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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훈 展
'Symbolization of Emotion'
LOVE III. 02._720 dots composition_100X107.2cm_Acrylic on canvas_2014
팔레드서울
2014. 3. 19(수) ▶ 2014. 3. 24(월)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6번지 2F | T. 02-730-7707 관람시간 | 월-금 AM 10:00 ~ PM 9:00, 토-일 및 공휴일 AM 10:00 ~ PM 7:00
감정의 상징화 Symbolization of Emotion 256개의 점으로부터 시작된 기호(sign)와 신호(signal)
인간은 지금껏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말과 언어로 표현하고 기록하며 진화해 왔다. 오늘날의 수많은 시각언어 중 가장 진보된 커뮤니케이션 수단 중 하나인 픽토그램(pictogram)은 인간의 다양한 의사 표현을 하나의 형태로 표준화하여 이를 보편적으로 활용 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통해 약속된 기호(sign)가 정의한 형태 안에서 인간의 상태와 감정을 표현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기호(sign)와 신호(signal)는 학습된 형태로 뇌에 기억되고 인지되어 수동적 행동패턴을 만들어 낸다. 이때 표준화된 기호(sign)가 가진 상징성(symbolism)과 보편성(universality)은 인간 개개인의 다양한 상태와 성격, 감정을 표준적으로 정의하는 판단 오류를 범할 수 있으며 현대인의 복잡다단한 일상은 이러한 규칙과 정의에 의한 수동적 학습으로 인해 몰개성적인 가치기준으로 획일화 되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대 기호 체계의 조형적 특성을 분석하여 얻어진 점(dot), 선(line), 면(plane)의 세가지 구성 요소 중 첫 번째 이야기는 점(dot)으로부터 시작한다. 256개로 정의된 점은 1바이트(byte)를 의미하며 디지털 상에서 알파벳을 기준으로 한 글자를 나타내는 정보의 단위로서 디지털 용어로는 기억장치의 최소단위이다. 오늘날의 기호는 디지털 상에서 도안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256개의 점을 기준으로 인간이 정의한 기호 안에 내재된 다양한 감정에 대한 심리적 상태를 시각적으로 상징화(symbolization)하고자 한다.
디지털 프로세스를 통해 표현된 수많은 점들과 컬러들 안에서 구성되는 기호(sign) 그리고 빛과 소리에 의한 신호(signal)는 표준화된 감정의 시각언어 안에 담겨있는 인간 본연의 감정 변화에 대한 다양성(diversity)을 메시지적 상황으로 해석해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이것은 인간을 위한 가장 인간적인 시각 언어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Prologue
언어가 하나도 통하지 않은 낯선 땅에서도 (화장실 픽토그램), 이런 픽토그램을 보면 한눈에 이곳이 화장실인지, 그리고 별 어려움 없이 남자, 여자 화장실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픽토그램은 그림을 뜻하는 픽토(picto)와 전보를 뜻하는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로 그림문자의 일종입니다. 의미하는 내용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하여 누구나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편적이고 객관화된 정보를 응축하고 있는 표준화된, 누구나 공감이 가능한 직관적 언어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표준화된 기호를 통해 화장실이나 구체적인 대상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 인간 본연의 다양한 감정의 모습을 담아내면 어떤 모습일까요?
함영훈 작가는 디자인을 공부하고 디자이너이자 픽토그래퍼(pictographer)로 적지 않은 시간을 활동을 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그림이면서 동시에 언어의 속성을 가진 픽토그램을 작업을 하면서 픽토그램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단순한 정보 전달의 기능을 벗어난 감성을 담아내는 시각 이미지로 픽토그램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의 영역이 아닌 작가로서의 개인 작업의 영역에서 픽토그램의 기본 조형 요소인 점, 선, 면의 규칙과 불규칙의 패턴화를 통해 자신만의 조형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함영훈의 작업은 픽토그램에서 시작된 작업이지만, 그의 작업은 픽토그램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여기 ♥가 있습니다. 이 기호는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정의한, 표준화한 기호입니다. 작가는 여기에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약속한 언어(기호)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감정을 표준화 하는 틀 안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는 인간이 정의한 가장 원시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언어인 기호(sign)를 이용해 현대인의 다양한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시각적 표현에 대한 탐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삶의 형태 안에서 정의된 기호가 유도하는 수동적 행동 패턴과 인지 심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표준화 된 감성 안에 내재된 인간 본연의 다양한 심리적 상태를 시각적으로 상징화(symbolization)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미술 작가들이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서, 아님 색채, 선 등의 추상적인 요소들을 활용해서 인간의 감정을 담아내려는 작업을 진행했지만, 함영훈 작가의 작품이 새롭게 보이는 것은 기호를 통한 ‘감정의 상징화’라는 작가만의 새로운 접근 방식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조형요소 중에서도 점에 집중한 작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작업이 디자이너와 작가를 병행하며 나온 작업이었다면, 이번 함영훈 작가의 개인전은 작가로서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점(dot)으로부터 시작된 조형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디지털 상에서의 최소 단위인 1바이트를 기본으로 작가가 어떻게 점이라는 조형 요소를 인식하고 이를 발전시켜 감정의 상징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입니다.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것이 작가로서 핸드캡이 아니라 픽토그래퍼로 다져진 시각적 기호 활용 능력과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작가로서의 함영훈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길을 가다 정지 신호에 차를 세우듯이, 전시장에서 함영훈 작가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감정의 기호에 나를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단계적으로 배열된 친절한 전시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작가가 보낸 감정의 신호가 잡히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응답하시면 됩니다!
- 아트엔썸머_김기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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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40319-함영훈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