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찬 展

 

 

 

WAWOOHEON

 

2012. 11. 3(토) ▶ 2012. 11. 17(토)

Opening 2012. 11. 3(토) pm 3:00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항금리 275

 

 

근원-일월도1210_65.1x53cm_광목천+혼합재료

 

 

 우주 만물의 생성과 소멸에 관한 원초적 물음

 -「근원」에서「장생도」까지-

 

  성리학은 크게 태극설(太極說) 이기설(理氣說) 심성론(心性論) 성경론(誠敬論)으로 구별할 수 있는데 태극도설(太極圖說)은 태극을 만물의 근원, 즉, 우주의 본체로 보고, 만물 생성의 과정을 ‘태극―음양―오행―만물’로 보는 우주관이다. 이기설 역시 우주를 논한 것이라면 심성론은 인생에 관한 문제를 다룬 것으로 인간은 우주 내에 존재하므로 이기설과 심성론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갖게 된다.

  

 

근원-장생도1203_45.5X37.9cm_장지+수정말+혼합재료

 

 

 나의 작업은 “근원(根源)”으로 시작하여 “근원-이기화물도(根源-理氣化物圖)” “근원-자연회귀(根源-自然回歸)”로 그 부제를 달리해왔다. “근원”은 우주 대자연의 섭리와 만물의 생성과 소멸, 존재에 관한 원초적인 화두를 던진 것이며, 아울러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조형의 본질에 대한 탐색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근원”이후의 부제로 명명한 “근원-이기화물도”는 “이기설(理氣說)”의 “이기화물도” 도상을 회화적으로 재해석해 보고자 시도된 것이다. 즉 우주 만물의 생성과 소멸, 존재에 관한 근원을 “이기설”로 접근 하여, 정신은 이기설에서 가져오고, 색은 음양오행사상(陰陽五行思想)의 오방색(五方色)에서 빌려왔다. 따라서 이것은 내 작업의 철학적, 조형적 배경이 된다. “근원-이기화물도” 이후의 작업은 “근원-자연회귀” 라는 부제로 이어지는데.  이는 그간의 작업들이 우주 대자연의 섭리와 그 생명력의 근원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붙들고 고민해 왔다면, 우주만물은 잉태, 또는 탄생과 동시에 다시 원점(근원-자연)으로 회귀하는 회귀성을 갖고 있다는 인식의 전환일 뿐이다.

 

 

근원-장생도1206_72.7x60.6cm_광목천+혼합재료

 

 

음양·오행은 음과 양의 기운이 생겨나 하늘과 땅이 되고, 음과 양의 두 기운은 다시 만물의 생성소멸을 관장하고, 인간세상의 모든 현상을 구성하는 목(木),화(火),금(金),수(水),토(土)의 오행을 생성하였다. 오행에는 오색(五色)이 따르고 오방(五方)과 오수(五獸), 오계(五季) 등이 형성되는데, 목(木)은 동쪽으로 봄에 해당되며 청색으로 용(靑龍)의 자리다. 화(火)는 남쪽으로 여름에 해당되며, 적색 또는 주색(赤色·朱雀)이며 공작(雀)이 다스린다. 금(金)은 서쪽으로 가을이며  색은 백색으로 호랑이(白虎)의 방위다. 수(水)는 겨울에 해당 되고 북쪽으로 흑(黑) 또는 현색(玄色)이며, 방위수(方位獸)는 거북(玄武)이다. 토(土)는 중앙이며, 색은 황색, 계절로는 토왕용(土王用)이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자리로서 중앙과 황색은 지존, 즉 황제를 상징하기도 한다. 군주가 황룡포(黃龍袍)를 입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오방색은 앞서 열거했듯이 오행의 방위에 배정된 빨강, 노랑, 파랑의 유채 3원색과 까망, 하양의 무채 2원색으로 이를 오방정색(五方正色)이라 부르는데, 이 정색은 주지하듯이 곰삭은 색이 아니다. 우리의 민화에서 이 오방색의 투박하고 강렬한 부딪침(직간접적인 색대비)은 강한 에너지를 동반한 현시성과 함께 사혁(謝赫)의 육품론(六品論)에서 으뜸으로 삼고 있는 “기운생동”의 현대적 해석일 수도 있으며, 원시적인 생명력마저 느끼게 한다.

 

 

근원-장생도1207_200.5x131cm_광목천+혼합재료.

 

 

색은 단순히 조형요소에 머물지 않는다. 생명력은 색채나 필획에도 존재하며, 이것들은 또 조형의 한 요소로서도 작용한다. 따라서 내 작업에 있어 색은 곧 조형의 한 요소이자 철학적 접근 방식이며 한국적 정서 표출의 한 수단이기도 하다. 민화의 색은 서럽디 서러운 우리 민족의 한(恨)과 신명이 묻어나는 한(恨)의 색이자, 흥(興)의 색이요, 미숙의 색이자, 미완의 색이다. 세련되지 못한 관능적이고 원시적인 진채의 색조는 조선시대 사대부 계층이 우리의 민화를 속화로 푸대접했던 주요 원인중의 하나로 작용하기도 했으나, 그들은 이 오방색의 진채를 통하여 신과 소통했고, 자연과 인간끼리도 소통했으며,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통로이자 현세와 내세를 이어주는 통로로 여겼을 것이다. 그들이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절대신 에게 그토록 갈구하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무병장수하여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삶이었을 것이다.

 

 

근원-장생도1208_200.5x131cm_광목천+혼합재료

 

 

인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생을 얻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생로병사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기원하는 인류의 욕망은 원시신앙과 정령숭배사상을 낳게 되었는데, 그러한 사상은 민화에서도 사슴, 거북, 학, 해, 달, 산, 소나무, 구름, 물, 바위, 불로초, 등, 10장생 물을 그려 불로장생을 염원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오래 전부터 나의 작업 “근원-이기화물도”에서 신작에 이르기 까지 생명의 근원에 대한 상징의 하나로 사슴이 자리해 왔다. 나의 사슴은 긴 목에 선한 눈망울, 자존심과도 같은 화려한 뿔과 참으로 고풍스러운 고요함을 가지고 있다. 화려하고 근엄한 자존심을 머리에 이고 그리움이 가득담긴 눈빛과 화석과도 같은 모습으로 무언가 말해 주는 듯 한 모습, 그것은 막연한 그리움이며 기다림이었다. 우주 대자연의 섭리와 생명을 이야기해 주기도 하고, 굳이 “인물성동론(人物性同論)”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의인화된 선(善)한 인간으로 변용되어 인간의 고독과 애수, 그리고 나의 애잔한 그리움까지를 대신해 주고 있다.

 

 「근원-장생도」 「근원-일월도」등으로 명명된 근작들은 민화의 형식보다는 그들의 이야기와 정신성에 주목하고 있다. 민화는 그들에게 유희였고, 바람이자 소망이었으며 신앙이었고, 생활 그 자체였다면, 그 시대를 살아간 민중들의 삶과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의 근간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2. 10

                                                                           우경예원에서 이 상 찬

 

 

근원-장생도1213_72.7x60.6cm_광목천+혼합재료

 

 

 
 

 

이상찬

 

우경(牛耕) 이상찬(李相讚)은 전북 남원에서 출생하여 일본 나고야 예술대학에서 일시 수학하고 경원대 회화과와 홍익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다.

 

국내외에서 13번의 개인전을 하였으며, 서울신문사 정예작가초대전, 국립현대미술관의 현대미술초대전, 서울시미술대전, 중앙미술대전 역대 수상작가 초대전, 광주비엔날레 인간의 숲, 회화의 숲, SALON  D′AUTOMNE, BEIJING INTERNATIONAL ART EXPOSITION 2001, le Salon des Artistes Membres du  WHO'S WHO Art club international, Korea Fine Art, Korea- Germany Artist Association, ELOGE DU PETIT FORMAT DANS L’ART D’AUJOURD', 등 500여회의 단체전과 초대전에 참여한 바 있으며,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와 미술대전에서 다수의 입상과  전북도전 최고상, 중앙미술대전에서 장려상 등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비롯하여 전북도전, 한국화대전, 무등미술대전, 춘향미술대전, 온고을미술대전, 세계미술교류협회공모전,한성백제미술대전, 겸제진경미술대전, 여성미술대전 등, 각종 공모전과 전라북도 미술위원회 위원, 흥부제전위원, 전주 종이축제 등 각종 위원회에서 운영위원 및 운영위원장, 심사위원 및 심사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한국미술협회 자문위원, 송파미술가협회 자문위원, 전북대학교 예술대학장, 예술문화 연구소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호암갤러리, 서울시청, 한양대학교 박물관, 전북은행, 제주도 서귀포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주대학교 박물관, 한국산업은행, 서울시 종로구청, 전북대학교 삼성문화관, 강암서예관, 남원춘향문화예술회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남원시 동면에 무명용사 충혼탑과 남원시 덕과면에 3/1운동상징 조형물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현재 | 국립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교수

 

E-mailwookko@hanmail.net

 

 
 

vol.20121103-이상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