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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과 믿는 것 Seeing & Beliving
김민호 | 구인성 | 양광우 | 박경민
선아트스페이스 Sunart space 김민호 展 구인성 展 2013. 11. 08(금) ▶ 2013. 11. 14(목) 2013. 11. 15(금) ▶ 2013. 11. 21(목)
양광우 展 박경민 展 2013. 11. 22(금) ▶ 2013. 11. 28(목) 2013. 11. 29(금) ▶ 2013. 12. 5(목) Opening 2013. 11. 9(토) pm 5.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5-1 | T.02-732-0732
보는 것과 믿는 것 Seeing & Beliving
류 철 하(전시기획자) 우리의 시각인식은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실제, 즉 눈앞에 보이는 ‘리얼리티’에 대해 의심하면서 우리가 보는 것의 실제와 그것의 환영에 대한 이중의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는 곧 대상이나 사물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곧 대상에 담겨 있는 현실의 상태를 넘어서는 영원한 안정감, 이데아에 대한 결핍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현실은 실제의 대상이면서 결핍이라는 비물질적 징후들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노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실제의 대상을 보는 것이지만 결핍과 부재의 징후들을 포함한 보이지 않는 비현실적인 것을 동시에 상정하고 그것을 보았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의 근저에는 우리가 가져왔던 일련의 역사, 즉 문화적 사회적 역사들과 관련을 맺고 있는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시각인식이 형성하고 있는 세계의 관점에서 자신의 용어를 기호화한 것, 자기 자신의 반영이 곧 시간인식의 가치관들이다. 자기반영의 이미지들은 흘러가는 무한한 이미지의 연속과 불연속을 경험하고 확정하고 재단한다. 그리하여 안정적인 균형을 이루는 이미지의 고착, 인지적인 질서와 경험적인 쾌감을 부르는 어떤 상태를 ‘그것을 본다’ 라는 상태로 인지한다. 본다는 것은 수많은 것들 중 선택된 것이고 보는 것의 안정적 고착은 보이지 않는 심리와 관념의 오래된 학습체계에 근거한 어떤 믿음에 근거해 있다. 그러므로 그 믿는 어떤 것을 선택해 본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인식에 근거하여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의 리얼리티는 무엇인가? 그 믿음의 근원은 무엇인가? 하는 점은 진부하면서도 언제나 갖게 되는 의문이기도 하다. 현대미술은 시각언어를 해체하면서 눈앞에 보이는 리얼리티를 해체시켜 버렸고 리얼리티의 소멸은 ‘유사-리얼리티’를 만들면서 소비주의 기표, 상품이미지의 파편화, 초현실의 시뮬레이션이션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낸다. 리얼리티가 부재한 거대한 기표의 세계에 사는 것이다. 이러한 부재의 시대에 리얼리티를 존재하게 만드는 것은 세계와 자아에 대한 자각이다. 이러한 자각은 문화적 배경과 관련되어져 있고 현대세계의 미술은 문화의 다층적인 실제와 전통, 공통의 신념과 가치관이 충돌하는 현실의 다양한 지점, 문명의 카오스를 탐구해야 한다. 무질서와 갈등, 정치적, 종교적, 물질적 조건에 대한 다양한 차이 등이 현대세계를 이루는 균형에 파열을 낸다. 생존의 열악한 조건 속에 파생하는 다양한 리얼리티는 그러한 차이가 발생한 정치경제적 의미뿐만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정신성의 여지, 비물질적 징후들에 대한 근본적 자각과 자아 형성의 전통에 대한 확인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보는 세계가 사물과 대상의 리얼리티이며 환상이 아닌 실제이고 부재와 기표의 초현실이 아니라는 것은 그러한 리얼리티의 확인에서 시작한다.
김민호는 한강변 고속화도로를 이동하면서 전개되는 풍경에 대한 시간, 공간이미지들을 압축하면서 모호하면서도 연속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 연속된 이미지들은 우리가 경험하고 인식하고 있는 이미지의 쌓기, 겹침, 반복을 통하여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어떤 경험들에 근거하고 있다. 작가의 다음과 같은 진술을 그러한 경험의 과정을 설명해 준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실제적 이미지는 찰나적이고 제한적인 이미지일까? 나는 대상에 대한 이미지들은 그것에 대한 경험과 무의식적인 인식을 통한 대상에 대한 아우라가 쌓여 생기는 그 어떤 설명하기 힘든 시공간적 압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민호作_continuous scenery_강변북로_각 100x73cm_12개 부분_2013
김민호의 작업은 이러한 이동 중인 풍경에 대한 시각경험, 순간순간 끊임없이 변화하고 확장하는 연속적인 스펙트럼의 이동풍경을 cctv를 통해 얻은 부감법적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지된 단일시점에서의 관찰을 나열하거나 해체해서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제작하는 작업방식은 ‘단속적인 풍경의 연속적인 접근’ 이면서 이동하는 시점에 대한 동양화의 전통적인 관찰방법이고 그것이 결국은 보는 방식을 해체하여 일상적 습관 속에 경험된 시각적 풍경, 바로 그 어떤 믿음(그 어떤 설명하기 힘든 시공간적 압축)에 근거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것의 예시가 작품 <인왕>인데 <인왕>은 인왕제색도에 근거한 관념 산수의 구도를 깨트리면서 현실이 가지는 구체적인 혼선과 겹칩, 중복의 다층적인 이미지를 화면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작품 <인왕>은 그러한 현실의 겹침과는 대조적으로 흐릿하지만 분명한 인왕의 호방한 모습을 통해 우리가 보고자 하는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를 암시적로 보여준다. 230M를 걸어가면서 본 <인왕>의 이미지는 그러한 구간의 반복을 통한 현실의 환기와 현실과는 대조적인 인문경관에 대한 풍부한 상상을 역설적으로 이끌어 온다. 그리하여 우리가 보고자 하는 어떤 풍경을 현실의 경관과는 상관없이 선택적인 어떤 풍경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130개의 지점에서 본 서울타워>는 서울 타워를 기준점으로 남산을 돌아가면서 130개의 지점을 겹친 이미지를 제시한다. 흐릿하게 사라지고 없는 남산과 표상만 남은 서울타워를 통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의 실체가, 우리가 보고 있다고 믿는 사물들이 분명한 그러나 규정할 수 없는 어떤 소멸과도 같은 존재임을 나타낸다.
김민호作_continuous scenery(cctv_올림픽대로 to east part1)_180x180cm_캔버스 한지에 혼합재료_2013
구인성作_도용된 초상_110x110cm_cutting&mark in corrugated cardboard_2013
구인성의 <도용된 유토피아>는 골판지라는 재료를 활용하여 그 겹을 벗겨낸 다층적인 이미지의 혼용을 통하여 작품으로서의 유일성이 사라진 원본과 이미지, 그것의 투명한 겹에 대한 이야기이다. 도용(盜用)되었다는 것은 그것의 원본이 이미 상실되었다는 것이고 현실은 ‘유사-진실’이고 이러한 ‘유사-진실’ 사이에 있는 작품의 초상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미 골판지라는 원본이 재생이라는 탄생을 거치고 그것의 페인팅과 찟겨짐, 그리고 중복된 이미지의 장치는 ‘거짓의 거짓은 참’이라는 명제를 만들게 된다. 현실의 재맥락화라는 측면에서 단순히 옵아트와는 다른 다양한 시뮬라르크의 현전(現前)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리하여 시각인식에 대한 부정의 방법론이 서술되고 있다고 하겠다. 결국 작가가 명명한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도 있다’는 현실은 진실도 없고 거짓도 없으며 현실처럼 보이는 세계의 이미지의 가상과 순간의 직관이 교차된 이미지로 제시된다.
구인성作_도용된 초상_112x112cm_cutting&mark in corrugated cardboard_2013
양광우作_divide-rose_100x100cm_mixed media on han-gi_2013
양광우의 <분리-울타리>는 눈으로 보여지는 대상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이야기의 전개를 담고 있는 경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의식의 기억 속에 각자가 담고 있는 심리와 감성, 경계심, 보호본능 등은 일상의 울타리에 분리의 감정을 만들고 그것의 끝없는 원근을 만든다. <분리-장미>는 격렬한 사건에 대한 기억의 상징이고 불이기도 하고 꽃이기도 한 기억의 표상을 상징화한다. <분리-의자>는 분리된 울타리를 등지고 앉고 싶은 마음과 그 빈자리에 지금은 부재한 어떤 인물을 상징하고 있다. 보이는 시각과 믿음의 붕괴, 허무와 텅 빈 욕망을 대조적인 화면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분리-경계>로 명명된 작은 채색작품은 몽환적인 옥빛의 바다와 텅빈 모래밭, 그리고 담장 너머로 무성한 숲의 유혹을 가로지르는 인공의 담장은 비현실적이다. 현실일 거 같지 않는 풍경의 분리가 전개되고 있다. 또 다른 소품에서는 자연의 울타리 너머로 사물들의 미니어쳐(화판, 자동차, 의자..)가 흩어져 존재한다.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삶의 욕망과 편재가 파편화된 화면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양광우作_divide_65x53cm_mixed media on cotton paper_2013
박경민作_내안의 풍경13-6_122x180cm_광목에 혼합재료_2013
박경민은 인간과 그 인간을 포함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궁극적인 물음, 자연과 내 안의 풍경에 대한 궁극적인 물음을 제시한다. 자연은 무수히 이어지는 연속과 반복된 풍경을 통해 제시되고 있으며 여기서 영원히 반복되는 자연의 무상성(無常性)을 느낄 수 있다. 박경민은 이 풍경속에 버려진 실재들, 볼품없이 사그라지는 인공물들의 세계를 드러냄으로써 자연과 인공물, 특정한 장소와 공간의 기억을 재생하여 보여준다. 그것은 흐릿한 이미지의 재생이 갖는 기억과 소멸, 자아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상상력과 연상을 바탕으로 한 실제와 허구를 적절히 교합해 밝으면서도 어둡고 변화무쌍한 존재의 깊이를 드러내는 독특한 묘법을 통해 화면의 질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현실의 모습을 재구성한 기억속의 풍경은 압도적인 자연속에 의지와 실재가 모호한 삶의 이중성, 사물의 사물성을 넘어서고자 하는 재생이 열망을 의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금강송>, <무위사>, <내안의 풍경> 시리즈는 이러한 재생의 열망에 대한 정신경계로서의 공간풍경인 것이다.
박경민作_내안의 풍경13-7_80x122cm_한지에 혼합재료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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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31108-보는 것과 믿는 것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