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展

 

타임캡슐전 - Time Capsule

 

사궤_The Chest for Historical Documents_180X150cm_장지,자연염료,분채,먹,금분,콩즙_2013

 

 

인사아트센터 2F

 

2013. 5. 8(수) ▶ 2013. 5. 13(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188 | T.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조선왕조실록-록_The Annals of Joseon Dynasty-Green_110X150cm_장지,자연염료,분채,먹,금분,콩즙_2013

 

 

시간의 궤를 연

타임캡슐展

 

회화의 주제로 쉽게 택하지 않는 역사적 네러티브를 선택한 작가의 용기는 바로 꿈틀대는 역사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 있었을 것이다. 동경 없는 역사는 죽은 역사이며, 바라 건데 그 동경은 결코 작가 혼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동경은 개인의 근원을 찾고자 하는 정체성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인간 전체의 것이다.

 

그 정체성에 대한 호기심은 예술을 포함한 인문주의를 이끌었던 동력이었으며, 인문주의는 개인의 의지와 느낌을 담는 글이나 회화와 같은 일차적인 상징 형식으로 표의적인 시각 매체(Visualized object)가 요구된다. 이러한 상징 형식을 실어 나르는 물질적인 시각 매체야 말로 개인을 실체의 강을 건너 진정으로 진리의 세계와 교감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징검다리 인 것이다.

 

시각 매체의 필요성은 인간 인식의 불완전성에서 기인한다. 불교 경전 <열반경(涅槃經)>에서 유래된 ‘맹인모상(盲人摸象)’ 즉,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식의 불안정하고 왜곡된 인식의 결과가 그것이다. 인간 감각기관의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매체에 통한 다각도의 끊임없이 실험과 논의가 시도되어야 하는 것이 그 때문이기도 하다.

 

본 전시에서 작가는 ‘시간’ 과 ‘색’의 겹을 통해 인간의 인식 방법의 한 축을 설명하고 있다. 수많은 인식의 방법론 중 작가가 택한 시간과 색이라는 ‘인식의 문’은, 평면에 각인되어버린 듯한 회화의 고체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보이지 않는 시간의 겹을 색을 쌓아 올리는 수행과 같은 반복 되는 행위 속에서 발견된다.  

 

 

조선왕조실록-황_The Annals of Joseon Dynasty-Yellow_110X150cm_장지,자연염료,분채,먹,금분,콩즙_2013

 

 

마치 마크 로스코(Mark Rothko) 같은 비대상적인 색채주의자 같기도 하다. 오배자, 치자, 정향, 쑥, 쪽, 홍화, 소목 등에서 오방색과 닮은 천연염료를 얻어내고, 겹겹히 올린 삼합 장지 위에 이들을 수 차례 채색 후 분채, 금분 등을 덧칠하고 콩 즙으로 마무리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밑 색이 투명하고 자작하게 배여 나온다. 작가는 대상의 형상을 최소화하는 비대상성 통해 끝임 없이 쌓아 올린 오방색에 큰 방점을 찍는다. 수행의 행위와도 같은 반복되는 색의 겹을 위한 작가적 실천은 상실에 대한 보상이다. 모든 이의 시간과 기억 속에 내재해 있으나 그 실체를 상실에 대한 보상을 향한 염원.  

 

작가는 색을 쌓아 올리는 과정 중에 맞닥뜨리게 되는 의도치 못한 색을 발견하는 여행에 자신을 내맡기곤 한다. 시간은 역사의 주름이다. 현재인 이 시간은 언젠가는 과거가 되고 또 미래가 된다. 한차례 한차례 쌓아 올린 색은 그 다음 색에 의해 덥히면서 순식간에 과거가 되고, 또한 동시에 고스란히 투명하게 배여 나오는 그 모습은 동시에 현재이자 다음 색을 위한 미래이다.

 

 

조선왕조실록-청_The Annals of Joseon Dynasty-Blue_40X60cm_장지,자연염료,분채,먹,금분,콩즙_2013

 

 

오방색을 이루는 오정색과 오간색은 청-록, 적-홍, 백-벽, 흑-자, 황-류황의 관계이자 봄-매화, 여름-난초, 가을-국화, 겨울-대나무를 차례로 상징한다. 또한 동서남북과 사잇방위, 4계절과 환절기, 오행이 가지는 속성인 청(탄생, 젊음, 희망, 나무), 적(열정, 벽사, 강인함, 불), 백(진실, 지조, 완벽, 금), 흑(암울, 어둠, 죽음, 물), 황(우주 중심, 신성, 불변, 흙)은 결국 우주 전체를 상징한다. 즉, 오방색 혹은 정색(正色) 이라 불리는 전통 색채는 하늘과 자연, 인간이 하나되어 살고자 했던 천지인 합일사상의 세계관으로 음양오행의 세계관을 반영하며, 이를 통해 조화로운 삶을 현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조선왕조 의궤, 실록, 승정원일기, 팔만대장경, 천부경의 단군신화, 서적의 표지장식 능화판과 장수를 기원하는 색동 수복문, 당시 편지지였던 시전지 등 그 당시 시간의 유전자(DNA)를 우성인자로 담고 있던 오브제들을 새롭게 제시한다. 긴 안목에서 보면 모든 역사적 사건들은 그 보다 더 중요한 다른 사건들에 비교되어 바래진다. 또한 사건들은 텍스트화 되어 이슬처럼 인간의 인식에서 기화되어 버리고, 역사학자들이 아니면 빛을 보기도 어렵다. 한 시대의 사건에 불과하였던 것이 세월을 거쳐 현재 작가의 손을 거쳐 우리 눈앞에 현현되고, 그 의미와 가치를 매력적인 시각 매체를 통해 현재의 시간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작가가 스스로 내린 수명사항 이었을 것이다.

 

 

의궤_The Protocols of Joseon Dynasty_40X60cm_장지,자연염료,분채,먹,금분,콩즙_2013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약 100조개의 세포가 각각의 다른 생체시계가 있다는 것이 분자생물학자들에 의해 증명된바 있다. 하물며 미세한 세포들도 갖고 있는 저마다의 시간들을, 이러한 오브제들 속에는 수많은 시간의 층위들이 깊고 짙은 주름의 나이테를 두르고 있으리.

 

시계 속 분침에 의한 시간만이 시간이 아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아야만 바람을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듯, 시간은 보이지 않는 형상이며 만져지지 않는 물질이나 그의 실체는 우리네 색의 겹을 통해 우리의 시간으로 현현되고 있다.

 

박지향 / 미술이론

 

 

조선왕조실록_The Kings of Joseon Dynasty_61X73cm_장지,자연염료,분채,먹,금분,콩즙_2013

 

 
 

■ 이영희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한국화학과 졸업

 

개인전 | 2013 제13회개인전<타임캡슐전> 한국 서울, 인사아트센터 | 2011 제12회개인전<분단한국> 한국 인천, 가온갤러리 | 2010 제11회개인전<오색찬란한 무지개> 한국 서울, 한원미술관 | 2010 제10회개인전<오색찬란한 무지개> 한국 서울, 나무그늘갤러리 | 2009 제9회개인전<오색무지개> 한국 서울, 가나아트스페이스/인더박스갤러리 | 2009 제8회개인전<청산록수> 한국 부산, BEXCO | 2008 제7회개인전<소통-색의 창> 한국 서울, COEX | 2008 제6회개인전<소통-화와 획> 중국 심양, 요녕미술관 | 2007 제5회개인전<소통-오랜 편지> 한국 서울, 목인갤러리 | 2006 제4회개인전<역사의 창> 미국 Sandiego, CJ Gallery | 2005 제3회개인전<역사의 창> 일본 동경, 한국문화원 | 2005 제2회개인전<의식의 창> 미국 L.A, Jim Harter Gallery2004 제1회개인전<의식의 창> 한국 서울, 공화랑

 

수상 | 제37회 구상전 우수상 | 제36회 구상전 특선 | 제25회.23회.22회 대한민국미술대전-비구상부문 입선 | 2003 단원미술대전 입선 | 제14회 한국화특장전국공모대전 입선 | 제7회 소사벌미술대전 입선 | 제30.31.32회 구상전 입선 | 제1회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동상

 

현재 | 한국색연구소소장 | 한국미술협회 | 한국전업미술가협회 | 구상전 회원

 

 
 

vol.20130508-이영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