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열 展

 

無 그리고 . .

 

무-1_59x85cm_한지 채묵+아크릴_2013

 

 

정헌갤러리

 

2013. 4. 13(토) ▶ 2013. 5. 12(일)

Opening : 2013. 4. 13(토) pm 6

서울시 송파구 삼전동 60-12 카페 뜨레모아 B1층 | T.02-423-2525

 

 

무-2_62x92cm_한지 채묵_2013

 

 

虛中 백동열화백의 人生과 作品世界

 

허중畵伯을 SNS로 알게 되어 상면相面한 것은 불과 수개월 전의 일이다.

한학자이자 서예가이며 문인화가인 부친 옆에서, 유년幼年시절부터 먹을 갈면서 자연스럽게 서예와 문인화를 체득體得하게 되었고, 사진작가로 홭동 중인 그의 친형 또한 마찬가지로 부친으로 인해 화가의 길을 걷게 된 예술가 집안 출신이다.

중학교때 미술선생님에게 산수화 병풍 그림을 선물할 정도로 미술에 出衆한 천부天賦적 재능을 보인 그는, 제대후 대전에 화실을 차려 작품활동에 전념하였다.

그러나 많은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생활고때문에 전업작가의 길을 접고 애니메이션계로 진출하였는데, 아이러니칼하게도 그 것이 오히려 작가의 미적수준을 가일층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즉, 애니메이션하면서 하게 되는 인체 드로잉, 배경, 화면구성, 다양한 구조 등을 통해 탄탄한 기본기를 다지게 되어 결국 작가의 그림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초래한 것이다.

에니메이션 제작하는 프로덕션 총감독 역할을 하면서 저녁엔 새벽까지 미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지紙필筆묵墨과의 인연을

지독하게 이어가, 40여년 동안의 뛰어난 글씨와 그림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전업작가가 아니라는 점 등 평소 몸에 배인 겸양지덕謙讓之德으로 세상에 자신의 分身을 드러내지 않았다.

 

 

무-3_30x48cm_한지 아크릴_2013

 

 

그렇게 고매高邁하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허화백이 늦게나마 첫 개인전을 갖게 되었다.

이번 초대전에는 40여년 화력畵歷의 결정체인 서예, 문인화, 수묵화, 아크릴화 등 다양한 분야의 수작秀作을 선 보이고 있다.

그는 수년전 암 수술후 인생관과 가치관의 변화를 거치게 되었는데, 그 것이 작가로 하여금 문자와 정신세계가 결합된 무無시리즈 작품을 탄생시키게 하였다.

자체字體가 서로 다른 수많은 없을 無자를 연결시켜 만든 작품은, 다양한 인간사 즉 수없이 얽혀 있는 인간세계를 표상화한 것으로 佛家에서 말하는 인드라망과 같은 맥락이다. 즉 세상의 모든 인생사는 一見 무관해 보여도 끈처럼 이어져 있어 모두가 소중하여 어느 하나가 무너지면 먼지처럼 재가 되니까, 개개인의 소중함을 인지하여 과욕을 버리고 좋은 인연을 유지하자는 작가의 토로吐露인 것이다.

 

 

무-4_22x19cm_박스지 채묵_2013

 

 

예컨데 무자 144자가 들어간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검정색 작품이나 흙이 되어 사라지는 황토색 작품 등이 그것으로서, 글자 사이의 검은 색은 희노애락喜怒哀樂과 같은 다양한 인생사를 상징하는데 결국은 無=소멸消滅이라는 등식等式과 다름 아님을 의미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최신작 無시리즈는 작가의 동양철학적 사유思惟에서 비롯된 주제이다. 재료면에서 먹이라는 전통적 소재에 아크릴이라는 서양 것을 함께 쓴 복합소재 작품은, 그의 누드작처럼 전통적인 것을 뛰어 넘으려는 작가의 멋진 시도로써 마치 서양화를 연상케한다.

즉 먹으로 서로 다른 體의 無자를 쓰고 그 글자 사이 공간을 아크릴로 여러 번 채웠는데 복잡한 우리 군상群像들과 진배 없어서, 세상 모두가 실이 서로 얽혀 형성된 그물 망網처럼 질긴 인연임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누드_44x34cm_한지 채묵_2013

 

 

작가의 수묵화와 문인화 역시 전통적 기법을 탈피하려는 시도가 엿보이는데 붓 터치나 색상, 구도 면에서 현대회화기법의 표출表出이 바로 그것이다.

서예는 마치 신기神技에 가까운 솜씨를 보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천자문, 명심보감 등의 한문을 엄한 부친으로부터 배우면서 잡게 된 붓은 가히 명필이 아닐 수 없다. 예술의 바다에서 신이 놀고 있다는 ‘藝海神遊’를 통해 자신도 은근 신처럼 놀고 싶음을 희구希求한 초서도 그렇거니와, 전서를 변형하여 초서처럼 쓴 복이덕초‘福以德招’에 이르러서는 神技 그 자체이다.

여체女體의 미美는 東西古今의 수많은 작가들이 미술이나 문학작품의 대상으로 천착穿鑿하여 왔다. 하여 화가들은 소우주라는 여체를 크로키 할 때, 숨을 멈추고 붓이 아닌 가슴에서 전해지는 순간 느낌으로 20초 내지는 3~4분 사이에 ‘소우주의 찰라적 미’를 담아 낸다. 생의 여정이 각고의 노력 끝에 미세한 진전을 보이듯이 화가의 크로키 또한 오랜 인고忍苦의 노력을 통하여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하는 것이다. 크로키는 붓의 강약과 갈필渴筆 그리고 물감의 양과 먹의 번짐 등을 조절하여 그린다. 백화백이 근자에 작업하고 있는 누드 크로키는 남 다른 점이 있는데 극도의 생략과 여백을 중시하는 한국화적 누드가 바로 그것이다.

 

 

소금강_20x29cm_한지 채묵_2013

 

 

전통을 벗어나 현대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그의 누드작에서는,  살릴 것만 최소로 두고 인체의 많은 부분을 과감히 생략하여 여백을 두어,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의 여지餘地를 갖도록 하고 있다. 끊어져 있어도 이어져 보도록 하고, 생략되어 있지만 맘속으로 더 자세히 보이게 만들고 있다.

누드에 대한 그의 애착은 사군자梅蘭菊竹 + 누드=五君子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하긴 소우주라는 여체가 사군자보다 못할 리가 뭐 있겠는가?

누드작품 중 ‘누드세배’에는,  백화백의 달관達觀한 인생이 함축되고 生의 여유와 해학이 집약되어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한다. 누가 이를 누드라고 사시斜視로 보랴?

 

     "...하늘을 닿고

      ...산을 넘고

      ...가슴을 열고

      ...몸을 덜썩이고

      ...마음을 울린다" 고

                

읊은 허중선생은 이미 시인이다.

그는 시를 알고 봉사도 아는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다.

어느 집단이나 대동소이하겠지만 화단 역시 아집과 독선으로 가득한데 백화백의 등장으로 신선한 바람이 전해지면 좋겠다.

그는 生死를 넘나드는 병고를 겪으면서 생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것이 나눔 봉사로 귀결歸結되어, 뜻을 함께 하는 전국의 SNS 친구들과 나눔봉사단 사랑재思浪齋를 창단하고 단장이란 중책을 맡아 目下 대활약 중이다.

이렇게 훌륭한 작가의 40여년 아니 50년의 인생과 혼이 고스란히 담긴 力作의 첫 개인전을 신생 정헌갤러리에서 갖게 돼, 관장으로서 더 없는 영광과 보람을 느낀다.

“예술은 나무 그늘처럼 누구나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으면” 하는 허중선생의 소망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며...

2013.3.16 정헌갤러리 관장 書賢 이관희

 

 

 

 

 

 

 

 
 

 

 
 

vol.20130413-박동열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