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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초상: 형태로서 정신을 그리다 展
김성수_Duplicata_194x130cm_Oil acrylic on canvas_2010-2011
스페이스 캔 서울
2012. 10. 17(수) ▶ 2012. 10. 30(화) Opening : 2012. 10. 17(수) PM 5:00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46-26 | 02-766-7660
송준호_Bihind The Shadows_20x13x60cm_Coloring on FRP, glass eyeball_2012
기획의도 시대적 배경과 서사적 상황, 개인의 지위 등을 나타내는 객관적 묘사가 없을 때 인물의 혹은 인간의 본질을 나타낼 수 있는 미술이란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 앞에서 말로 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명히 인물이 그려진 작품에서 그 인물의 내면과 고뇌와 자아의 일면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지점은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시대 동진(東晉)의 고개지(顧愷之)의 화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특히 인물화에서 눈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하나의 특징적인 것으로 그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는 데 치중했는데, 이른바 ‘전신사조(傳神寫照)’나 ‘이형사신(以形寫神)’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미학 사상은 형태를 묘사함에 그치지 않고 그 정신을 그려낸다는 것이 핵심적 내용이다. 이형사신이란 형상으로써 정신을 그린다는 의미로, 본 전시를 통해 우리가 보는 작품은 형상을 지닌 물질이지만 그 안에 그려진 정신을 보고 자신에게 비추어 보는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주제이다. 본 전시는 시대와 그를 반영한 개인의 내면과 주변, 혹은 개인으로 가득 찬 사회의 모습 반영에 관한 관심에서 출발, 인물표현을 통해 그 내용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기획이다. 시대가 변하여도 사람의 생물적 특성은 몇 세대가 지나도록 크게 변화가 없다. 까마득한 시간이 흘러도 아마 우리는 두 발로 서서 걸을 것이고, 삶을 위하여 무언가 만들어 낼 것이며, 이해관계 안에서 다투고 이기고 지며 살아갈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틀림이 없으나, 개개인은 시시각각 새로운 상황 앞에서 변화한다. 자동차가 나와 어디든 쉽게 오가고 각자 디지털기기들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아무나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대중화되면서 우리 각자는 더 많은 것들을 소유하지만 정작 그것들의 부피와 가짓수가 느는 만큼 내면과 자아의 크기가 풍성해지거나 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면서도 단단하기 위해 지금의 우리에 대해 생각하고 논하게 된다. 따라서 본 전시는 자아를, 혹은 어느 낯선 개인과 내가 포함된 사회를 작품에 반영하면서 작가 자신과 관람자 개인이 자아를 돌아볼 계기를 마련해 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우리 모두는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 묶을 수 있기에 우리를 둘러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인간으로서 변치 않는 고민들, 나와 주변인들과의 관계, 나와 사회의 관계, ‘현대인’으로서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전시는 국내작가 6인의 작품을 통해 부드럽거나 날카롭게, 침중하거나 혹은 밝게, 치유하는 것 같거나 혹은 상처를 건드리는 것처럼 지금의 자신, 관람자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자아와 본질을 돌아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개개인의 개성과 사고가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되는 이 시대의 초상들에 자신을 비추어 보고 시대의 초상으로서 자신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양문모_Wait and See_181.8x181.8cm_Oil on canvas_2010
전시서문 이형사신(以形寫神) 김성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고개지(顧愷之,동진345-406)의 ‘전신론(傳神論)’에서 처음 사용된 전신사조(傳神寫照)란 형상묘사를 통하여 정신을 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개지는 일찍이 “인물을 정확하게 그려내야 하지만 그 진정한 가치는 외형적인 모습을 그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신운(神韻)을 담고 있어야 한다.”면서 초상화가의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¹.말하자면 동양회화의 사실정신은 외형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정신까지 그려내야 한다는 주장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개지는 화가란 형으로서 신을 묘사하는 것인데 만일 그림 속의 인물이 그 실제의 대상을 비운 상태로 그려졌다면 전신할 수 없다했는데 이는 곧 형상 속에 정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고개지가 말하는 ‘이형사신’의 한 예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동양의 화론에서 나오는 인물표현의 태도에 대한 접근방식을 현대미술에서 인물묘사를 통해 현대인들의 정신과 개념을 표현해 내는 작가들에게 적용해보는 시도로서의 이번 전시는 매우 새로운 시각을 전달해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본인이 묘사하고자 하는 인물의 대상은 외형의 묘사에서 극치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을 통해 드러나는 현실의 문제, 현대사회 속에 자리 잡는 인간정신과 본질적인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을 담아냄으로써 관객과 나아가서 사회와 소통하는 일치점을 찾을 때 그 극치를 이루게 되는 것이라 보는 것이다. 더욱이 대상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하는 경지, 즉 천상묘득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대상인물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환경, 가치관, 개념에 대한 관찰과 체득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현대의 인물화에서도 적용되는 매우 중요한 논리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현대미술의 난무하는 이론들 사이에서 동양의 초상에 대한 미술사적 이론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적용해보려는 시도인 이번 전시는 그 의도가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관객뿐만 아니라 작가들에게도 다시 돌아보는 신선한 계기를 던져주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림_Beyond Max Ernst (penis_envy) No.10_100x100cm_Archival pigment print_2011
천경우_Believing is Seeing #6_135x108cm_Color print_2006-2007
최수앙_Islet of Asperger Type-7_120x120x79cm_Oil on resin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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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작가 : 김성수, 송준호, 양문모, 이림, 천경우, 최수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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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21017-시대의 초상: 형태로서 정신을 그리다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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