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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영 展
'Round&round'
Round and round_97x130.3cm_acrylic on canvas_2013
제이에이치 갤러리 JH GALLERY
2013. 6. 5(수) ▶ 2013. 6. 17(월)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29-23 인사갤러리빌딩 3F
Pray for the rounds_80.3x100cm_acrylic on canvas_2013
프롤로그
그림을 볼 때, 우리는 먼저 그림에 대한 전체적인 첫 느낌을 가지고 그 다음 화가는 왜 이 그림을 그렸을까 그리고 그 ‘왜’ 를, ‘왜’ 이 형상들을 선택하여 그렸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그 화가에 대한 궁금함을 갖게 된다. 그것이 삶은 자기 체험만큼만 읽을 수 있다는 니체의 말과 같은 것일까. 그 체험은 곧 경험인가 그 경험은 내 몸으로 인지하는 것들뿐일까. 여기서 화가는 체험을 연장시켜줄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하고 그 제시된 원소들로 인하여 우리는 우리 스스로 바로 깨닫지 못한 우리의 상상력을 깨우게 된다.
나는 박화영의 이번 4번째 개인전 ‘원으로‘ 에서 보여주는 그림들을 보며 네 가지 단어를 떠올린다. 원, 공간 그리고 연장통과 유토피아.
Round and round_112.1x145.5cm_acrylic on canvas_2013
원 그리고 공간
불 물 공기 대지 등의 원소는 우주를 멋지게 사고 하기 위해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에게도 창작의 원리를 제공해 왔다. 박화영은 이 원소들 가운데 ‘공기’를 선택한다. ‘내가 그리는 원은 공기야’. 라고 말하는 그녀가 그리는 원은 공기 중에 떠 다니는 에너지이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삶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그 상호간의 작용들을 그녀는 원으로 드러내기로 한 것이다. 공기가 또는 그것들의 상호 작용들이 왜 원과 원들의 부딪힘이나 움직임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화가 자신의 적극적이고 결정적인 선택이라고 말하겠다. 화가를 자극하는 하나의 원소는 화가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것은 곧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그녀가 그리는 원은 멈춰있지 않아 보인다 그것들은 우리의 주변을 둘러싼 것들이 저마다의 에너지들과 부딪히면서 원으로 움직이다가 다시 찌그러지기도 하고 때론 그러한 움직임 덕분에 더 완전한 원으로 만들어 지듯이 그것들은 혼자가 아니다. 박화영은 원을 그릴 때 캔버스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원의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곡선을 그려나가는데 그것은 때론 비뚤어지기도 하고 때론 원의 모양에 더 가까워지기도 하며 먼저 그려진 원 때문에 다른 원을 그릴 때면 먼저 그려진 원의 에너지 때문에 시야가 흐트러져 종종 다음 원을 그릴 때면 더 어렵지만 그 어려움을 넘어가면 한결 더 정원에 가깝게 그려지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 방법으로 그려진 박화영의 원들은 치밀하고 성실하다. 쌓여가는 원들이 만들어 낸 공간은 그 화면이 단순한 정지의 공간이 아닌 언제나 무엇인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가능성을 제시하는데 그래서 그녀의 원들은 나태하지 않고 섬세하며 정지된 형태가 아님에도 수정할 수 없는 역동성을 지니게 된다
유토피아
한 개 한 개의 원을 그릴 때 박화영은 비뚤어지지 않게 빠져나가지 않게 하려고 집중한다. 그래서 그 원을 보고 있으면 그녀의 성실성과 그녀가 지나온 시간들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 같다. 그 순간의 집중력은 시간의 흐름도 비켜가고 주변의 소리도 들리지 않기에 그녀는 그 몰입 안에서 무아의 경지를 경험하는데 나는 그 무아의 경지란 그녀만의 유토피아라고 말하고 싶다. 도무지 현실에서는 마주칠 수 없는 매우 희박한 그 기회를 화가는 캔버스와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집중하는 그 순간에 마주하는데 그 사이에서 화가는 기묘한 꿈을 꾸기도 하고 무언가 성취 하기도 하는 일종의 나르시시즘을 경험하며 그 쾌감은 그 속을 다시 찾아 가도록 화가를 유도한다.
연장통
내가 박화영을 알아 온 지는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녀는 그녀의 원처럼 성실하다 그리고 섬세하고 강하다. 대학원 재학시절부터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쳤었고 이후엔 10년간 제과점을 운영했던 그녀의 집을 찾을 때마다 늘어나는 그림들을 보며 하루에 16시간이 넘는 일을 하면서도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나는 놀라곤 했다. 그녀의 발은 그림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스티븐 킹은 그의 창작론에서 글쓰기를 연장통에 비유한다. 목수가 사용하지도 않는 연장까지 모두 잘 닦아 무거운 연장통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작가도 연장들을 골고루 갖춰 놓고 그 연장통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팔심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나는 박화영의 삶을 통해 연장들을 잘 닦고 있다는 것 언제든 쓸 수 있도록 잘 정리해 놓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녀의 연장통을 풍성히 채워놓고 있었던 것이다.
Round and round_112.1x145.5cm_acrylic on canvas_2013
박화영의 그림은 사람을 닮았다.
가장 완전한 형인 원, 절묘하게도 그 크기는 정확한 측량도 못하는 원, 단단해 보이지도 않지만 마냥 풀어지지도 않는 그런 원. 그 원들이 하나하나 관계하면서 이루는 박화영의 화면 속에서 나는 나를 둘러싼 형체 없는 공기처럼 연결되고 부딪히기도 하는 그런 관계들을 본다. 그 생각들은 마치 봄 바람처럼 노래하듯 다가와 오랜 시간의 변하거나 지나쳐 온 기억들이나 부유하는 나만의 바램들을 가져다 준다. 그것은 어쩌면 원 하나하나를 공들여 선을 이어가는 화가의 애정이 전해지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본다 느낀다 라는 것은 화가의 유토피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마음으로 눈으로 그녀가 그린 선을 따라 원을 그려보자. 화가의 제작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에 그 안에 있는 몽상과 힘을 발견하여 보다 친밀하게 그림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르니 말이다. 동그라미 동그라미를 그리며 문득 떠올리는 어떤 얼굴일 수도 있는 그러한 나만의 원을 만들어 보자.
김지애 (화가)
Pray for the rounds_100x80.3cm_acrylic on canvas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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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화영
1996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 1998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 | 2011 Relations, 갤러리봄,서울 경희의료원 | 1999 Moving air, 담갤러리,서울 | 1997 석사학위 청구전, 갤러리 2000,서울
단체전 | 1999 대한민국 미술대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1999 한강깃발미술전, 여의도공원 | 1999 메시지전, 롯데화랑 | 1998 코너링전, 덕원미술관,서울 | 1997 서울현대미술제, 문예진흥원,서울 | 1996 거울전, 서남미술관 | 1995 픽션들전, 인데코화랑,서울 | 1995 전국대학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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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30605-박화영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