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열

 

 

 

선 화랑

SUN GALLERY

 

2013. 10. 8(화) ▶ 2013. 10. 14(월)

관람가능시간 및 휴관일 | 평일,주말,공휴일 오전 10시 ~오후 6시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84 | T.02-734-0458

 

www.sungallery.co.kr

 

 

Utopia-A companion_32cmx32cm_Ink-stick and Acrylic on canvas_2013

 

 

사유의 풍경 : <유토피아>

 

 

함선미(예술학, 미술비평)

담박한 풍경 속에서 새들이 유유히 날아간다. 절제된 색채와 여백이 뒤섞이는 그림은 신기루와 같은 공간 속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을 읊조리고 있다. 왕열의 작품은 익숙한 풍경이지만 특유의 서정성으로 인해 ‘그림 속에 시가 있다’는 고전의 표현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흔히 그의 작품들은 현대 동양화의 범주에서 거론되는데, 작가의 근작들은 <유토피아(utopia)>라는 주제 속에서 동양화의 전통성에 대한 고민들을 안팎에서 풀어낸 서사적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작품들을 처음 마주할 때면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던 동양화, 즉 장지에 먹을 사용해 그린 화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보는 이들을 다소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작가는 캔버스, 천, 종이를 가리지 않고 아크릴 물감과 먹을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작품 속에서 동양화의 과감한 행보를 진행해왔다. 때문에 작품은 동·서양, 과거·현재를 가로지르며 정통 동양화에 비하면 보다 친숙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무엇보다 동양의 전통을 가장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동양적 사유가 지속적으로 관통하는 지점에 놓여있다.

왕열의 작품은 주제와 표현 양식에 있어서는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그 근간에는 전통 동양회화의 현대적 모색이라는 고민이 공통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무엇보다도 동양적인 틀을 통해 스스로의 주견을 일궈나간다. 가령, 『장자(莊子)』의 「양생주(養生主)」편에서는 ‘포정해우(庖丁解牛)’에 관한 일화를 살펴볼 수 있다. 이야기에서는 뛰어난 포정이 소를 잡는 모습을 서술하며, 포정의 행위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도(道)’의 경지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일화는 서복관의 『중국예술정신』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서양의 ‘Art’가 기술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것과는 다르게, 동양 예술에서는 기술을 넘어선 경지에 뜻을 두었던 특유의 이념을 가늠하게 한다. 왕열의 작품은 바로 이러한 예술적 자세에서 발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로인해 그의 작품은 동양화의 전통을 단순한 기법, 재료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 우리의 예술정신에서 중시한 사유에 근거하고자 하는 태도가 가장 특징적이다.

 

 

Festivities-A Meditation_62cmx47cm_Ink-stick and Acrylic on Korean paper_2013

 

 

Utopia-A companion_53cm_x_41cm_Ink-stick and Acrylic on canvas_2013

 

 

과거 동아시아의 회화, 특히나 대표적인 문인화단의 흐름은 유독 사실적인 표현을 넘어 그 형사(形似)에 덧대어 작가의 심중을 담아내려는 '사의(寫意)'를 예술적 귀결로 삼았다. 이러한 연유로 문인화에서는 정신성과 사색의 틀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어 온 것이다. 왕열의 작품 역시도 풍경의 실사(實寫)보다는, ‘의경(意境)’에 더욱 중심을 두고 있다. 전통의 예술작품들이 작가의 삶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일종의 수양을 통해 완성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처럼, 그의 작품 또한 끊임없는 현시대에 대한 성찰이 바탕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동양 예술의 중심적인 구조를 이루어 온, 노자(老子)와 장자를 통해 구체화된 도가적 사유와 유가 철학의 관점들이 작품의 시각적인 발판을 이루기도 했다.

실제로 작가는 자신의 삶 속에서 이러한 전통 예술, 나아가 그 안의 내밀한 역리들을 현대적으로 시각화하려는 것에 비중을 두었다. 결과적으로 표현은 담백하다. 단순화된 색면이 화면을 가로지르고, 풍경과 사물은 간결한 필치로 완결되었다. 이 단순한 표현은 세련된 기교, 능숙한 묘사를 넘어선 간솔함으로, 즉 ‘일격’의 경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공간 역시 드문드문 순백의 공간을 과감하게 드러내며, ‘여백’의 전통을 재해석하기도 한다. 다만 작품은 사라져 버린 여백의 전통을 되찾아내려는 듯, 하얀 공간을 화면위에 덧칠해가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렇게 이룩한 비어있는 공간은 때로는 무한한 하늘로, 때로는 물가의 흔적들로, 때로는 이야기의 끝에 남아있는 여운을 끝없이 흐르게 하는 장소로 연결되었다.

나아가 그의 작품에서는 텅 빈 공간이, 물감이 묽게 스며든 캔버스 천과 뒤섞이며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듯한 아련한 느낌들을 자아내고 있다. 거기에 푸른빛으로, 혹은 붉게 물들어버린 넓적한 색면들은 흑백을 중심으로 한 산수의 전통에 동시대성을 뒤섞어 새로운 흐름으로 ‘개화’하려는 듯한 느낌도 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캔버스에 물든 물감의 흔적들은 자연의 요소들과 작가의 심상이 함께 흡수되는 공간으로 귀결되어, 삶과 자연을 한데 물들이고자 했던 동양 특유의 감성들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하였다.

 

 

Utopia-A Meditation_245cm_x_143cm_Ink-stick and Acrylic on canvas_2013

 

 

Utopia-A Meditation_201cm_x_136cm_Ink-stick and Acrylic on canvas_2013

 

 

Utopia-A Meditation_225cm_x_225cm_Ink-stick and Acrylic on canvas_2013

 

 

 
 

왕열 (王烈)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박사 | 개인전 49회 (중국,일본,독일,스위스,미국,프랑스 등) |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수상(동아일보사) |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3회(국립현대미술관) |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 한국미술작가대상 (한국미술작가대상 운영위원회) | 단체전 420여회

 

작품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 경기도미술관대전시립미술관 | 미술은행 | 성남아트센터 | 성곡미술관 |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 고려대학교 박물관 | 워커힐 미술관 | 갤러리 상 | 한국해외홍보처 | 한국은행 | 동양그룹 | 경기도 박물관 | 한국종합예술학교 | 단국대학교 | 카톨릭대학교 | 채석강 유스호스텔 | 호텔프리마 | 천안시청 | 천안세무서 | 한남더힐 커뮤니센터

 

현재 |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동양화과 교수

 

E-mail | why2002@dankook.ac.kr  | Homepage | https://www.wangyeul.com

 

 
 

vol.20131008-왕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