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베테랑

 

_ 6.25 참전 용사

 

김경곤 참전용사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

 

2012. 6. 22(금) ▶ 2012. 9. 30(일)

Opening : 2012. 6. 22(금) PM 2:00

전북 진안군 마령면 계서리 191-1 | 011-683-2730

 

www.jungmiso.net

 

 

이창성 참전용사

 

 

 주변에서 6.25참전 용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아주 오래전 까마득한 일로 여겨서 6.25참전 용사들이 아직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 같은 데서나 볼 수 있는 일 인 줄 알았다.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데도 불구하고 오랜 일상이 되어 위기감은 무디어지고, 남북 통치자들은 이를 이용해서 자신의 권력을 도모하고 수구세력들의 음모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군인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마저 모두 잠재적인 범죄자로 인정하고 좌우익 세력의 이데올로기 편 가르기를 해서 죽이고 죽었던 비극의 역사를 지켜본 산 증인들이 조용히 물러나고 있다. 굳이 아픈 역사의 상처를 들춰낼 필요가 없는 것일까? 불과 몇 년 전 천안 함 사태로 세상이 떠들썩했고  연평도 사건에 이어 북측은 미사일을 발사하며 계속 위협을 하고 있다.

한국전쟁은 영화<태극기 휘날리며>에서처럼 약간 애절한 한 편의 전쟁 멜로드라마가 아니다. 잊혀 질 수도 잊어서도 안 되는 우리가 풀어야 할 민족의 숙원이며 숙제다. 우리는 한 때 ‘통일’이라는 말에 신경과민인 적도 있었다. 권력자들은 자기식대로 해석하고 가까이 갈 길도 멀리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평화는 무엇일까?

불운한 시기에 태어나서 일제강점기 식민지 국민으로 핍박을 당해온 사람들이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하게 죽임을 당했거나 전쟁터에 나가서 목숨 걸고 싸웠다. 때로는 일부 극우 혹은 극좌 단체들의 편향된 행동으로 인해 나라를 위해 목숨 건 사람들의 활약이 폄하되거나 경시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 내가 만난 6.25 참전 용사들은 귀도 먹고 눈도 침침하고 기억도 가물가물한 사람들이 많았다. 사상을 입에 올리거나 국가유공자로서 공을 자랑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하게 그 당시 대한민국의 한 젊은이였다는 것이 운명이라고 여겼다. 이창성(86세) 할아버지는 “눈앞에 총알이 핑핑 날아 댕기고 병사들이 코앞에서 죽어갔어요. 일주일을 먹을 것 없이 산속을 헤매고 다니다 중공군의 포로로 붙잡혔어요.. 그래도 살아난 게 운명이지요.”라고 말했다. 총상을 당해서 야전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피가 살과 옷에 엉겨 붙어 가위로 간신히 자르고 수술을 했다는 남금암(81세) 상이용사는 아직도 다리 한 쪽에 총알 파편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는 2년 전 아내가 죽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혼자 살고 있다. 휴전 1개월 전에 참전했었다는 김원배(79세) 할아버지는 제대를 하고 하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 ‘차라리 상이군인이라도 되었더라면 보상금이나마 받을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든 적도 있었다고 한다. 모질고 힘든 시절을 겪은 사람들의 인생 여정이 곧 바로 우리의 역사다.

국가유공자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약간의 보상금을 타고 있어 그나마 노년에 작은 위로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이전에는 당연히 할 일 한 것으로 여긴 것이다. 뭐 지금도 그런 분위기지 않은가!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 들이 모진운명을 이겨낸 덕분에 그나마 편하게 잠 잘 수 있는 우리가 빚을 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얼마 전 유엔군 6.25참전 용사들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을 베테랑(veteran)이라고 불렀다. 그 무엇에 능숙하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단어에 노병(老兵), 재향군인이란 뜻이 있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새 삼 그 단어의 뜻이 무겁게 다가섰다. 이 번 전시는 우리지역 한국전 참전 용사들의 어쩌면 마지막 모습일 수도 있다. 노병이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경례를 붙이고 있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국가에 대한 의무와 노고를 기억하며 답례를 올리는 바이다.

김지연

 

 

참전용사

 

 

 

 

 

vol.20120622-할아버지는 베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