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展

 

섬 짓는 달

 

 

 

갤러리 담

 

2012. 8. 11(토)  2012. 8. 20(금)

Gallery hours | 월~토 12:00am~06:00pm 일12am~05pm

110-240 서울특별시 종로구 안국동 7-1 | T.02)738-2745

 

www.gallerydam.comgallerydam@naver.com

 

 

갤러리 담에서는 8월에 이은경작가의 <섬 짓는 달>전시를 마련하였다. 지난해 <소금구슬>전에 이어서 이번 주제에서도 보여지듯이 작가가 살고 있는 여수를 둘러싼 자연에서 주는 영감을 받아서 작업하고 있다. 바다와 그 안에 있는 섬들, 작가와 함께 지내는 고양이, 물고기 등 이 모든 것들이 작가에게는 -평론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자신의 그림을 통해 자신의 기억 속의 잠긴 상처와 교류하며 이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은경의 문인화는 고양이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섬성(島性)의 이미지와 그 기억에 대한 그녀의 섬세한 감각이 만들어낸 이미지들이며, 자신의 기억 속에 숨겨진 상처에 대한 치유의 한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치유의 과정의 결과물로서 이은경의 작품들은 단지 과거의 기억을 통한 현재의 이미지로서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깊은 깨달음을 향한 잠재적 이미지로 더욱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작가는 섬들의 기억과 이미지들을 한지 위에 수묵으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꿈>, <꿈꾸는 물고기>, <어흥! 고양이>를 비롯하여 15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web_유연한-생각을-지녀봐

 

작가의 변_섬 짓는 달

달이라는 단어는 그림 안에서도 나를 흡입한다. 달 아래의 풍광은 종이가 날리는 가벼운 몸짓의 리듬처럼 음악이 되어 무엇인가 홀린 듯 바라보게 한다. 그림 안에서의 섬은 여러 의미로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를 거듭한다.

어린 시절 소풍날 보물찾기는 숨바꼭질처럼 숨어버린 것에 대한 방향을 읽지 못하고 잠시 멈추어 그 자리에 서 있게 한다. 작은 돌 하나 들추어 보물찾기 보물을 발견하는 친구가 부러웠던 어린 시절 소풍날의 기억. 찾지 못한 나는 너무 깊게 들여다보고 나의 상상력을 따라서 가다 보면 인적 없는 숲 작은 암자 앞에 혼자 와있는 나를 만난다. 지금도 나는 그러한 나를 그림 안에서 만나며 어색한 미소를 보낼 때가 있다. 나의 고향은 바다가 보이는 여수이다. 바다와 다정다감한 섬, 물고기, 고양이, 사랑스러운 식물들, 그리운 사람들, 바다내음... 그 모두가 가까이 또 먼발치 화면 속에서 보이고 마음으로 만나기도 한다.

삶의 공간, 글이 주는 무한한 공간, 사유의 여백을 자유롭게 스쳐 지나가게 하는 종이 위에서 붓질과 손끝으로 나 자신이 섬이 되어가고 그 공간을 짓는다. 은유적인 <섬>이라는 공간에서 나는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느껴지는 것들에 대한 무심한 손짓과 마음이 함께 닿는 그림이기를 염원한다. 달이 삼켜버리는 내 시선이 섬으로 다시 토해지고 내가 다시 들숨, 날숨으로 종이 위에 먹과 무심한 듯 빛나는 눈, 손길을 따라서 소박한 하루를 짓고 있는 것이다. 작아서 움츠려있던 마음은 달이 바스락거리며 움직이는 소리를 뒤따르며 오늘도 가만가만히 사뿐하게 섬을 짓고 싶다. 달이 머물고 우주가 담기는 섬의 공간과 마주하는 나 자신을 언젠가 꼭 만나길 바라며 섬이 바다에서 멈추고 물결치며 표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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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들의 기억과 이미지, 혹은 이미지의 기억들

불어에는 insularité 라는 단어가 있다. 섬(島)의 형용사인 insulaire 라는 말에서 온 것으로, 이 단어는 그 어느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표현이다. Insularité는 섬(島) 적인 것, 섬성(島性)으로 번역할 수 있다. 이는 눈에 보이는 섬을 넘어서 풍경이나 대상, 사물에 깃든 섬(島) 적인 특성을 의미한다. 즉, 고립을 상징하는 섬의 이미지가 또 다른 열림과 상상의 이미지로 도래할 때, 우리는 그것을 섬성(島性)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섬성(島性)은 인간에게도 존재한다. 근본적으로 고독하고 외로운 인간 속에서 섬의 이미지는 때로는 삶의 기쁨과 추억 같은 열림의 이미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작가 이은경은 바로 이러한 섬성(島性)을 작품 속에서 드러낸다. 특히 항상 섬이 보이는 그녀의 고향 여수, 그곳에서의 실재적인 기억이 그녀 안의 섬성(島性)과 함께 만날 때 비로소 그녀의 회화 이미지가 탄생한다. 그녀가 직접적으로 섬을 묘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작품 속에는 태고의 섬성(島性)으로써의 기억들이 담겨 있다.

우리는 기억을 되새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억은 우리의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혀 있다가, 어떤 사물들의 이미지를 통해 다시 우리의 현재로 솟아오르곤 한다. 굳이 베르그손의 철학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기억은 인간 존재의 근저이며, 늘 순간의 감각들을 점유한다. 바로 이은경의 작품은 그녀를 사로잡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과 연관된(특히, 섬과 관련된) 자연과 사물들에 대한 기억의 이미지들이다. 그녀의 문인화에서는 항상 현재로 솟아오르는 기억의 상처들과 표면적인 서정성이 맞물려 있다. 서양화에서 느낄 수 없는 동양적 선과 그 먹의 번짐은 현실의 수면 위로 퍼지는 그녀의 기억 속 이미지들을 절묘하게 드러낸다. 그 이미지들은 그녀의 독백이자, 언어(문자)로서 다시 말하면, 시-이미지로서의 시를 통해 때때로 그녀 작품 속의 텅 빈 여백들을 메운다. 아름다운 한글 체로 쓰인 그녀의 시는 단지 그림을 설명하기 위한 방식으로서의 시가 아니다. 이는 그녀의 작품 속에 남아있는 여백과 기억의 공간을 채우고, 그림 속의 이미지들과 경쟁하며, 신비로운 조화를 이룬다. 그녀의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고양이나 물고기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배회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다시 새롭게 자리잡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고 잊을 법한 기억의 대상들이 그림의 이미지로써 등장할 때, 기억은 하나의 작품이 되어 먹으로 이루어진 동양적 선의 미학과 서정성 그 이상의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은경의 문인화는 고양이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섬성(島性)의 이미지와 그 기억에 대한 그녀의 섬세한 감각이 만들어낸 이미지들이며, 자신의 기억 속에 숨겨진 상처에 대한 치유의 한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치유의 과정의 결과물로서 이은경의 작품들은 단지 과거의 기억을 통한 현재의 이미지로서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깊은 깨달음을 향한 잠재적 이미지로 더욱 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익주(파리1대학미학, 예술학박사)

 

 
 

■ 이은경

 

여수 출생 |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졸업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석사과정 졸업(동양화 전공)

 

개인전 | 2012 갤러리 담 - 섬 짓는 달 | 2011 갤러리 담 - 소금구슬 | 2007 석사학위청구전 -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단체전 | 2012 여수 국제아트페스티벌 특별전 | 2012 2012 여수세계박람회 기념 한•중•일 미술 초대전 | 2012 전남대아트센터 개관전 | 2010 여수시예술인촌 입주작가전 - 여수시 예술인촌 | 2010 여수 국제아트페스티벌 참여 | 2010 중국 상해엑스포기념 韓中日 미술교류전 - 상해미술관, 중국

 

수상 | 대한민국문인화대전 우수상 | 의재 허백련 기념 수묵대전 | 제 17회 대한민국공무원미술대전 국무총리상 | (사)한국문인화협회 초대작가

 

 
 

vol.20120811-이은경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