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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갤러리 기획초대전
허진권 展
Venus have being baptized_137x140cm_Acrylic on Canvas_2011
이공갤러리
2013. 5. 30(목) ▶ 2013. 6. 5(수)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 183-4 | T. 042-242-2020
Mona Lisa have being baptized_137x140cm_Mixed media_2011
허진권의 회화
기운, 생명, 에너지의 다이어그램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허진권은 원래 한국화를 전공했다. 그러나 현재 그림을 보면 한국화라는 장르적 특수성이 무색하리만치 해체적이고 탈장르적인 경향성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런 출신성분이나 배경분석은 중요한데, 그의 그림에서 동양의 정신성과 서양의 형식논리가 상호작용하면서 통합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그의 조형원리는 장르적 특수성이나 회화적 순수성보다는 이를 해체하고 통합하는 경향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1980년대 초 국내 최고의 야외설치미술운동인 야투(현재 금강국제자연미술비엔날레)의 창립멤버로 참여하면서 이로부터 그 체질적 유산을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설치미술의 경향이나 경험은 알게 모르게 작가의 평면작업에도 고스란히 스며드는데, 특히 공간성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변주로 나타난다. 평면작업에 한정해보면 일종의 한국화의 형식파괴로 귀결되는 것으로서, 진작부터 수묵과 함께 아크릴 안료를 사용해오다가 언젠가 부터는 아예 전면적인 아크릴 회화로 발전한다. 여백에 대한 분방한 해석이 엿보이고, 일종의 비정형 내지는 변형 틀을 도입해 정형화된 사각의 평면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발견된다. 본격적인 아크릴 회화의 도입은 그의 그림을 한국화보다는 서양화로 보이게 했고, 여백에 대한 해석은 설치미술에서의 공간에 대한 이해와 그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그림에서 여백은 그저 빈 공간이 아니라 비가시적인 영역과 존재(예컨대 추억과 환기 그리고 시간과 같은. 그리고 근작에선 기와 에너지의 파장 내지는 파동과 같은)를 위한 암시적인 공간으로서의 적극적인 의미를 얻는다. 여기에다 일종의 원형의식(1991년 무소부재. 표면적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소재로 한 것으로서, 여기서 고향은 지정학적 장소로서보다는 일종의 원형의식에 견인되는 경우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이후 근작에서 종교에 대한 관심의 뿌리의식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과, 민화의 분방한 형식, 단청과 오방색에 나타난 색채감정과 상징성, 그리고 유년시절의 놀이와 추억(1994년. 이는 이후 근작에서 레저와 스포츠라는 생활감정으로 확장되고 심화된다)과 같은 형식적이고 의미론적인 요소들을 흡수해 들인다. 이로써 감각적 대상성을 겨냥한 재현적인 회화와 순수한 추상 중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그 이질적인 경향성이 하나의 화면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일종의 운동성의 계기로서 통합된다. 운동성의 계기? 그의 그림에서 운동성의 계기는 암시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도맡는데, 모든 사실과 현상 자체를 정적인 순간으로서보다는 운동성의 계기, 작용성의 계기, 항상성의 계기로 보는 것이다.
사랑의 파장_가변설치_2013
이상의 계기들이 어우러져 작가의 근작을 이루는 근간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근작의 원형 내지는 모태가 되는 보다 직접적인 사례가 있다. 2004년 원산도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벌인 퍼포먼스가 그것이다. 이 퍼포먼스에서 작가는 모래사장에 모델을 반듯하게 누인 연후에, 그 모델을 중심으로 해서 가장자리 선을 그려 나가는데, 갈퀴를 이용해 반복적인 패턴을 그려나간다. 모델에 가까운 패턴이 모델의 형상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음에 반해, 모델에서 멀리 떨어진 가장자리 패턴은 순수한 원 형상을 이룬다. 이로써 마치 모델로 나타난 중심으로부터 발원된 기와 같은 비가시적인 운동 에너지가 가장자리를 향해 파장을 그리면서 확산되는 것처럼 보이고, 전체적으론 원 형상 속에 핵에너지가 잠재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마치 모든 존재는 에너지원이며 그 자체 자족적인 우주의 메타포라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이 퍼포먼스에서 유추할 수 있듯, 작가의 이후 평면작업은 현저하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경우로 나아가고, 기와 에너지의 운동성을 추적하고 재구성하는 형태로 진화한다. 그리고 이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 이미지를 바탕으로 일종의 이중화면(과 때로는 다중화면)이 시도된다. 전사 이미지 위에 덧그린 것인데, 전사 이미지와 그려진 이미지를 중첩시키거나 대비시키는 식이다. 이로써 흡사 핵이나 중심으로부터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 같은, 일종의 기의 운동성에 착안한, 파장과 파동을 그리며 동심원 형상으로 퍼져나가는, 반복적인 시각 패턴이 광학적인 옵티컬아트를 떠올리게 하는 근작의 틀이 마련되는 것이며, 이후 평면작업은 그 기본형을 근간으로 다양한 경우로 반복되고 변주되고 심화되는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엄밀하게는 2006년 갤러리 영과 우덕 전시를 계기로 종전의 수묵작업에서 탈피해 보다 본격적인 추상회화 특히 점과 획의 변주로 일관한다. 기와 에너지의 최소입자를 일종의 점으로 보고, 그 점과 점을 변주한 획을 반복하고 중첩시켜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파장을 그리며 확산되는 에너지의 운동성을 표상한 것이다. 그 표상형식은 현저하게 서양의 평면회화처럼 보이는데, 이를테면 단순히 재료가 수묵에서 아크릴로 변화했을 뿐만 아니라, 보다 본격적으론 형식이 반구상 스타일에서 추상회화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적어도 외관상 한국화로부터 서양화의 평면회화 내지는 추상회화로 그 무게중심이 옮겨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변화의 근간이 되고 있는 점과 획의 변주는 사실 동양회화의 가장 기본적인 조형요소인 것이며, 그런 만큼 작가의 그림에 나타난 변화는 다만 외적 형식이 변화했을 뿐, 사실은 그 이면에서 종전의 동양회화의 정신과 형식논리를 계승 발전하고 심화시킨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주지하다시피 동양회화의 기본적인 조형요소는 선이며, 필이며, 준이며, 획이다. 그리고 작가의 그림에 나타난 점은 사실은 선이 압축된 것이며, 선의 축약표현인 것이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 선은 정신이 압축된 것으로 여겨졌으며, 따라서 작가의 그림에 나타난 점은 선을 압축한 것이면서 동시에 정신을 함축하고 있는 경우로 볼 수가 있을 것. 그런가하면 점은 점 자체로도 볼 수가 있는데, 이 경우에 점은 동양보다는 서양화의 형식논리에 가깝다. 이를테면 중첩된 터치(인상파), 망점(인쇄매체), 광점(전자매체), 픽셀(디지털)이 모이면 형태가 되고 흩어지면 형태가 해체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형태를 만드는 최소입자가 다름 아닌 점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작가의 조형논리는 동양회화의 형식요소인 선(사실상 점으로 축약된)과 서양회화의 형식요소인 점을 각각 취해와 이를 심화 발전시키고 있는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 각각 동양회화와 서양회화로 나타난 정신성(존재와 소우주의 표상형식으로서의 모나드)과 형식논리(형태가 가능해지는 최소단위로서의 점)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의지가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파장_가변설치_2013
이렇게 그려진 그림은 마치 모자이크 화 같고 타일 화 같다. 아마도 일정한 단위구조가 반복되고 변주되는 패턴이 두드러져 보이는 탓일 것이다. 그 패턴은 세계의 모든 존재들로부터 발원되는 에너지의 파장처럼 보이고, 그 에너지원들이 상호작용하는 관계의 파장처럼 보이고, 만남의 파장처럼 보이고, 인연의 파장처럼 보인다. 그 파장의 최소단위로 나타난 점이 존재의 입자. 존재의 환원을 떠올리게 하며, 억겁의 세월을 돌고 돌아 내가 너와 만나고 주체와 타자가 관계 맺어지는 우주론적 비전과 그 섭리를 표상한다. 그런가하면 퍼져나가는 점과 그 점이 그려내는 파장에선 일종의 소리의 울림이 감지되기도 하는데, 시각적 기호 내지는 경험을 넘어 청각적 기호 내지는 경험에로 유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점은 일종의 호흡이며 숨결이며 아니마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 의미는 실제로 매 순간 호흡을 멈춘 채 점을 찍는, 그렇게 찍어나가는 작가의 작업과정과도, 그리고 그 과정에 반영된 전통회화의 창작방법론과도 부합한다. 그리고 작가는 하나의 점을 찍을 때 미세한 색차를 유지하면서 여러 번 중첩해 찍는데, 그렇게 찍힌 점이 마치 입체처럼 도드라져 보인다. 화면 위로 돌출돼 보이는 것인데, 이로써 평면의 한정을 유지하면서, 그 틀 내에서 일정한 입체효과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으로 허진권의 회화는 세계, 존재, 자아가 가능해지는 최소한의 계기를 하나의 점으로 가정한다. 하나의 점과 또 다른 한 점이 상호작용하는 운동성의 계기를 통해서 세계, 존재, 자아가 생성된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각 점들은 존재의 단위구조를 상징하고, 그로부터 에너지를 파생시키는 에너지원에 해당한다. 에너지는 자기 너머로까지 확장되는데, 그 운동성의 계기가 존재의 파장, 관계의 파장, 만남의 파장, 인연의 파장, 사랑의 파장으로 나타나고, 그 파장을 매개로 나와 네가 연결되고 주체와 타자가 연속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마다의 존재가 에너지를 내뿜는 에너지원에 해당한다는 것이며, 그렇게 파생되는 기운의 성분 여하에 따라서 세상은 좋게도 나쁘게도 될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의 그림은 이처럼 저마다의 존재들이 파생시키는 기운의, 생명의, 에너지의 다이어그램 앞에 서게 만든다. (2011년 밀알미술관 허진권 개인전 평문)
사랑의 파장_가변설치_2013
사랑의 파장130203_130.3x194cm_Mixed media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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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권
목원대학교미술교육과졸업 | 경희대학교대학원졸업.
2012. 6 | 미술평단 표지작가 선정(한국 미술 평론가협회) | 2010. 9 | 중일한청년작가기법교류회 한국측수석 대표(중국문화부주최)
개인전 | 1981∼2013현재 | Gallery 현대/서울. 한림 Gally/대전 | Gallery 우덕/서울. | 밀알미술관/서울 | S.A.Y Fine Art /북경 등 개인전 30여회 개최
단체전 | 삶의스펙트럼전/갤러리우덕, 서울 외 단체전 및 초대전 400여회
작품소장 | 삼성문화재단 | 대전시립미술관 | 서울시립미술관 | 밀알미술관 | 석주문화재단 | 공주중앙감리교회 | 진잠감리교회 |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 등
1988∼현재 | 목원대학교미술대학장 역임 | 기독교미술과 창설 및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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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30530-허진권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