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화 展

 

Thistle-memory_90x35cm_Oil on canvas_2014

 

 

화랑미술제 | Coex Hall c | Booth no.K2

 

2014. 3. 6(목) ▶ 2014. 3. 9(일)

개막식 2014. 3. 5(수) pm5.

서울 강남구 삼성1동 159 | T.02-6000-0114

 

www.artkorea.info

 

 

Thistle-memory_116.8x91cm_Oil on canvas_2014

 

 

이명화, 엉겅퀴 이야기

 

이명화는 산과 들이라면 어디든지 볼 수 있는 엉겅퀴를 모티브로 삼는다. 어찌보면 너무 흔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잘 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명화에게는 각별한 존재이다. 작가가 쓴  ‘소멸, 그 아름다움’이란 글에는 이런 생각이 잘 담겨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산길, 타는 듯한 햇볕이 내려 쬐는 길가에 핀 엉겅퀴를 본적이 있나?그 타는 듯한 太陽 아래서 가시를 달고 있는 짙푸른 이파리의 엄격함, 화산에서 붉은 용암이 솟아 나오는 듯한 요염한 불꽃 같은 꽃, 농염한 아름다움과 고혹적인 색감에 매료된다.”

 

이명화는 유년시절 경상북도 안강이란 마을에서 자라나 어렸을 적부터 산과들의 자연물들을 벗삼아 지내왔다. 성인이 돼서 그곳을 떠나왔지만 언제나 그의 가슴속에는 안강의 뚝방길에서 뛰어놀았던 즐거운 시절과 들판에 만개하였던 들꽃들이 남아있다. 안강은 추억의 원본이자 순결한 냄새가 풍기는 곳이다. 그의 그림은 이처럼 고향에 관한 추억에서 싹을 틔우고 또 길어올려지고 있다.

그의 작품을 추적해가면 그의 심상을 파악할 수 있는데 가령 2002년에는 들판속의 야생화를 비롯하여 해바라기, 맨드라미 등을 다루었고, 2004년의 노송, 2005년에는 주로 정물화를 통해 화사하게 피어난 꽃들을 즐겨 다루었다.  2009년에는 단 한차례 예외적으로 여성의 장신구를 다룬 개인전을 열었을 뿐 대부분의 테마는 야생화와 식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Thistle-memory_90x35cm_Oil on canvas_2014

 

 

이번 전시의 출품작은 엉겅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엉겅퀴는 작가가 산행에서 만난 것들로 오서산,치악산,지리산,칠보산,칠장산,군자산,속리산 등지를 여행하면서 산중에 핀 엉겅퀴를 카메라에 담았다가 스튜디오에 돌아와 그것을 그린다고 한다.

그의 엉겅퀴는 대체로 흐릿한 풍경을 후경으로 삼고 있다. 산중턱 또는 정상에 올라 내려다본 풍경이랄 수 있으며 전면에는 예외없이 엉겅퀴가 자리잡고 있다. 작가는 엉겅퀴를 ‘요염한 불꽃같은 꽃’으로 묘사하였지만 사실 그 꽃은 가시가 나있어 만질 수 없으며, 이파리는 무슨 사연이 그렇게 많은지 톱날처럼 날카로운 돌기로 보는 사람에게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다.  짓궂은 손에 괴롭힘을 당한 탓일까, 거센 바람과 찬공기에 시달리고 움추리며 살아오면서도 연분홍꽃을 피어낸 엉겅퀴, 그러기에 엉겅퀴의 존재는 더없이 귀해 보인다. 핏빛 면류관을 둘러쓴 엉겅퀴는 우리에게 아픔 없이 사랑할 수 있느냐고, 눈물 없이 사랑하겠느냐고 되묻는 것같다.

그림에 핀 엉겅퀴는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그 삶의 여로를 돌이켜 보면 숙연해진다. 작가의 그림에는 황금기를 보낸, 하얀 보풀이 휘날리는 엉겅퀴도 자주 눈에 띈다. 흰털에다 씨를 실어 주위로 날리며 겨울채비를 서두른다. 가을의 엉겅퀴는 그야말로 추레한 모습일 수밖에 없다. 여름철의 전성기에 비하면 이만저만 볼품이 떨어진 게 아니다. 그런데도 이명화가 초라한 엉겅퀴마저도 주목하는 것은 그것의 장렬한 죽음속에서 다음 생명을 위한 고결한 희생정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작가는 한때는 영화로왔으나 이제는 시들어 보잘것없이 되어버린 꽃속에서 ‘한 가닥의 진실’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작가는 담백하고 소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엉겅퀴의 화려한 겉모습 대신 그는  자신이 잉태한 씨앗을 마지막 한 털까지도 바람에 멀리 날려보냄으로써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자기비움과 희생의 의미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절제된 색감을 통해 소멸의 아름다움이 지닌 가치를 전달해주고 있는 셈이다.  

 

 

Thistle-기억_90x35cm_Oil on canvas_2014

 

 

작품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기법상의 문제이다. 덧칠하여 형태와 색채를 완성해 가는 이전의 유화작품과는 달리 터치와 물감 자체의 질료감을 매우 중요시 된다. 동일한 물감이라도 물감의 양과 건조시키는 시간의 차이점을 생각하고, 테레핀 같은 종류의 용매제를 사용하지않고 물감 그대로의 날것만을 캔버스에 올리는 기법을 사용한다. 그러면 물감이 화면에 고착화되지 않고 그대로 점성을 지니게 되는데, 그러한 물감의 특성을 이용하여 형태를 만들어 간다. 물감의 점성은 건조되는 시간에 따라 완성되어지는 최적화의 조건을 만들어 준다. 정지 화 된 화면은 형태나 색감을 올리는데 ‘찍는 기법’을 수반하게 한다.

 수없이 반복하여 찍어 내린 화면은 두툼한 질감을 만들어 단색의 병치 혼합을 동반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병치 혼합이란 색채에 있어서 시각적인 혼합의 결과를 보여주는 요소이지만, 두터운 질감으로 이루어진 캔버스에서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자세히 보면 물감의 알갱이들이 서로 엉켜서 늘어져 있기 때문에 단색을 집적하여 소묘적인 효과를 볼 수가 있다.  단순한 소묘가 아닌, 색채를 가감하여 이미지화된 소멸의 기법인 것 이다. 엉겅퀴의 생물학적 이미지는 단단함 그 자체의 상징성을 띤다. 온 몸에 갑옷을 두른 채 가시가 솟아나 있고 단단한 이파리는 그 엄격한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봉우리는  수많은 돌기의 결정체이다. 그러한 하나의 완성된 이미지는 ‘찍는 수법’의 기법을 당연히 동반케 함으로써 표현의 극대화를 만들어 준다. 하나하나의 붓 터치는 서로 첨예하게 엉키어서 화면에 질곡적인 고착을  이루어 낸다.

그의 그림을 단순한 풍경화로 본다면 올바르게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 작가가 기용한 형태는 상징성을 띤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그가 기용한 엉겅퀴는 ‘기다림’과 ‘희생’과 같은 덕목을 함축하고 있다. 영롱한 꽃은 생명의 충만을, 가시는 인고의 세월을, 하얀 보풀은 자기희생을 각각 뜻한다. 그는 대상을 생물학적 관심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속에서 인간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 어떤 외부의 손길을 거부하고 온 몸을 갑옷으로 두른 채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엉겅퀴가 이처럼 꿋꿋하게 자라올 수 있었던 것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인가는 백화난만한 ‘영원한 계절’을 맞이하겠다는 소망, 바로 그것이 엉겅퀴를 이토록 강인한 존재로 만든 것이 아닐까.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Thistle-기억_100x45cm_Oil on canvas_2014

 

 

Thistle생성3_65.1x45.5cm_Oil on canvas_2014

 

 

 
 

이명화

 

홍익대학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 10회 | 경인미술관 | 인사아트 | 장은선 밎 가나아트스페이스 | 아산병원갤러리 등등

 

아트페어 | 2014-화랑미술제(coex) | 2013 | KIAF-coex | SOAF(서울 오픈아트페어)-coex hall | 화랑 미술제-coex hall  | 창원 아트페어-창원 문화회관 | 2012 | ART ASIA 2012 COEX HALL A | RED DOT miami |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 성남국제아트페어 | 아시아탑갤러리 아트페어(원스텐 조선호텔) | 경주 국제아트페어-경주문화회관 | 광주 국제아트페어-김대중 켄벤션 | 통영아트페어-통영 문화회관 | 2010 | Artexpo(new york)-94 on the hudson river  

 

그룹전 100여회

 

작품 소장처 | 강원도 교직원 수련원 | 국방부

 

현재 | 한국미협 | 목우회이사 | 한국수채화협회부이사장 | 고양미술대전 심사역임

 

 
 

vol.20140306-이명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