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숙 展

 

 

화가의 허물 2_The Cast Skin of the Painter 2_130.3x162.2cm_oil on canvas_2014

 

 

가나아트스페이스

 

2014. 3. 5(수) ▶ 2014. 3. 10(월)

Opening 2014. 3. 5(수) 17:00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119 | T.02-725-9258

 

www.insaartcenter.com

 

 

그가 선물하다_His Present_97x130.3cm_oil on canvas_2013

 

 

1. <고윤숙 개인전에 부쳐 - 서양화가 박용인> 중에서

화가 고윤숙은 자기만의 조형어법을 완결하고 있다. 그림의 제재 및 소재는 그 자신의 상상력의 소산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다. 화가는 실제를 보면서 작업한다. 하지만 실제에서는 사물의 형태 및 존재하는 방식만을 받아들일 뿐이다. 회화적인 요건을 충족시키는 조형적인 변주는 순전히 그 자신의 미의식 및 미적 감각에 맡겨져 있다. 그러하기에 형태미는 자연히 자의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게 된다. 즉, 형태미는 있는 그대로의 이미지가 아닌 작가 자신의 미의식에 여과되어 나타나는 형상들이다. 화가 고윤숙은 이 같은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독자적인 형상성을 성립시킴으로써, 이번 전시를 통해 한 작가로서의 창작성을 인정받을 만한 독자적 조형성을 확보하였다....그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꾸준히 창작활동만을 해온 데는 그의 억누를 수 없는 천성적 표현충동이 그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를 이끌어 온 삶의 명제는 오로지 예술이었을 것이다.

 

 

화가의 허물 1_The Cast Skin of the Painter 1_130.3x162.2cm_oil on canvas_2013

 

 

2. <고윤숙, 카오스적인 색과 로고스적인 문자의 충돌 - 조광제 (철학아카데미)>중에서

회화의 위력은 일체의 존재들을 색으로 환원시킨다는 데 있다. 구체적인 사물 하나하나, 전체적인 풍경, 인위적인 제작물 등 모두를 색으로 되돌림으로써 회화의 과업은 완성된다. 그래서 회화 작품에서는 물감마저도 드디어 색으로 돌아가 본 모습으로 변신한다. 작가 고윤숙이 붓으로 물감을 찍어 화폭에 바를 때, 그 진득하게 달라붙는 물감의 점액성, 그 끈적끈적한 질감이 그녀의 손끝에 서부터 몸 전체를 관통하면서 전율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얼마나 실감나게 느끼는가를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그 전신감각적인 전율의 속도가 마치 광기로 넘쳐나듯이 화폭을 점령하고 있다.

...고윤숙은 기의(記意)를 완전히 탈각해버린 문자들을 추구한다. 색이 어떻게 문자들로 변신·생성·노현되는가를 노려 표현하고자 한다. 이는 일찍이 남관과 이응로를 비롯한 뛰어난 화가들이 동양적 정신을 추구했던 것과 맥이 맞닿아 있다. 문자언어의 신성함은 그 기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꿈틀대는 것 같은 우연적인 기표(記標)의 울림으로 나타난다. 작가 고윤숙은 그런 문자언어 자체의 기표적인 울림을 자신이 색에 몰입할 때 전해오는 자신의 전율과 결합한다. 문자언어의 특성상 색이 지닌 그 강렬한 속도의 흐름을 곧이곧대로 유지할 수도 없고 유지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카오스에서 코스모스의 이행에 있어서 로고스 즉 말의 근원적인 개입과 그 개입을 통한 근원적인 분절의 경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이다.

 

 

꽃비, 내리다_Flower Rain, Falling_40.9x53cm_acrylic on canvas_2012

 

 

3. <예술이 삶이고, 삶이 예술이다 - 서예 전각가 김장현>중에서

개인의 작품 속에 투영된 미감의 근원은 당연히 그 사람의 삶의 궤적과 맞닿아있다. 때문에 “예술이 삶이고, 삶이 예술이다” 라는 말들을 한다. 서예에서도 “서여기인(書與其人)” 즉 “서예가 그 사람과 같다” 고 하고 있다. ...작가 고윤숙의 금번 전시회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두 가지의 컨셉트(concept)로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 우리 일상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계절에 따른 풍경들의 변화를 유화기법을 이용한 과감한 붓질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들, 그리고 두 번째로 추상성이 강한 형상과 기하학적인 부호들을 자유로이 조합하여 만든 작품들이 그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듯한 컨셉트에 당혹하여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 보면 풍경화의 화려하기까지 한 색채 속에 골격을 이루고 있는 나뭇가지들에는 강한 힘과 율동성이 부여되어 있으니, 이는 흡사 동양예술의 근간인 필획에서 느껴지는 기운생동(氣韻生動)함을 간직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풍경 자체의 색채와 형상들은 때로는 화사한 봄과 같이 유쾌하고 화려하게 표현되었으며, 때로는 왕성한 생명력을 함유한 여름날의 풍광을 담고 있고, 때로는 오색으로 치장된 가을 단풍으로 표현되어 풍성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한편 추상성이 강한 형상과 기하학적인 부호로써 자유로이 공간 유희를 추구한 작품은 작가가 서예와 전각의 연구과정에서 얻은 미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가 고윤숙은 지난 십여 년을 서예의 5체 즉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와 전각 등등 다양한 서예조형을 연구하였다. 이는 서예 자체의 이해를 위한 노력이었으며, 또한 거기에 머물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동양예술의 핵이라고 일컬어지는 서예의 정수를 인식함으로써 얻은 필선과 조형성을 작품에 반영하는 과정 이었다. 작가가 특히 주목한 것은 자연의 형상을 본 따 상형문자로 서사된 금문(金文)의 뛰어난 조형성이다. 이런 고대 금문은 감각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을 초월하는 추상인데, 추상적이기 때문에 비로소 보편성을 가진다. 추상성이 아니라면 만물을 망라할 수 없고 어디든지 들어맞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런 점을 간파하였기에 이를 작업에 적극 수용하였으며, 본인만의 조형감각과 필획에 대한 느낌을 더하고, 자유로운 구성과 표현기법으로 작품화하였다. 이번 전시회의 관련 작품들은 이와 같은 철저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 반영된 결과물로, 결코 고답적이거나 진부하지 않으며 모던한 느낌을 준다....작가 고윤숙의 작품은 동양성을 근본정신으로 하고, 표현기법이나 형상, 색채 등은 구애됨 없이 서양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기에, 구태가 아닌 상호보완적이며 상생하는 새로움으로서의 “신(新)동도서기” 를 이르는 것이다.

 

 

하나의 꽃 1_A Flower 1_33.4x24.2cm_acrylic on canvas_2012

 

 

4. <작가노트>

그림은 질문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끊임없이 ‘질문’ 하는 것이다. 세상을 통하여 나 자신에게로,너를 통하여 나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림은 다시 너에게로 보내는 편지이다.

■ 늘 ‘새롭게 그리기’

그림을 ‘그린다’ 는 것은, 내게는 오래된 기억과 습관(習慣)을 ‘지우는’ 행위이자 세상을 새롭게 보는 방식이다. 절대화된 회화적 형식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그것마저 놓아 버리는 것, 고착화된 틀을 깨는 것이다. 기억은 현재를 다양하게 읽어내는 하나의 조건에 지나지 않으며, 기억은 기억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 은 한 순간도 내가 기억하는 그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 ‘그것’ 을 아는 것만이 있을 뿐, 그것을 그리는 순간 그것은 이미 그것이 아닌 것이다. 봄(觀)이 흐르고 있고, 들음(聞)이 흐르고 있을 뿐이다.

그림은 예술가의 허물이다

한 작품을 오롯이 만끽하는 것은 작가 자신뿐일지도 모른다. 그림을 관람하는 자나 비평가는 이미 이 순간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그래서 화가는 작품을 생산하며 향유하는 가난을 달갑게 여기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림은 결국 화가의 허물이 아닐까. 모든 예술이 그러하다.

꽃은 피고 지고(花開花謝)

‘봄(春)’ 은 겨울의 동면과 가을의 낙엽과 여름의 푸르름이고 ‘나’ 이다. 그러므로 산과 숲, 나무와 꽃이 나와 하나를 이루는 외경심으로 자화상을 그리는 것이기도 하다. 본래 같은 것도 없고 다른 것도 없는 하나라는 외경심은 자연과하나 됨에서 오는 자연과의 거대한 교류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위자가 작업하는 매 순간의 온전한 존재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마음 밖을 향한 집착과 그에 대한 나라는 자아의식을 내려놓는 것이다. 그림의 대상과 다른 존재로서의 ‘나’ 라는 의식도 약해지고, 그럴 때 비로소 대상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나’ 와 ‘나의 것’이 있을 수 없음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으로서의 작업일 때, 열린 세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천년의 꿈도 찰나와 같다

그림은 찰나(刹那)가 온전한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산과 바다, 숲과 하늘, 나무와 꽃, 작은 들풀이라는 존재의 총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길을 여는 여행이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 들이 그 자체로 나의 전부가 되는 삶일 뿐이다. 그린다는 것은, 결코 동일할 수 없는 인연의 흐름들, 현재에 삶 전체가 열려 작용하는 것을 순간순간 선의 분포에 의한 색의 차이를 평면적으로 고착시키는 행위이다. 즉 2012년 봄에 빛나던 은행나무는 기억에 의한, 물감의 화학적 물질성의 한계를 가진 색채로 화면 위에 분포한다. 길가의 은행나무와 화면 위의 그것이 갖는 차이를 절감하는 것이다. 그림은 무상(無常)을 깨닫는 훈련이기도 하다. 무상한 변화가 만든 다름, 차이를 기억하고 그것을 현재화시키는 것이다. 회화작업이란 결국 무상성을 인정하는 것, 즉 더 이상 반복되거나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 존재에 대한 매우 협소한 표현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겨울이고봄이고여름이고 1_BeingWinterSpringandSummer 1_45.5x53cm_oil on canvas_2013

 

 
 

고윤숙 高允淑 - 호 향산(香山), 산목재(散木齋)

 

선화예술고등학교 졸업 |  |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 2004 제1회 개인전-경인미술관, 서울 | 2006 제2회 개인전-갤러리 토포하우스, 서울 | 2014 제3회 개인전-가나아트스페이스, 서울

 

단체전 | 선화예고 동문전 | 2013 제3회 샤샤전-선화예고 동문전

 

대회참가 및 수상 | 2007 아트엑스포말레이시아 MECC | 2007 제10회 안견미술대전 서예 한문부문 입선 | 2008 제3회 경향미술대전 서예 한문부문 입선 | 2008 제11회 신사임당, 이율곡 서예대전 서예 한문부문 입선 | 2008 제12회 세계서법문화예술대전 서예 한문부문(예서)대련 특선 | 2009 제4회 경향미술대전 서예 한문부문(전서) 입선 | 2009 제13회 세계서법문화예술대전 서예 한문부문(전서)대련 동상 | 2009 제6회 서예문화대전 서예 한문부문(전서) 입선 | 2009 제1회 경향미술협회전 출품 | 2009 제7회 한국서화명인대전 출품, 전각 부문 입선 | 2010 제13회 신사임당, 이율곡 서예대전 전각 부문 입선 | 2010 제14회 세계서법문화예술대전 한문서예(금문) 입선 | 2010 제7회 서예문화대전 한문서예(금문) 특선

 

이메일 | purple2233@hanmail.net

 

 
 

vol.20140305-고윤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