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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수 展
심경고백-못다한 얘기_90.5x72.5cm_종이위에 여러물감_2012
갤러리 고도
2012. 9. 5(수) ▶ 2012. 9. 18(화) Opening : 2012. 9. 5(수) PM 5:00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12 | 02-720-2223
심경고백-푸른오후_194x80cm_종이위에 여러물감_2012
근대 올림픽의 기본 정신은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를 지향하고 있다, 육체의 한계를 넘기 위한 도전도 아름다운 것이지만, 느림과 낮음과 강하지는 않아도 부드러워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우리 가까이에 있어 미처 인지하지 못한 소중한 것들이다. 김태수가 그러한 사람이다. 누구보다 느리게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 왔고, 타고난 성품대로 항상 겸손했고, 강함 보다는 부드러움을 보여주는 작가이다.
김태수는 파주 가시내 마을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며 작업하는 작가이다. 사계절의 변화와 생명의 탄생과 소멸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작업하는 작가이다.
이 전시는 최근에 제작한 [심경고백] (心景 go. back)작품 20 여 점으로 꾸며진다. 마음의 밭을 돌아보고 내다보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담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마음은 무엇일까? 좁은 의미로서 육신에 상대되는 지각능력으로, 넓은 의미로서 우주와 마음을 일치시키는 유심론적세계관으로 볼 수도 있다. 일찍이 원효(元曉)는 “삼계(三界 : 중생이 생사 왕래하는 세 가지 세계)가 곧 마음이다.”라 하여 우주를 하나의 마음이 일으키는 현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화가에 있어 마음의 밭을 돌아보고 또 앞을 내다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새가 되어”, “나비에게”, “구름처럼”, “기다림”, “못다한 얘기”, “꽃 그늘 아래”, “가을이 오면”, “새와 함께”, “꽃에게 속삭이다”등 각각의 소제목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그의 작품은 잔잔한 일상의 삶에서 출발한다. 시의 언어처럼 간략하게 생략된 하늘과 산과 들판이 있고 그 안에 파랑새와 꽃이며 집들이 등장하는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춘 듯 어렵지 않게 드러나는 대상들은 스스로 때로는 주위의 사물들과 어울려 생명을 노래한다. 그리고 우리는 엄마 품을 찾은 아이처럼 익숙한 평온함에 빠져든다. 작가의 마음은 현실보다는 이상과 희망 그리고 그리움을 담는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 고도 김순협-
심경고백-그리움 꽃이되어_72.5x60.5cm_종이위에 여러물감_2012
-평론- 꽃도 있고 새도 있고 길도 있는 만보의 여유 이 근 우(한성대 강사 / 문학박사)
길에는 여러 종류의 길이 있다. 고속도로, 신작로, 오솔길, 농로, 자갈길, 비탈길, 하룻길, 꼬부랑길, 초로, 촌길, 둑길 등등 그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신작로란 말이 있다. 지금은 많이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60년대 시골길을 일컬어 신작로란 말을 많이 썼다. 새로 만든 길이란 뜻의 신작로이다. 자연이 몸 속으로 깊이 들어와 충만했던 유년의 시기를 체험한 우리들의 심신에서 지수화풍(地水火風)은 곧 생명의 리듬이었다. 잊었다고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야기들, 즉 물고기, 새, 나무, 꽃, 나비, 집, 논과 밭 등등ㆍㆍㆍㆍㆍㆍ. 이러한 말들은 듣기만 해도 우리는 가슴이 흠뻑 젖는 정서와 춤추는 듯한 감흥에 빠지게 된다. 이는 다시 경험하지 못할 기억의 축복이며 반짝이는 깨달음처럼 아름답다.
오랜 시간 사람들이 오가면 만들어진 굽은 길은 근대 산업화에 의해 우리 곁에서 잊혀 진지 오래다. 요즘 웬만한 시골에서도 꼬부랑길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유와 정감 있는 마을과 숲으로 이어진 오솔길에서 근대산업에 의해 시간과 물량을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속도로는 인간의 정서가 메마른 시간적 이익에 움직이는 기능에 불과한 길이 되었다.
고속도로는 만보의 산책과 인간의 무한한 상상의 단초를 얻을 수 있는 여백과 여유가 없는 사막화 된 길이다. 즉 자동차와 물질만 있으면 속도와 목적만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이 길 위에서 여유와 낭만을 즐길 여유가 없다. 오로지 목적을 위한 기능적인 길이다. 이러한 길에 비해 꼬부랑길은 사람들의 오랜 발길에 의해 자연스럽게 난 길이다. 자연의 섭리와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천태만상의 형상을 따라 드러난 길이다. 그래서 꼬부랑길은 어떤 목적에 수동적 기능을 허락하지 않는다. 즉, 인간과 함께 살아 숨 쉬는 길이다. 그 길에서 우리는 사계의 색감과 바람, 꽃과 나무, 어디선가 아련하게 들리는 새소리에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한다. 꽃도 있고 새도 있고 길도 있는 김태수의 작품세계는 바로 이러한 심회(心懷)의 예술적 표현이라 하겠다. 그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바로 이러한 자연과 함께하는 삶 그 자체이다. 조급함이란 있을 수 없다.
심경고백-꽃은 피는데_72.5x60.5cm_종이위에 여러물감_2012
이와 같이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꽃, 나무, 새, 집, 길, 논과 밭 등은 조급함이 없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관계가 깊어지고, 길을 통해 어디론가 떠나고 돌아오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 이는 기능적 역할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을 풀어주고, 여유의 미덕을 입혀 줌으로써 기교와 화려한 치장은 없지만, 사람들의 정과 생생한 풍경의 살아있는 진짜 특별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김태수의 그림을 좀 더 살펴보자. 나무는 새를 기다리고, 집은 주인과 손님을 기다리며, 논과 밭은 농부의 땀과 흙의 정겨움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것은 가상으로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다. 그가 작업실 뒤에 직접 자그마한 텃밭을 일구며 자연과 함께한 시간을 통해 얻어진 삶이 작품에 그대로 투영되어진 값진 결과물이다. 또한 자연으로부터 소재나 의식을 수용하면서 자연의 본질적인 소중함과 인간의 마음속에 간직한 영원한 안식처인 자연을 소박하고 단아한 조형적 언어를 통하여 심상의 생각을 현대적 감각으로 전해주고 있다.
작품 속의 꽃, 나무, 새, 길, 논과 밭 등이 독백하는 듯 한 표정에서 출발하여 희로애락이라는 인간 감정을 통합시켜 세상 사람들과의 소통을 모색하고 있다. 즉, 이러한 소재의 등장 사물들은 마치 하나의 가족처럼 의지와 공존 그리고 희망, 삶 등의 의미로써 심미적인 반영으로서 김태수 작품세계의 철학적 뿌리라고 하겠다. 이는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단서이다.
아울러 화면상에 경물을 배치하기 위해서 적절한 공간(여백) 개념을 설정하고, 충실공허(充實空虛)의 조화로운 탄탄한 미적 기본과 절제된 필묵과 색체의 감성을 정감 있게 형상화 시키면서 붓 끝에서 나타나는 자연의 생명력은 밝고 쾌적한 심한(深閑)의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또 정감 있는 색감의 아름다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사물보다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마도 색채일 것이다. 김태수의 색감은 대상 본연의 색 기조 위에 예리한 감각과 숙련된 기술에 의해서 지적인 투영까지도 아울러 갖고자 하며, 사람의 근본적인 삶의 의의와 동시에 예술적 덕목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자 함이 엿 보인다.
종병(宗炳)은 친히 많은 명산대천을 편력하여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깨닫는 것을 법으로 삼아” 자연 경물의 법칙을 탐구하였다. 즉 관찰경험을 통해 산천의 경물을 마음속에 기억해 놓았다가 그것을 직접 대하지 않고도 그려낼 수 있다는 함기심목(咸紀心目)의 예술경지를 찬하였다. 김태수의 작품 이면의 형상은 단순한 형태의 묘사에서 그치지 않고 함기심목에 의한 영원한 상으로 환원시키는 예술적인 태도의 반영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자연의 형상 속에서 밖으로는 자연의 조화를 배우고, 안으로는 그 심원함을 터득한다는 동양 자연철학에 기조를 두고 우주 자연의 본질적 문제를 탐구하려는 즉, 외사조화 중득심원(外師造化 中得心源)의 철학적 맥락과 김태수의 작품세계와는 연관성이 깊다고 하겠다. 이는 그가 경기도 파주시 가시내 마을 작업실에서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을 자연과 함께하며 작업해 온 작품들이 그 예라 하겠다.
심경고백-가을이 오면_145x97cm_종이위에 여러물감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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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수
1965 서울생 | 한성대학교 회화과 졸업
전시 | 2012 갤러리 고도 기획, 서울 | 2011 갤러리 소항 초대전, 파주, 헤이리 | 1995 서경 갤러리, 서울 | 1993 아주 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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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20905-김태수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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