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영 展

 

 

和洯(화결)_324x130cm_한지에 수묵_2012

 

 

화봉 갤러리

 

2012. 12. 12(수) ▶ 2012. 12. 18(화)

Opening | 2012. 12. 12(수) pm 6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7-28 백상빌딩 b1 | T.02-737-0057,1159

 

https://gallery.hwabong.com

 

 

和洯(화결)_122x191cm_한지에 수묵_2012

 

 

흘러가며, 어우러지고, 버리고, 잊혀진다.

 

 '和洯(화결)'뜻을 본다면 ‘어우러지고, 순수하다.’, ‘어우러짐이 바르다(순응하다.)’라는 직역이 된다. 작가는 화면에 담고자 하는 대상을 끊임없이 찾고 담아내려고만 하였다. 종국에는 대상을 담아내는 행위가 자신(작가)과 대상(자연)을 통해 이루지는 어울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대상에 대한 순수한 접근을 담은 것이 ‘화결’이다. 그래서인지 작가 장태영의 작품은 현대의 미적논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어 간다. 다소 진부하고 고루한 말들로 세상을 관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스님의 설법과도 같으며, 도가사상가의 철학과도 같은 단어들로 정리한다. 이러한 단어들의 지표는 하나이며, 변화하고 순환하는 윤회를 자연과 인간이라는 매체를 통해 대변하는 함축어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생소하고 낯설다, 그렇다고 이해하지 못 할 난잡한 해석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일까. 어쩌면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가 현대인이라는 명명(命名)으로 제한된 사고를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작가는 아직도 철저하게 자신을 자연 속에 투영된 인간으로 규정하며, 그 여정을 작품으로 담아낸다.  

 현대의 회화, 특히나 전통 동양화로 명명되어지는 장태영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의 시간적 경계 안에서 자연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인간의 인지 접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전통과 현재라는 정형화된 명제로서 논의하려 하기보다는 순수한 인간, 자연 그리고 삶이라는 경계를 혼재 시키며, 관람객이 해석하는 단어를 순환시키어 역상으로 전복해 버린다. 종국에는 작품에 담아내는 형상마저 뒤섞으며, 형상이 존재하는 않는다는 의구심마저 일어나게 하고 있다. 이는 작가 스스로 이상을 향한 과정의 경계자라는 의미로 표현될 수 있다.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이라는 것(자연) 자체가 고정되지 않았으며, 치밀하게 대상을 관찰하는 지점을 지나 새로운 내면을 바라보는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이 관람객으로 하여금 형상의 불분명함과 대비되고 혼재된 형상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和洯(화결)_122x191cm_한지에 수묵_2012

 

 

 2010년 이전의 작가의 작업에서는 형상이 치밀할 정도로 드러났으며, 그 형상은 오히려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메시지를 단절하는 역할을 하였다. 자연을 대상으로 풍경을 담은 작품이 마치 도시 속의 마천루와 같은 빽빽한 빌딩숲과 같으며, 초록으로 가득차고 암벽의 준으로 가득한 풍경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도심의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장자의 고사처럼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대상에 대한 본질보다는 외형적 틀에 작가 스스로가 규정화 되었다. 작품 안에서의 대상은 마치 단단한 껍질에 쌓여있는 열매처럼 그 뜻이 가려져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실 관람객 입장에서는 보여 지는 대상이 명확하고 치밀함에 익숙한 풍경이라는 안도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2012년 작가의 작품은 무엇인지 낯설다. 왜일까? 사람들은 명제된 사물이나 대상을 볼 때 무엇인가 놓친 것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해두고 싶어 한다. 정물화에 정물, 풍경화에 풍경, 산수화에 산과 물이라는 공식을 확인한다. 현대의 회화라는 규정 속에서는 자유로운 사고의 보장받는 것 같지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익숙한 대상을 대입한다. 초현실의 대상이던 색채의 감정이던 익숙한 것에 인식된 시선이 존재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장태영의 산수는 틀에 맞지 않는다. 산도 없고, 물도 없고, 사람도 없으며, 나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하지만 볼 수 없다. 우리가 말하는 인식속의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엄연하게 존재하는 형상이 하나의 물결들로 모아지고, 흩어짐을 반복하며 대상에 대한 인식을 단절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작가는 그리스 조각의 인체처럼 다리가 없어지는 이미지의 잔상을 유도하지는 않는다. 사유를 통한 새로운 형상을 상상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和洯(화결)_124x76cm_한지에 수묵_2012

 

 

 작품 특징 중 하나는‘물결’로 표현된 대상이다. 대상을 통해 우리가 보는 것들에 대한 진실과 드러남이 무엇인지, 그 드러남을 통해 우리가 얻는 대상의 의미가 현실세계에 반영되는 하나의 동선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의 말은 더 낯설고 무겁다. 이미지 잔상과는 다른 사유의 잔상을 이끌어내는 단어가 쉽지는 않은 것이다. 달리 보면 그 사유라는 것이 풍경 안에서 찾는 전통 동양화의 화두이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 진중할 수밖에 없다. 고전의 철학이 현대사회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보이지는 않는 이유이다. 하지만 존재하는 철학이며, 우리의 혈관 속에 남아있는 미적사고이다.

 전통과 현대라는 명제로 회화를 보는 것보다는 작품은 대상을 통해 읽혀진다. 찰스 램의 말처럼 “우리가 단순히 바라보는 그림과는 달리 그것들은 읽혀야 한다.”는“작품이 곧 대상이다”라는 전제로 본다면 장태영의 작품은 “풍경대상 자체가 작품”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단지 작가는 대상을 사유의 과정을 통해 흘려보내고, 모으며, 흘러가게 하는 통로로만 남기를 바란다. 관람객의 시선으로 담고 사유를 통해 흘러들어가는 대상이 되기를 바라며, 수면의 파장처럼 작은 파동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시각적인 동일한 대상이라도 사유의 파장에 따라 그 해석이 달리되기를 의도하는 것이다. “그것의 존재는 해석에 달려 있다.(조지 버클리)”

 사실 이러한 사유의 전개과정은 전통 동양화의 화두이며, 철학이었다. 우리가 현대사회의 복잡한 알고리즘 속에 살아가기에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우리는 대상에 대한인지를 하며 사유를 통해 이해한다. 단 그 찰나의 시간을 간과하고 흘려보내기에 잊고 있는 것이다. 장태영은 작가이기 이전에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다. 작가 스스로도 작품을 위해 여행을 하며, 여행을 통해 찰나의 사유시간을 담는다고 한다. 무의식적으로 사유를 통한 대상바라보기가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처럼 말이다. 이는 고대부터 ‘산수화’라는 장르를 정의하는 핵심이며, 선행되는 이론의 바탕이다. 즉 자연과 인간이 교감을 통해 얻어지는 심득을 바탕으로 재현되는 풍경이다. 자연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그 주체가 현대인이던, 옛 사람이던 근원적인 심상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시대적인 담론과 생활의 변화로 인한 심득과정에 변화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지점에서 관람객에게 무겁지만 즉각적인 심득을 제공하려 한다.

 

 

和洯(화결)_138x95cm_한지에 수묵_2012

 

 

 작품에서 보여 지는 특징 중 하나는 소나무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소나무는 소나무를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소나무가 대기의 공간을 가로지는 모습과 주위의 풍경과 어울리는 대기의 흐름을 표현하는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옛 선인들의 관찰방식으로 자연의 대상보다는 자연을 이루는 기(氣)에 대한 움직임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현대적 조형언어 속에 담긴 기(氣)의 움직임은 물결이 되고, 바람이 되며, 흩어지고, 모여든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이건, 지배자이건 작가의 풍경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물의 흐름을 통해 대상에 본질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성(李成, 중국 10세기 ?-969)의 작품 안의 소나무가 괴기스럽다는 것은 소나무의 형상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하지만 소나무를 제외한 화면 공간의 형상은 포근하고 생동감이 넘쳐 난다. ‘산수화’가 일차적인 자연 풍경을 담는 것으로 국한되지 않고 작가 심상(心相)의 투영을 통해 그려지는 것이 화면의 대상이 아닌 대상을 둘러싼 기운을 느끼고 사색해서 얻어지는 결과라는 것이다.

 작가 장태영은 ‘和洯(화결)’을 통해 대상은 숨기며, 흩어지게 한다. 또한 ‘화결’을 통해 물결이 모이 듯 어우러지게 하며, 대상을 드러낸다. 다소 이중적이고 고집스러운 그의 작업은 이전의 조밀한 풍경과 비교된다. 그렇다고 작가가 치밀함을 버리거나 잊혀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치밀해지고 견고해 졌다. 물질을 넘어선 사이버(cyber)와 디지털(digital)로 대변되는 우리의 시대에 작가는 속도보다는 여유로움을 화려함 보다는 진솔함을 전달하고자 한다. 오래되고 무거운 이야기들로 가려진 어우러지고 순수한 이야기들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쉬운 설명으로 직접적인 전달을 할 수도 있지만, 그 쉬움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쉬움을 통해 잊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작가 장태영은 우리들에게 지금도 손쉬운 검색으로 ‘자연을(혹은 만물) 이해 한다’라고 규정하지는 않는지 묻고 있다.  

 산사(山寺)에 울리는 범종(梵鐘)소리처럼 우리내 가슴으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최 기 영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和洯(화결)_46x126cm_한지에 수묵_2012

 

 
 

장태영

 

충남 홍성출생, 홍성고등학교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동대학원 미술학 박사과정 수료

 

개인전 및 개인 부스전 11회 | 화봉갤러리, 갤러리 Tin, 갤러리 그림손, 노암갤러리, 서울 모던 아트 쇼, 한국 현대 미술 아트 페어, 동양화 새 천 년 전

 

단체전 국내외 기획 초대 단체전 60여회

 

작품소장 | 외교통상부-캐나다 영사관 | 단원미술관 | 주) 튜이션 미디어 | 중국 연길시 주 정부, 주) 써포먼트 닷컴

 

현재 | 홍익대 | 단국대 | 한남대 | 홍익대학 미술디자인교육원 강사 및 한국 신묵회 회원

 

 
 

vol.20121212-장태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