존재, 카오스와 코스모스가 혼재하는 우주의 생명, 나아가 일종의 ‘신성’이 分有된 세계로서의 자연을 보게 된다. 인위적인 질료를 가지고, 눈에 드러나지 않았던 자연의 본질을 가시화하기 위해 예술의 숨을 불어넣는 이러한 작업은 참으로 과학적이라고 부를 만한 과정들을 통해 전개된다. 즉 컴퓨터 드로잉과 레이저 커팅,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스틸로 두께와 형태를 섬세하게 조율한 작가의 탁월한 장인적 기술은 자연의 재현을 훨씬 능가하는 자연의 각인을 이루어낸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마침내 역사와 인간문명에 파묻혀 도구로 사용되거나 장식에 지나지 않았던 자연이 아닌 바로 자연미 자체를 바라보도록 이끄는 것이다.
Steel and cutting_80X235X225Cm_2014
허공으로 부유하는 연 잎, 선의 윤곽만으로도 아름다운 꽃, 따뜻한 털을 품은 씨앗, 성자의 모습처럼 보이는 곡괭이, 인간의 몸을 감싸 안는 도포 등, 자연이면서 자연이 아닌, 이 기묘한 자연의 유사 설치물들은 무엇보다도 자연을 인간의 도구로 바라보지 않는 작가의 철학적 시선이 존재한다. 즉 작가는 도구가 아닌 하나의 존재자로서 자연 혹은 사물들을 바라 볼 때 생기는 새로운 ‘대지’를 우리 눈 앞에 열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때, 하이데거가 언급했던 것처럼, 망각되었던 것, 즉 존재의 열림이 예술작품 안에서 일어나게 되는데, 허강이 표현한 들꽃에서 혹은 쓰다 버려진 금속 도구조각 조차 인간을 혹은 신을 깨닫는 새로운 대지로서의 인식의 희열이 피어 오른다. 도구가 아닌 존재로서, 자연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자연이며, 자연과 인간이 순환하는 ‘관계의 망’을 이루고 있다는 인식과 함께, 예술이 진리를 말하는 존재라고 하는 깨달음이 거기 있다. 허강의 예술에서, 자연 너머의 것을 관조함으로써 오는 일종의 숭고와 같은 이념이 발생한다..
그와 같은 숭고는 그러나 두렵고 거대한 대상으로부터 오는 외경심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힘없이 여리고 연약한 존재들, 가까운 곳에서 우리와 같이 호흡하지만 쉽게 잊혀지거나,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희생되었던 자연에 대해, 허강의 작품이 받치는 오마주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허강의 미적 사유에서 자연은 이제 대지로부터 저 하늘로 비상하는 자연, 인간의 이기심의 비수로부터 언제라도 따뜻이 감쌀 수 있는 온유함, 이성의 셈으로 헤아려 지지 않는, 깊은 바다의 심연과 같은 인류의 모성이 된다. 그럼으로써 허강의 작품은 자연으로부터 끌어낸 허강 자신의 사유를 통해 바로 자연 그 자체의 자연미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Steel and Welding_150X70X170Cm_2014
Steel and cutting_200X50X160Cm_2014
Modeling and an image_가변설치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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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강
Moscow State University of Printing Arts/Art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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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40403-허강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