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현 展

 

COSMIC DANCE

 

Cosmic dance 1_97x145cm_Oil on canvas_2012

 

 

UNC 갤러리

 

2012. 5. 17(목) ▶ 2012. 6. 22(금)

Opening : 2012. 5. 17(목) PM 6:00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58-13 | 02-733-2789

 

www.uncgallery.com

 

 

Cosmic dance_97x145cm_Oil on canvas_2010

 

 

모든 것을 잠재우려는 듯 흘러내리는 검은 그림자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어두운 심연 사이로 포자와 넝쿨들이 발아한다. 솟아오른 기둥과 엉킨 물결들은 사방에서 쏟아지고 또 번져간다. 곳곳에서 불길이 타오르지만 그 안에서 그들은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춤을 춘다.

<cosmic dancer>라는 주제 아래 이어지는 지용현의 작품들은 이렇게 시작된다.

지용현은 전작에 이어 작가 특유의 상상적 세계를 가시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전작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색감은 밝고 다채로워졌으며, 기하학적 모티브가 줄어들며 첨두형 아치와 같이 전에 나타나지 않았던 유기적 형상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또한 이전 작품에서 단계적인 명도변화와 기하학적 구조로 인해 느껴지던 다소 경직된 느낌은 고채도.고명도의 포인트 요소와 캔버스를 가로지르며 운율을 형성하며 춤추는 생명체들의 어우러짐에 의해 가감되는 모습이다. 전보다 리듬감과 자유로운 분위기가 더해졌으며 거기에 전면적으로 흩뿌려진 하얀색의 형상들, 요소들 간 경계의 불분명함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작품들은 안개가 끼거나 베일에 가려진 장면을 보는듯한 기분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그의 세밀하고 섬세한 표현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용현이 구현하는 형상들의 정교한 짜임새는 여전히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들은 무엇보다도 작품 전체의 어우러짐이 두드러진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cosmic dancer>시리즈로써 어느 하나의 구조가 지배적으로 작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마다 동적이며 유기적인 형상과 춤추는 생명체들의 모습 등 소재와 형상, 이야기가 이어지며 다채롭게 어우러지고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함께 울린다’는 뜻의 어원을 가지는 ‘교향곡’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지용현의 교향곡은 규율과 규칙에 따라 잘 짜인, 끝맺음이 확실한 교향곡 보다는 ‘미완성 교향곡’에 가깝다. 작품들은 여러 형상을 지닌 요소들의 밀도 높은 중첩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아래와 위의 구분을 불분명하게 만들며 개별체들의 시작과 끝을 짐작하기 어렵게 한다. 그것은 작품들의 어우러짐 에서도 나타난다. 작품들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지만 순번대로 이어지는 것을 넘어 보는 이에 따라 1번에서 3번으로, 때로는 2번에서 7번 로도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이러한 가능성들로 인해 지용현의 작품들은 질서정연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며 끝나지 않은 채 무한대로 확장되어 질서와 무질서, 시작과 끝의 경계를 오가는 것이다.

이렇게 지용현의 작품들은 여러 악기가 어우러지듯 하나의 대우주 속에 편입된 여러 형상들과 함께 전보다 더 깊고 웅장한 울림을 준다. 그것은 미완성 교향곡에 대해 ‘세상의 아름다운 모든 것은 마지막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죽는다. 마치 영원한 공간, 시간을 초월한 세계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한 뷜러의 말처럼 시작과 끝이 없는 세계, 마침표도 쉼표도 없이 소멸과 생성이 동시에 이뤄지는 그만의 공간에서 나오는 여운 때문일 것이다.

오랜 시간 공백을 깨고 그의 서막이 열렸다. 지용현이 창조한 <cosmic dancer>. 하나의 표현으로 정의되거나 귀결되지 않는 지용현의 상상체들은 작품에서 ‘생성과 소멸’이라는 코드를 공유하며 악장과 악장 사이를 넘나드는 음악적 심연을 보여주고 있다. 11장으로 이루어진 그의 울림은 마치 미완성 교향곡처럼 11장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영원한 공간을 생성해내며 예술의 경계 안에서 마술처럼 삶에 끼어든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할 것이다.

 

 

 

 

 

vol.20120517-지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