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기 초대展

 

순이야 놀자!

 

 

순이_17.7x16.5x79.5cm_bronze

 

 

장은선 갤러리

 

2013. 2. 13(수) ▶ 2013. 2. 23(토)

reception: 2013. 2. 13(수) pm 4:00-6:00

서울 종로구 경운동 66-11 | T.02-730-3533

 

www.galleryjang.com

 

 

나들이_60x38.5x84.5cm_bronze

 

 

간결한 형상이 주는 풍성한 울림

온통 눈이 하얗다. 겨울답지 못하던 겨울과 올해는 다르다. 눈 덮인 언덕이 있는 마을은 동화 같은 꿈을 꾸어야 옳다. 그렇지만 겨울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한파와 함께 구제역은, 농가만이 아니라 생명이 있

는 많은 것들을 아프게 한다. 실은 병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인간들의 선고가 더욱 무섭다. 위생의 법칙, 자본으로 환원되는 온갖 가치. 손해 보는 일이면 가차 없는 생명 단절 선고가 내려진다. 길을 가로막은 방제와 눈길 사이를 덮은 흰 눈

같이 날리는 석회까지 스산한 겨울을 더욱 춥게 하는 요즘이다.

 

 

명절_16x18x35cm_bronze

 

 

간결한 형상

그 길을 따라 백윤기의 조각 작업실이 자리하고 있다. 원래 가던 길을 방제 편의를 위해 몇 십리를 돌아들어가게 하는 통제까지 더해진 길이다. 찬 기운이 가시지 않는 그의 작업실에 수많은 조각들이 늘어서 있다. 그 작품들에는 따뜻함이 서

려있다. 전부터 본 작품들은 눈에 익은 것도 있지만 이번 전시에 내놓을 작품들에선 특히 간결한 처리가 돋보인다. 군더더기 없는 형상에 살짝 미소를 머금게 하는 포즈. 그 앞에서 세상의 진리를 찾으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서있는 아이들은 살짝 다리를 꼬고 있다. 누구나 살짝 고개를 낮추거나 뒤를 돌아보거나 할 뿐 도발적으로 시선을 들고 있는 경우는 없다. 조용히 쓰다듬고 싶을 만큼 아이답고 귀엽다. 뒤로 손을 감춘 아이의 손에는 사과가 들려있다. 좋아하

는 아이에게 수줍게 선물 하려하는 깜찍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오래도록 떠오를 것 같은 모습들. 그렇게 간결할 뿐인데 그것이 두고 두고 마음에 남는다. 그 형상의 힘은 무엇 때문일까.

미술이 갖는 독특한 아우라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아우라로 승부할 수 없는 무한복제 시대라지만 어떤 작가만의 작품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건 확실히 미덕이다. 그의 작품은 간단히 눈을 스쳐도 곧 떠올릴 수 있는 편안한 형상으로

우리에게 각인되고 만다. 아우라가 과장이라고 한다면 그저 쉽게 지울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건 뭘까. 아마도 뵐플린이 정의한대로 ‘불명확성’이 어울리는 말이지 않을까. 르네상스미술이 형태의 명확성이라면 바

로크가 불명확성이라고 했던 바로 그 특징. 그렇지만 그 불명확성은 모자람이 아니라 훨씬 격정적인 풍성한 감성을 유발하는 요인 이이라는 그것 말이다. 백윤기 작품은 그런 강점을 지니고 있다. 너무나 명확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그

저 드러내고 말뿐인 것이 아니라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추억 속으로 우리 감성을 빠져들게 하고 만다.

 

 

부끄럼_16.8x20x82cm_bronze

 

 

생략이 말하는 표정

형상은 무엇을 생략하고 있나. 인물은 얼굴로 말하지 않는다. 눈 코 입은 희로애락을 일일이 드러내지 않는다. 인체의 근육으로 포즈를 설명하는 법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표정을 읽는다. 둥글고 큰 머리에 동물 특유의 선도 없이 만들어진

강아지도 그렇다. 그럼에도 긴장된 힘과 갸우뚱한 표정을 읽을 수 있다. 명확함을 버린 것이 어찌 명확한 내용을 얻을 수 있을까.

모더니즘의 엄격성에 질린 이 시대에 감성적 울림은 작품의 또 다른 생명선과도 같이 여겨지고 있다. 묘사 보다는 ‘표현’의 문제가 강조되는 것이 그렇다. 작품 자체의 완결성보다도 작품이 남기는 여운과 그 파장이 만들어가는 ‘사건의 철

학’ 역시 이런 문맥을 잘 설명하고 있다. 작품이 작품 자체의 의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계열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그렇다. 모던의 말미에서 미니멀의 엄격성이 오히려 폭발적인

상황의 논리에 불을 붙였던 것처럼 미술의 트렌드는 더 이상 하나의 의미에 머물 수 없음을 목격하고 있다. 똑같은 인물이, 맡은 역할과 표정에 따라 얼마나 다른 사람이 되던가. 그 표정과 역할이 없을 때 전혀 보잘것없는 인물이 되기도 한

다는 것에 놀랄 일도 아니다.

 

 

새와 소년 22.8x29x91cm bronze 2012

 

 

미소 짓게 하는 유머

백윤기의 유머는 이야기로서의 유머가 아니다. 슬며시 돌아보며 알아챌까 말까한 조용한 느낌으로서의 유머다. 작품 포즈 속에 숨어 있어 처음부터 드러나지 않는 것이 많다. 비스듬히 서 있는 아이의 모습이나 기지개를 켜고 있는 고양이의

꼬리 끝 선에 가서야 살짝 얹혀있는 개구리나 달팽이가 발견하게 하는 세계다. 긴 목선을 빼고 뒤로 긴장된 힘을 주고 서있는 말에서는 민달팽이가 말의 갈기를 대신하고 있다. 꼬여있는 개의 꼬리인줄 알았는데 개구리가 붙어 있는 형상도 마

찬가지다. 포복절도할 해학보다는 슬며시 미소 짓게 하는 따뜻함. 그것이 진정으로 세상을 힘 있게 읽고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한 때 그도 리얼리티의 뜨거운 피로 귀기(鬼氣)를 번뜩였던 때가 있었다. 그땐 타협할 수 없는 치열함에 속 시원한 갈채를 선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그라고 해서, 이제 맥이 빠진 것은 아니다. 그가 더욱 건강한 웃음으로, 더욱 힘 있

는 작품으로 세상을 읽고 있음을 보게 된다. 강자가 세상을 원망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니체의 말대로, 양이 독수리를 저주할지는 몰라도 독수리는 결코 양을 저주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을 따뜻하게 읽을 수 있는 힘. 그렇다, 그

것은 분명 힘이다.

 

또다시 겨울이 서서히 걷힐 것이다. 백윤기 조각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의 이 전시가 각인할 작풍(作風)은 충분히 세상을 따뜻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 형 순 (미술평론가)

 

 

아이-두상_19x16x36cm_bronze_2010

 

 

당대의 중견조각가 백윤기 선생은 ‘순이야 놀자’ 라는 친근한 전시주제로 작가만의 개성과 간결한 처리가 돋보이는 조각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작품속의 엷은 미소를 머금은 조각의 형상을 통하여 순수한 마음을 지닌 어린아이를 바라보듯

우리가 지니고 있는 고민이 다 헛된것처럼 느껴지며,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따스함이 서린 조각전시를 구현해 낸다.

 

작가만의 독특한 느낌을 지닌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에 보아왔던 작품보다도 더욱 두드러진 간결한 처리와 형상을 우린 감상 할 수 있다. 백윤기 작가만이 시도하고 표현되어지는 편안한 조각형태로 인해 그 어느 조각작품 보다도 우리의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된다. 군더더기 없는 형상, 미소를 살며시 머금고 있는 표정, 조각이 바라보고 있는 시선의 처리, 섬세함이 느껴지는 조각의 포즈, 작가만의 테크닉컬적인 조각의 묘사, 물들은듯 은은히 보여지는 색의 조화, 특히 외적인 형태

에서 부각되는 수줍음이 서린 어린아이나 고양이를 표현한 작가의 깜찍하고도 동화적인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조각이지만 아름다운 시 한편을 감상하는 것 같은 실로 대단한 작품이다.

 

관객들은 백윤기 작가의 작품을 통하여 유머를 감상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유머란 이야기로서의 유머가 아닌, 작품의 형상에서 느껴지는 제스춰를 통하여 슬며시 또 다른 행동을 자아낼 것 같은 느낌으로서의 상상적 유머스러움이다. 브론

즈 재료인 곧은성질은 조각이지만 부드럽게 조각을 창조해낸 바로 이러한 요소가 백윤기 작품으로서의 매력을 더더욱 상승시킨다. 작품의 형상적 특징에서 보여지는 해학은 포복절도하는 것보다는 슬며시 미소짓게 하는 서정적 예술조각이라

할 수 있다. 생략이 말하는 표정과 구성적 감각으로 완성된 작품은 비로소 풍부한 감성을 유발시키는 백윤기 작가만의 강점을 지닌 조각세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간결한 조각 작품을 통하여 풍성한 울림으로 우리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해 줄 조각들의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백윤기 선생은 강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조각과 졸업. 13회의 개인전과 제10회 한국 현대 미술제(예술의전당), 국민일보현대미술 초대전(세종문화회관미술관), 한국현대조각 초대전(춘천문화방송), 동아미술제(국립현대미술관) 등70여회의 단체

전에 참여하였고, 중앙미술대전 특선 등의 수상경력과 현재 왕성한 작가활동을 해오고 있다.

 

 

초여름_18x18.4x79.3cm_bronze_2012

 

 

          재롱이_15.5x17x45cm_bronze

 

 
 

백윤기

 

강원 춘천생 | 강원대학교 미술교육과 및 강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개인전 | 2013 장은선 갤러리, 서울 | 2012 N갤러리, 분당 | 2011 심여화랑, 서울 | 2011 박영덕화랑, 서울 | 2007 장은선 갤러리, 서울 | 2007 박수근 미술관, 양구 | 2006 Andrew Shire Gallery , L. A | 2005 장은선 갤러리, 서울 | 2004 가산 화랑, 서울 | 2004 서목 화랑, 춘천 | 2001 춘천 미술관, 춘천 | 1998 금호 미술관, 서울 | 1993 한선 갤러리, 서울 | 1990 중앙 갤러리, 서울

 

단체전 | 2012 | 서울 오픈 아트페어, 박영덕 화랑, 코엑스, 서울 | 2012 | KCAF 한국현대미술제, 예술의전당, 서울 | 2011 | 대구아트페어, 대구전시 컨벤션센터, 대구 | 광주아트페어,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 Art Taipei, Taipei World Trade Center, 대만 | AHAF,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아트페어, Grand Hyatt, 서울 | KCAF, 한국현대미술제, 예술의전당, 서울 | 화랑 미술제, 박영덕 화랑, 코엑스, 서울 | 서울 오픈 아트페어, 박영덕 화랑, 코엑스, 서울 | 2010 | 한국 국제 아트페어, 박영덕화랑, 코엑스, 서울 | 호텔 아트페어, 박영덕화랑, 신라호텔, 서울 | 서울 오픈 아트페어, 박영덕화랑, 코엑스, 서울 | 제10회 한국 현대 미술제, 예술의전당, 서울 | 삼인전, 스페이스 공, 춘천 | 개관기념 초대전, 갤러리 아트넥서스, 춘천 | 2009 | 한국 현대 미술제, 예술의 전당, 서울 | 한일교류전, 춘천 미술관 | 2008 | 국민일보 현대미술 초대전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 구암의 5월전, 구암갤러리, 춘천 | 제4회 강원아트페어, 춘천문예회관, 춘천 | 2007 | 한국 현대 미술제,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 국민일보 150인 현대작가 초대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 제3회 강원아트페어 특별전, 원주문화원, 원주 | 2006 | 개관기념 초대전, 세방아트센터, 춘천 | 한국 현대 미술제,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 누렁이전, 장은선 갤러리, 서울 | 2005 | SIPA 2005,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 한국 국제 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 조각이 있는 작은 그림전, 박영덕 화랑, 서울 | 한국 현대 미술제,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 2004 | 화랑 미술제,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 100인 조각가의 작은 기념비전, 선화랑, 서울 | 한국 국제 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 2001 | 2001년 - 200인 작가 작품전, 선화랑, 서울 | 강릉 제비리 미술관 개관기념초대전, 제비리미술관, 강릉 | 제 1회 국제 미술 교류전, 토마야, 일본 | 강원미술대전 초대전, 춘천 문화 예술 회관, 춘천 | 2000 | 한국현대조각 초대전, 춘천문화방송, 춘천 | 안동 조각공원 개원전, 안동 조각공원, 안동 | 1999 | 국제 조각 교류전 및 제 15회 한국 조각가 협회전, 서울시립미술관,서울 | 작은 조각, 작은 이야기, 갤러리 종로아트, 서울 | 역대 수상작가 초대전, 호암갤러리, 서울 | 1998 | 강원현대작가회전, 강릉시문화예술회관, 강릉 | 대지와 바람,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 1997 | 한국현대조각 초대전, 춘천문화방송, 춘천 | 개관 5주년 기념전, 동주 갤러리, 서울 | 1996 | 춘천 수부100주년기념 야외조각 심포지움, 춘천 조각 공원,춘천 | 1995 | 춘천 향토작가 초대전, 춘천미술관, 춘천 | 1994 | 느티나무 아래의 열정, 갤러리마담포라, 서울 | 1993 | 개관기념초대전, 갤러리 686, 춘천 | 1992 | 한국성 -그 변용과 가늠전, 덕원미술관, 서울 | 꿈과 현실의 대결, 현대미술관, 서울 | 우리미술의 오늘전, 동호갤러리, 서울 | 인간, 그 얼굴과 역사,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 1991 | 전환시대 미술의 지평전, 금호미술관, 서울 | 한국 형상조각의 모색과 전망, 모란미술관, 마석 | 조각의 힘전, 갤러리아미술관, 서울 | 청동 물고기 조각 10인전, 토아트 스페이스, 서울 | 1990 | 중견조각가 초대전, 하나화랑, 서울 | 현대 청년 구상 조각전, 조형갤러리, 서울 | 1989 | 3인의 조각전, 모인 화랑, 서울 | 조각의 신세대전, 현대미술관, 서울 | 서울 현대 미술제, 문예진흥원 미술화관, 서울 | 오늘의 지역 작가전, 금호 미술관, 서울 | 1988 | 조각가 22인전, 동숭 미술관, 서울 | 1987 | 향방 87전, 윤갤러리, 서울 | 1986 | 동아미술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1985 | 85구상조각전, 윤갤러리, 서울 | 1984 | 2인 조각전, 윤갤러리, 서울 | 제3현대미술전, 문예진흥원 미술화관, 서울

 

수상 | 1985 | 제8회 중앙미술대전 장려상 | 1986 | 제9회 중앙미술대전 특선 | 1992 | 강원 미술상

 

 
 

vol.20130213-백윤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