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키홍 展
NeedS - 결핍이 부른 성장통
Hilda's cat P_110x60cm_Pigment printed on paper LAMINA_2012
갤러리41
2012. 10. 11(목) ▶ 2012. 10. 31(수)
Opening 2012. 10. 11(목) pm 6:00 | 일요일 휴관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41번지 102호 | T. 02-744-0341
Seenus with Hair blowing in the wind P_90x120cm_Latex printed on Canvas_2012
NeedS - 결핍이 부른 성장통
치키홍(Cheeky Hong)
“제발! 살려주세요”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말이었다.
파트너는 전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같이 일을 하면서도 그는 힘들다는 핑계 없이 묵묵히 내가 지시한 것들에 대한 결과를 만들었고, 나의 히스테릭한 성격을 모두 받아주었다. 그가 없었다면 나는 아무 일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함께한 4년 동안 그는 종종 아팠다. 내가 원하는 업무량이 과도하다는 것은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일은 나의 전부이기에 그를 쉬게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상태가 눈에 띄도록 심각해진 것은 일주일 전부터였다.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했고, 그간 진행해오던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쓰레기통에 버리는가 하면, 중요한 문서들을 감쪽같이 숨기고는 아무일 없다는 듯 태연히 날 바라보았다. 치매라도 걸린 사람 같았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조용히 내 모든 걸 받아주었던 그였기에 그를 기다려주기로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란 생각과는 달리 그의 태도는 점점 더해갔다. 마치 나에게 서운했던 걸 복수라도 하는 것 같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날이 선 예민한 분위기로 우리는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가 또다시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반복하더니, 결국에는 진행 중이던 작업을 몇 번의 수정 전 상태로 돌려 내미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손이 그의 얼굴로 날아가던 찰나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꺼지듯 쓰러져버렸다.
응급실로 옮겨진 그는 여러 검사를 해보았지만, 확실한 병명을 찾을 수 없었다. 의사는 내게 이것저것을 물어보더니, 증상의 원인을 스트레스로 몰아가는 듯했다. CT 촬영결과 그의 뇌에선 두 번의 작은 뇌출혈 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그는 병실에서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그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몸도 성치 않으면서 어디로 간 것일까? 그리고 그는 왜 아무 말도 없이 떠나버린 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조심스레 그의 책상서랍을 열어 보았다. 업무 일지와, 낯익은 사진 몇 장, 그가 즐겨듣던 음악들, 좋아하던 DVD가 보였다. 그의 취향이 나와 비슷하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래에는 메모지가 있었다.
‘지금 내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가장 최근에 쓰여진 글이었다.
그 글이 낯설지 않았다. 4년 전 원인모를 병에 걸린 사람처럼 공허가 나를 찾아왔던 그 시절, 내게 물었던 말이었다. 나도 그 답을 찾고자 작업을 시작했었는데.....
지금 그가 어디 있는지 알 것도 같다.
예전의 그리운 내가 있는 그 곳에 그도 있지 않을까.....
Jet effect K_100x80cm_Pigment printed on paper, LAMINA_2012
Moon River, Willow V_80x60cm_Pigment printed on paper, LAMINA_2012
■ 치키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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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21011-치키홍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