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조각 展

 

샘(Spring)_44x24x63cm_bronze_2012

 

 

영 아트갤러리

Young Art Gallery

 

2012. 11. 21(수) ▶ 2012. 11. 27(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2F | T. 02-733-3410

 

www.youngartgallery.co.kr

 

 

샘(Spring)_31x29x41cm_bronze_2012

 

 

‘진동’하는 존재의 감각에 대하여

 

                                                  조은정(미술평론가)

 

  김종필의 따뜻하고 안온한 여체 조각 ‘샘’은 애초에 충격적인 형태를 취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서사적인 구조를 보유한 인간의 형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머리카락을 위로 질끈 동여매고 다소곳이 머리를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앉아서 오래된 도자기 병의 형태를 두 손으로 잡아 무언가 그 안에 든 것을 쏟아내려는 인물은 둥근 반구 위에 얹혀 있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한쪽 어깨를 들어 골반에 손을 얹은 나체는 몸으로 만든 원, 육체 사이의 구멍을 보여준다.

 

 

샘(Spring)_27x14x47cm_bronze_2012

 

 

  가로로 긴 의자 위에 앉은 갈래머리 소녀 옆에는 한껏 꼬리를 위로 치켜올린 고양이가 그녀를 경계하고 있다. 마네의 <올랭피아>를 연상시키는 고양이는 웅크린 자세며 치솟은 털이 잔뜩 긴장하고 있음에도 한구석에 숨어서 성적 은유를 암시하는 <올랭피아>에서와 달리 소녀의 순수와 동심을 암시한다. 고양이의 긴장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천하태평하고 느긋한 표정의 인물이 소요한 순수의 감정을 시각화하는 장치라는 의미다. 세로로 높은 의자에 두 다리를 길게 뻗고 기대 앉아 두 손안의 새를 들여다보는 소녀 또한 자연물과 함께함으로써 순수함을 담보로 하여 희망과 사랑의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양손을 쥐고 선 나상의 인물이나 화실에서나 사용할법한 둔탁한 사각의자에 앉은 인물은 예술을 위한 예술, 즉 모델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모델을 보고 나타낸 작품에서 모델인 인물의 재현이 아닌 모델을 본다는 것은, 이 작품이 인물의 표현이 아닌 관념의 상징 단계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인물들은 부드러운 감각의 피부가 아닌 흙을 붙이고 치대고 훑고 지나간 손자국이 선명한 시간의 구조를 드러낸 채 존재한다. 철저히 작품으로 위치하는 것이다.

 

 

샘(Spring)_36x34x45cm_bronze_2012

 

 

  김종필의 인체는 조각의 오래된 목표인 재현에 위치하지 않는다. 나상(裸像)은 여체 특유의 곡선의 미 혹은 볼륨의 강조에 의해 형태가 두드러져 보이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그들 형태는 공간을 차지하고 존재를 강하게 인식시키는 3차원의 조각이 갖는 특성을 포기한 채 무게감을 상실하고, 부유한다. 표피로 쏟아지는 빛의 난반사에 의해 부드러운 여체의 피부는 거세되어 껍질과 같은 막으로, 물질로서 존재한다. 들뢰즈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회화에서 설명한 디아그람처럼 김종필 여체의 표면에는 ‘비의미적이고 비재현적인 선들, 지역들, 흔적들 그리고 얼룩들’이 존재한다. 베이컨의 화면에서처럼 화폭 전체에 혼돈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더라도 허벅지에 닿은 손가락의 구상적 형태가 사라지고, 바지 자락이 정강이와 닿는 순간 나타나는 상흔과 같은 선들은 돌발적 상황을 연출한다. 기존의 이미지들을 흩어내는 이 사건은 구상조각을 재현이 아닌 감각에 위치하게 하는 장치이다.

 

 

샘(Spring)_16x26x50cm_bronze_2012

 

 

  한국 현대조각사에서 구상조각의 위상이 견고한 만큼 형태를 기반으로 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조각은 타자화에 노출되어 있다. 나체, 소녀, 앉아 있음, 드물게 서있을지라도 수직에 가까움 등의 요소는 김종필의 작품이 근대기 이후 지속된 한국 구상조각의 일반적인 틀 안에 위치하게 한다. 그럼에도 이들 인체가 관람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느낌’으로 존재하게 하는 과정은 ‘재현’과는 다른 감각의 문제임을 인지하게 한다. 재현을 피하기 위해 동그라미 안에 격리되었던 베이컨의 형상들은 그 자체로도 고독하다. 김종필의 여체들이 고독한 것은 반구에, 사각의 의자에, 길고도 좁은 직육면체에 몸을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단하고 둥근 머리와 적절한 사지 길이의 그 완벽한 조형성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건강함보다는 연약함을, 유기적 생명성보다는 물질적 신체를 보여준다. 연약하고 아름다운 그녀들은 섣부르게 달뜬 젊음의 기쁨이나 희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너희 자신의 기관 없는 몸체를 찾아라. 그것을 만드는 법을 알아라. 이것이야말로 삶과 죽음의 문제, 젊음과 늙음, 슬픔과 기쁨의 문제이다.”라고 한 들뢰즈의 지적처럼 이 견고한 외형의 구상조각은 감각으로 존재한다. 허버트 리드는 조각의 특수성이란 실제공간에 완벽한 입체를 구현시키는 데 있는데, 이때 필요한 감각은 시지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표면의 촉감, 표면적이 주는 부피감, 질감과 중량감을 종합한 ‘느낌’이라고 하였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본질적인 감각을 파악해보려면 ‘원시적인 욕망대로 조각을 안아보고 품어보고 어루만져 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이 결코 크지 않은 조각들에서 관람객이 느끼는 감각은 인간 피부의 표면과 달라보이면서도 본질적으로 같은 구조인 피부 표피, 비중이 높은 금속이면서도 시각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무게감, 그리고 합리적인 인간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만 전형성을 띠고 있어서 결국 주체화되는 얼굴로서는 작용하지 않는 일반화된 표정의 인물이다. 심지어 선 채로 왼손으로 슬쩍 치맛자락을 잡은 인물의 얼굴은 명확하지 않아 시간성이 표현되는 동시에 얼굴 지우기를 노출하고 있다.

 

 

샘(Spring)_20x15x62cm_bronze_2011

 

 

  강렬함을 예술로 규정한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가 안온하고 부드럽기만 한 그의 작품을 해석하는 도구로 이용된다는 것은 넌센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이 택한 그 유연한 장치들이 인상주의자들의 시도라는 미술사에 기대고 있고, 시간을 포함한 현대조각의 범주에 있으며 평화, 꿈 등의 관념적 욕망을 은유하고 있음을 감지하며 존재 그 자체로서 위치하려는 강력한 신체의 역학을 확인하는 순간 그 유효성을 직감한다. 한국 현대구상조각이 위치한 형상성이 강렬함과 해체로 나아가는 사이에서 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얼굴로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보여주는 조각들은 물질로서의 인간을 확인시키며 역으로 물질에 깃든 인간의 사소한 정신에 대해 고구하게 하는 고도의 장치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김종필

 

한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동 대학원 미술학과(조소) 졸업 | 동아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조소) 박사과정

 

개인조각전 11회(서울/대전/천안/충남연기/충남당진/New Delhi,India/연길,중국) | 아트대구(엑스코/대구) | 대전화랑미술제(대전갤러리/대전) | 대구아트페어(엑스코/대구) |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코엑스 인도양홀/서울) | 서울화랑미술제(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울) | KIAF 국제아트페어(코엑스 인도양홀/서울) | 서해아트페어(평택호미술관/평택) | 대전화랑미술제(현대갤러리/대전) | 전국조각아트페어(경희궁미술관/서울) | 한국현대조각초대전(MBC호반광장/춘천) | 한중미술교류초대전(산동대학교미술관/중국) | 광주비엔날레특별전(비엔날레관/광주) | 한국-터키 미술교류전(시립미술관/대전) | 공주국제미술제 프리비유전(임립미술관/공주) 외 기획 초대, 국제전, 그룹전 280여회 출품

 

현재 | (사)한국미술협회, (사)전국조각가협회, (사)충청조각가협회, 한밭조각회, 대전가톨릭미술가회, (사)대전조각가협회, 아귀․토(土)조각회, 안견미술협회, 부조협회 회원 | 동아대학교, 한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출강, 한남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Email | jpkraphael@gmail.com

 

 
 

vol.20121121-김종필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