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문 展

 

Calvados in Paris & Free Again

 

 

 

1부 전시 | 경인미술관

 

2013. 12. 18(월) ▶ 2013. 12. 24(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0길 11-4 | T.02-733-4449

 

www.kyunginart.co.kr

2부 전시 | 갤러리 나우

 

2013. 12. 25(수) ▶ 2013. 12. 31(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2-13 3F | T.02-725-2930

 

www.gallery-now.com

 

 

제1부 Calvados i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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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의 기억을 찾아서

 

이경률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교수)

고대 그리스어 카이로스 kairos 는 어원적으로 기회 혹은 호기라는 뜻으로 딱 알맞은 것, 적절한 때이자 유리한 순간을 말하는데, 비유적으로 말해 흉갑의 틈과 같은 지점, 사냥꾼이 정확히 꽂아 넣는 솜씨, 항해사에게 험난한 항로를 간파하는 기술을 말한다. 그러나 이때의 기회는 달인의 놀라운 쏨씨가 단순히 기술적 숙달로부터 만들어지지 않듯이 정신적 의미로 적정 순간의 포착을 말하며, 사진에서 앙리-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찰나 l’instant decisif 를 말한다. 결국 기억에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로고스 logos 와는 정 반대로 주체-작동자 sujet-operator 의 본능적 순간 즉 로고스와 파토스가 서로 만나 어떤 의미 작용을 흘리게 되는 순간,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단편들, 희열과 아쉬움과 교차되는 인상, 오래전 사라진 기억의 부유물, 바로 이것이 카이로스의 기억이다.

  

여기 작가가 보여주는 사진들은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거의 반사적 속도로 움직이는 위대한 직감의 카이로스들이다. 불쑥 아카이브 이미지로 나타난 흑백의 사진들 예컨대 거대한 다리에 살짝 겹쳐 나타난 불 켜진 에펠탑, 북적대는 야간 카페의 낭만과 열정, 그림을 들고 가는 행인, 큰 원통 광고판 사이로 건널목을 지나는 사람 등은 촬영 순간 심연에 잠재된 기억의 지표로 촬영자 자신의 병력구술에 의해 드러난 단편들이다. 그때 작가는 어린 유년시절 희미하게 기억하는 레미니센스나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을 보듯이, 말하자면 현재의 보이는 세상 le visible 의 시간성을 과거의 안 보이는 세상 l’invisible 의 공간성으로 돌려놓는 놀라운 감수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맥에서 현실의 단절이란, 눈 깜짝할 사이에, 장면의 의미 작용과는 전혀 다른 감각의 어떤 조짐을 기록하는 사진적 행위 acte photographique 이며 삶의 현장을 즉각 포획하는 정적의 순간이 된다.

  

사진은 회상-이미지의 은유이라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작가의 사진들은 영화에서 장면과 장면 사이에 존재하는 잠상과 같이 의식과 의식 사이에 존재하는 ‘시선의 무의식 inconscient de vue’으로 나타난다. 무심코 던진 말이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억압된 욕구의 단서가 되고, 실수로 깨트린 유리잔이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구속된 행위의 반작용이듯이, 촬영자의 시선은 우리가 인지하는 의미들 사이로 교묘하게 스며들어 갑자기 모든 지적인 질서를 이탈하면서 예견치 못한 엉뚱함이나 빛과 그림자의 절묘한 형상을 만든다. 이때 경쾌한 금속소리를 내며 현실을 자르는 행위는 보이는 세계에서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잠상의 충동과 욕구를 누설하는 일종의 위장된 제스처가 되며, 그 행위의 결과로 드러난 장면의 낯선 상황들 예컨대 허공 어딘가를 바라보는 군중, 기이한 형태를 보여주는 조형물과 조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 아침 햇살이 비치는 창문 커턴 등은 작가가 언젠가 경험했던 기억의 잠상인 셈이다.

  

작가의 사진들은 단순히 자신의 독백을 설명하는 웅변이 아니라 그것을 수용하는 응시자에게 또 다른 기억의 형이상학을 지시한다. 장면에 나타난 에펠탑, 광장의 개선문, 거리의 카페, 세느강 뚝 등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장소를 지시하고 또한 작가가 직접 경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슬며시 응시자 자신의 경우로 전이되어 상황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떠올릴 수 있는 어떤 명상을 제공한다. 이럴 경우 사진 읽기의 상황적인 재구성은 응시자 자신의 연상의 환유적 확장으로 실행된다. 영화에서 장면과 장면 사이의 빈 여백은 관객 자신의 경험적인 상황으로 채워지듯이 삶의 기억은 끝없는 기억의 시퀀스와 같이 회상자의 연속된 이중인화로 나타난다 : 불 켜진 에펠탑 끝 가장자리에 연이어 나타나는 지난 여름날의 파리 여행 그리고 그 여행 한 가운데 연속으로 겹쳐 나타나는 누군가의 얼굴 ... 결국 작가의 칼바도스는 장면을 보는 응시자의 또 다른 칼바도스로 전이되어 프루스트 소설의 마들렌 과자, 문 열리는 소리, 덜컹거리는 마차와 같이 기억의 자극-신호로 나타난다. 이러한 신호로부터 드러나는 기억의 단편들은 그때 심연에 부유하는 위대한 카이로스의 세상으로 펼쳐진다.

 

 

제2부 Fre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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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육십 평생을 돌이켜 보면 삼십 년은 보통사람으로 삼십 년은 사진가라는 이름으로 살아 오면서 내 안에 살아 숨쉬는 있는 욕구를 위해 셔터를 수 없이 눌러왔지만 대부분의 많은 이미지들이 휴지통으로 혹은 나만의 은밀한 방에 잠시 걸렸다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오랜 시간 사진과 같이 해오면서 근래 들어 부쩍 사진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과연 사진의 본질은 무엇인가. 결국은 사진 그 자체 보다는 어떻게 쓰이는가가 더 우선이라는 데 무게가 더해졌다.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는 것은 언제나 그리 늦지도 빠르지도 아니하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시간을 자로 재듯이 살아갈 필요도 없고 타인과 비교할 필요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번 전시는 내 가슴에 고이 간직해오던 아름답고 소중한 성적인 감성과 더불어 어쩌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본능적 욕구를 은밀하게 드러내는 작업이다. 어쩌면 나는 체면이라는 가면 때문에 전시장에 작품을 설치하기 직전에 바꾸는 비굴함을 선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묵묵히 가고자 한다. 설령 길이 보이지 않아도 나는 갈 것이다. 지금까지 사진을 찍어 오면서 진솔하게 느낀 것이 하나 있다면 그 것은 바로 셔터를 누르지 않으면 사진이 찍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든 여정이라도 걸어 가다 보면 사막의 신기루처럼 언제나 사진은 그렇게 나에게 다가와 주었다. 나의 인생에 함께해준 참으로 고마운 사진에게, 그리고 그 동안 내 사진 안으로 들어와준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하여 고마운 마음으로 남은 사진 여생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양재문

 

 
 

양재문

 

사진연구소 와이포토 대표 |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 사외고문 | 신구대학 사진예술아카데미 교수  | 월간 `사진예술`편집위원

 

개인전 | 아버지의 선물 “父情” (2011, 가나아트스페이스) | 쿠바홀릭(2010 시비엘갤러리) | 국제사진페스티벌 초대전 (2009, 중국 연변) | 흐르지 않는 시간(2008 인사아트센터) | Y. PHOTO DIARY (2000,코닥포토살롱) | ORATIO ANIMI (1998, 경인미술관) | PORTRAITS (1996, 삼성포토스페이스) | MBC 초대전 (1995, 아크리스 갤러리) | 풀빛여행 (1994, 파인힐 화랑)

 

출판 | 사진집 Calvados in Paris (2013, 사진에술사) | 사진집 아버지의 선물 “父情” (2011, 타임스페이스) | 사진집 “ Cubaholic” (2010 사진예술사) | 사진집 “Frozen in Time” (2008 사진예술사) | 이론서 “디지털 사진학교” (2007 맨토르 출판사) | 이론서 “디지털카메라 GX-10 활용가이드” (2007 맨토르 출판사) | 번역서 “사진디자인을 위하여” (1998, 도서출판 삼경)  | 사진집 “풀빛여행”(1994, 도서출판 눈빛)

 

이메일 | yjmphoto@naver.com | 홈페이지 | www.yphoto.co.kr

 

 
 

vol.20131218-양재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