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준 展

 

‘지금, 이 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불현듯 떠오른 생각들_112.1x145.5cm_oil on canvas_2012

 

 

키미아트 1, 2F

 

2012. 10. 12(금) ▶ 2012. 10. 26(금)

Opening : 2012. 10. 21(금) PM 6:00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479-2 | 02-394-6411

 

www.kimiart.net

 

 

새벽의 틈_112.1x145.5cm_oil on canvas_2012

 

 

작가노트

우리는 우리가 속한 세상을 과연 얼마나 이해 할 수 있는가?

나는 언제나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내가 겪어온 삶의 경험을 토대로 의미를 반추해 보거나, 천문학이나 생물학, 화학 등의 자연과학 분야부터 역사와 문화 인류학, 심리학과 같은 분야, 그리고 예술이나 문학, 음악. 그리고 종교와 신화에 이르기까지의 많은 것들을 공부하면서 세상을 더욱 잘 이해 할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이 세계는 언제나 그런 것처럼 나에게 그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정의를 주지 않는다. ‘세상은 마치 한 눈에는 미처 전부 들어오지 않는 그림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가 느끼는) 이 세계에 대한 인식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나의 회화 안에는 개인적인 경험을 반영한 다양한 환유의 상징물들과 의미의 추적이 불가능한 모호한 이미지들이 뒤섞여서 동시에 존재 한다. 그것 들은 다양한 관계를 이루며 화면에 배치되고, 각각의 독립된 사건들을 이루는 주체가 되며, 화면 안에는 그러한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나는 캔버스 하나에서 작업을 시작해서 계속 옆이나 위나 아래로 캔버스를 붙이며 화면을 확장해 나간다. 이러한 방법으로 나의 작업은 유기체처럼 스스로를 증식해 나가며, 결국은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 모습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작업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은 태생적으로 불가해를 내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우리가 우리의 세상을 단편적으로 밖에 이해 할 수 없는 것처럼.

전체의 개괄적인 이미지에서 시작해서, 찬찬히 뜯어보고 들여다 볼 때야 비로소 찾을 수 있는 아주 작은 붓 자국 속에 담긴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인 것으로 작업은 다양한 층위를 이루고 있다. 나는 이를 통해서 관람자에게 자신만이 겪었던 경험을 반영하는 사유를 요구하고 있다.

나의 작업 안에서 이미지들이 벌이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마치 어떠한 서사의 구조를 지닌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마치 현대판 신화와도 같은데, 다만 그 차이점이 있다면, 여기에는 그 어떤 기승전결도 없다는 점이다.

나의 회화 안에는 시작도 끝도 없어서 사실상 결코 서사의 구조라고 할 수 없는데, 이는 내가 세상을 인식하는 시선을 반영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진리나 역사라고 부르는 것들이 어떤 한 점을 향해 나아간다(다시 말하면 발전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작도 끝도 없이 중간에서 헤매고 있는 나의 그림은 마치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도 닮아있다. 원본은 7권으로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는 11권으로 번역이 되어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국일미디어, 2001

이 소설은 끝나지 않는 긴 문장과 집요한 묘사로 인해 전체의 줄거리를 이해하기 어렵기로 악명이 자자한데, 결국 그러한 그의 글쓰기 방식이 전체의 줄거리가 아닌 분위기나 감정, 혹은 그 복잡함 자체에 대하여 집중 하게끔 이끄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이러한 구조를 충분히 의식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탈 중심화 된 구성을 통해서 그 동안 우리가 보기를 피해왔던 어떠한 감정들과 정서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vol.20121012-이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