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하슬라아트월드 기획초대전

 

모노그램 손자일 조각展

 

 

 

하슬라미술관

 

2013. 4. 1(월) ▶ 2013. 5. 1(수)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 T.033-644-9411~5

 

www.haslla.kr

 

 

Monogram9_45x25x81cm_2009 | Monogram9_40x40x81cm_2009

Monogram9_45x25x60cm_2009 | Monogram9_40x43x120cm_2009

 

 

명품, 자본주의의 물신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노블아트(Noble Art). 귀족예술이며, 명품예술이다. 손자일은 왜 이 신조어를 생각해냈을까. 삶의 다른 분야에서처럼 예술에도 귀족적이고 명품에 해당하는 예술이 따로 있다는 말일까. 만약 그렇다면, 작가는 진즉에 팝아트에 의해 폐기된 소위 고급예술과 대중예술 간의 해묵은 논쟁을 재탕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슨 석기시대나 철기시대로 되돌아간 것 같은, 거칠고 질박하기만 한 작가의 작업 어디에서도 귀족적이거나 명품을 떠올려주는 단서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으로 봐서 적어도 그런 의미로 이 말이 사용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작가에게서 노블아트란, 소위 명품지상주의로 나타난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한 반응이며, 풍자적 의미를 띤다.

명품에 목숨 거는 사람을 명품족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명품족은 다만 그들만의 문제이며 현상일까. 그렇지는 않다. 명품족으로 나타난 사회문화적 현상은 사실은 자본주의 이후 물질만능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보편적인 욕망을 대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보통사람들에게 잠재적인 욕망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이처럼 유별난 현상이 아니라, 보편적인 욕망이며 현상이란 사실이다. 오죽하면 짝퉁마저 공공연한 것이 현실이고 보면, 이는 분명 보편적인 현상으로 봐도 될 것 같다.

그 이면에는 무산자 계급의 유산자 계급 따라하기가 작동하고 있고, 이로부터 키치가 발생한다. 원래 키치는 부르주아 계급의 귀족계급 따라하기에서 유래했다. 부를 축적함으로써 모든 것을 돈으로 쌀 수 있게 된 부르주아지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다름 아닌 귀족의 몸에 밴 계급성이며, 생활양식이며, 모드다. 그 와중에서 궁여지책으로 찾아낸 타협점이 골동품 수집이다. 고풍스런 샹들리에, 장인의 손길이 서려있는 목 가구, 은근한 색조의 도기 욕조 등 옛 물건들(사실은 예스러움을 가장해 남든 짝퉁들)로 생활공간을 꾸미고 치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가장으로부터 유래한 것이 파사드다. 전면, 표면, 겉치레를 의미하는 말마따나 겉보기에 그만이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질적인 면이야 어쩔 수가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부르주아의 생활양식인 것으로, 그들 고유의 삶의 모드인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명품을 선호하는 현상은 키치 내지는 짝퉁 현상에 연동돼 있고, 일종의 계급의식과 맞물려 있다. 그리고 이는 자본주의의 욕망이 매개되면서 더 가속화되고 보편적인 의식으로 자리하게 된다. 손자일은 명품과 관련한 이런 사회문화적 현상에 반응하고, 논평하고, 풍자한다.

 

 

 

 

손자일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는 명품이다. 그런데 정작 그의 작품 어디에서도 명품은 없다. 다만 각종 명품의 로고가 새겨진 종이가방이 있을 뿐이다. 엄밀하게는 석재, 철재, 목재, 심지어는 시멘트를 버무려 종이가방 형태 그대로 본 떠 만든, 형태적 유사성에 착안해 만든 유사 종이가방들이다(더러는 명품을 운송할 때나 볼 법한 견고한 목재 상자도 있다). 대개는 그 형태나 질감이 거칠고 조악해서 명품과는 거리가 멀지만, 적어도 그 표면에 새겨진 명품의 로고만큼은 뚜렷하게 부각되는 편이다. 정작 명품은 없고, 다만 그 명품을 실어 나르는 용기인 종이가방을 가지고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종이가방은 비록 그 자체가 명품은 아니지만, 명품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목이며 부수물이다. 명품에서 중요한 것은 어쩌면 명품 자체보다는 명품의 아우라며, 명품다움일지도 모른다. 명품이 다름 아닌 명품임을 드러내고 강조하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이목을 끌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사람들이 명품을 알아봐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고급스런 종이가방이, 한눈에 들어오는 로고가, 정성스런 겹 포장이 이 역할을 도맡는다. 때로 종이가방만으로 부러움을 사고 이목을 끌기도 한다. 명품과는 상관없이, 명품의 로고가 새겨진 종이가방 자체만으로 파사드가 되고, 물신이 된 것이다(명품 종이가방을 무슨 핸드백마냥 지니고 다닌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작가는 이 현상을 소위 <모노그램 프로젝트>로 형상화한다. 모노그램이란 문자의 이니셜을 조합해 만든 그림문자며 문자조형이다. 작가의 경우, 명품의 로고를 의미한다. 작가는 이처럼 명품의 로고가 새겨진 종이가방이나, 명품의 로고 자체가 갖는 아우라며, 선망의 기호에 주목한다. 가방은 대개 석재, 목재, 철재, 그리고 심지어는 시멘트로 재현되기도 한다.

 

 

Monogram 19_Variable Installation steel_2009 | Monogram 19_120x40x50cm_steel_2009

 

 

흥미로운 것은 철재 드럼통을 가방 형태로 압축시킨 것인데, 이는 그대로 일종의 압축조각을 떠올려주며, 알다시피 압축조각은 팽창조각과 함께 세자르에 연유한 것이다. 그리고 세자르는 신사실주의의 핵심 작가들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신사실주의는 폐공산품 쓰레기에서 고도로 문명화된 산업사회를 대표할 만한 리얼리티를 찾았는데, 여기서 리얼리티란 단순한 감각적 현상과 질료적 층위에서보다는 이로 인해 달라진 사람들의 의식(이를테면 물화된 의식)을 겨냥하는 개념일 것이다. 작가의 일련의 작업들도 그렇지만, 특히 이 작업은 아마도 이처럼 새롭게 정의된 리얼리티의 의미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처럼 물화된 의식을 재확인시켜주는 작업이 폐철을 조합해 만든, 루이뷔통 로고를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무슨 기념비마냥 거대한 스케일로 압도해 오는 이 로고 조형물에서 기념비적인 형태와 폐철 소재가 의미론적으로 상충된다. 이를테면 기념비적인 형태는 말할 것도 없이 자본주의 시대에 새로운 물신으로 등극한 명품과 로고의 아우라(권능과 절대권력)를 상징하며, 이에 반해 정작 폐철로 된 몸통은 그 아우라(욕망)의 허망함과 덧없음을 암시한다. 이로부터 현대판 바니타스를 읽어낸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작가의 다른 종이가방 조형물들이 대개는 거칠고 조악한 형태와 질감을 띠는 것도 알고 보면 이러한 사실의 인식과 무관하지가 않다.

작가의 작업에선 이처럼 그 표면에 명품의 로고가 새겨진 종이가방이, 그리고 나아가 로고 자체만으로 자족적인 물신으로 제시된다. 대개는 루이뷔통 로고가 많고(아마도 명품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경우?), 더러 헤르메스(에르메스로 표기되기도 하는) 로고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명품 로고 조형물들을 좌대에 올려놓은 것인데, 이 좌대가 무슨 제단 같고, 이로 인해 그 위에 얹혀진 로고 조형물은 말 그대로 물신 같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시대의 물신을 모셔놓은 제단 같다고나 할까. 자본주의 시대의 물신? 페티시고, 페티시즘이다. 자본주의의 욕망이 기왕에 물질적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를테면 이상과 가치관 같은 비물질적인 것마저도 마치 물질인 양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와 의식을 조장하고 파고드는 것이다.

롤랑 바르트는 <신화론>에서 문화적인 것이 자연적인 것으로 변형될 때 신화가 발생하고, 여기에는 대개 이데올로기의 기획이 매개가 된다고 한다. 명품 자체는 분명 문화의 소산이지만, 좀 과장시켜 말하자면 그 물건과 더불어 사람도 저절로 명품이 된다고 하는 식의 발상(사실상 그 자체 자연스런 사실로,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은 분명 착오며 착각이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욕망이 매개가 돼 그 착각을 조장하고, 인위적인 사실을 자연스런 사실로 받아들이게끔 조종하는 것이다. 명품의 로고를 물신으로 제시한 작가의 일련의 작업들은 이처럼 자본주의 시대에 팽배해진 의식, 물화되고 신화화된 의식(사실은 속물근성)을 재확인시켜준다.

 

 

Monogram 21_150x100x100cm_wood, steel_2009

Monogram 20_90x90x100cm_wood, steel_2009

 

 

Monogram 5_45x25x80cm_steel_2009 | Monogram 7_40x20x40cm_steel_2009

Monogram 8_62x25x52cm_steel_2009 | Monogram 13_40x45x65cm_steel_2009

 

 

Monogram 3,4 (sale of building) all edition 2008_steel,Variable Installation_2008

 

 
 

손자일

 

2009년 2월 국립 강릉대학교 미술학과 조소전공 졸업 | 2012 홍익대학원 조소과 졸업

 

개인전 | 2011 석사학위청구전(현대미술관) | 2010 제1회 노블아트전-모노그램 프로젝트(인사아트센터)

 

단체전 | 2012 | un자선전시 (비욘드뮤지엄) | toka오픈스튜디오 초대작가 (구로디지털단지)  | 5회 아시아프 (구서울역사) | 전통시장 예술프로젝트 (강릉시) | 가치의 혼돈전 (롯데백화점) | 2011 | 서산시 삼길포항 야외 조각전 (삼길포항) | 아시아프 (현대미술관) | 홍,중,이,서 EXODUS3 (중앙대학교) | 1회 MIAF 아티콘 신진작가 초대전(예술의 전당) | 2009 | 9회지변 조각전(하슬라 아트월드) | 1회 한국 뉴스타전 (인사동) | 27회 화랑 미술제 (부산 벡스코 센터) | 3회 아트대구 국제 아트패어-100 영아티스트 쇼 (대구 엑스코 센터) | 1회 이상한 열매 특별전 (부산 스포원 파크) | 2008 | 아시아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구 서울 역사) | 경기도 평화 통일 미술 대전 (경기도 예술의 전당)

 

 
 

vol.20130401-손자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