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섭 초대展

 

꿈을쏘아라_48x25x47cm_bronze

 

 

장은선 갤러리

 

2012. 5. 16(수) ▶ 2012. 5. 26(토)

reception : 2012. 5. 16 pm 4:00-6:00

서울시 종로구 경운동 66-11 | T.02-730-3533

 

www.galleryjang.com

 

 

이브_27x25x28cm_bronze

 

 

구상조각으로 구현한 삶의 이야기  

 

 

인류는 대략 3만년에 걸친 조각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 기간 동안 수없이 많은 조각이 만들어져 왔는데 그 표현 대상의 대부분은 인간이 차지한다. 이제껏 인류가 만들어 온 모든 조각의 절대 다수를 인물 조각상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조각은 여타의 장르와 달리 표현 매체의 물성에 의해 지배된다. 견고한 재료와 3차원의 매스를 통해 대상을 묘사해야하는 이유로 인해서 표현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한계는 조각 표현의 대상을 인체 모티브에 국한하게 하였다. 인체 모티브 집중의 또 한 가지 이유는 고대 그리스 이후의 인간관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인간을 세계의 중심에 위치시키는 인간중심 사상을 가지고 있었고,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고 했던 프로타고라스의 정의도 이러한 생각의 일례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인간관은 신의 형상까지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 상상하게끔 하였다. 이러한 신인동형설anthropomorphism은 소아시아 지방의 유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창조주 여호와는 자신의 형상대로 아담을 창조하고, 그에게 세계를 경영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하지 않는가. 모든 피조물 가운데서 인간이야말로 신과 대등한 위치에 있는 고귀하고도 아름다운 존재라는 생각은 자연스레 그리스인들의 ‘육체찬미 전통’의 근간이 되었다. 서양문화의 초기조건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 주어진 것이고 장구한 서양문화의 역사는 이러한 그레코-로망 문화의 재해석 내지 변주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즉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이유, 매체의 물리적 제약과 그리스적 인간관으로 인해 서구 조각의 전체적 모습은 당연히 인체조각으로 특징져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사과_27x27x28cm_bronze

 

   

서구식 조각은 근대적 미술교육과 함께 1920년대 이후 이 땅에 이식되기 시작하였다. 우리 근대미술의 역사는 서양미술 학습 및 자기화의 과정이었고, 한국의 근대조각은 3만년 서양조각의 역사를 채 10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압축하여 소화하고자 했다. 따라서 서구식 조각을 자기화하기 위해서는 곧 인체조각을 성립시키는 근거들과 그 표현방식을 습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미술대학 조각과의 커리큘럼은 인체소조와 재료기법, 다시 말해 재현적 기능 습득 위주로 짜여 져 있었다. 6,70년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미술 사조가 이 땅에 소개되고 많은 작가들에 의한 실험이 행해졌지만, 굳건한 작가 세계의 확립을 위해는 충실한 인체조각의 습작기가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믿었다. 여기에서 상당 기간의 구상 대 추상 논쟁이 있었고 그 와중에 구상 작가는 시대에 뒤떨어진 이념에 봉사하는 것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어쨌든 구상 조각가에게 있어 기나긴 미술사의 양식 변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요구조건이다.

 

  

나비_52x12x45cm_bronze

 

 

박민섭 조각의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동시에 모든 구상을 천착하는 작가들에게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다. 작가가 자기양식을 만든다는 것은 곧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며, 그것도 구상미술을 통해 양식을 세운다는 것은 오랜 역사적, 예술적 정통성을 검증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움이란 이름으로 일순간의 빛을 발하다 덧없이 스러지는 실험미술이 그 얼마인가. 그러나 구상미술은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탱시키는 전통의 권위와 보수성을 극복해야하는 모순과 한계에 부딪친다. 새로움과 전통 사이에서 자기 예술의 출발점을 어디로 잡는가의 문제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리고 박민섭은 구상을 선택했다. 자신의 조각 세계를 전통이라는 든든한 토대 위에 올려놓고 기나긴 조각사의 주요한 양식 변천을 전부 답습해 보고자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오랜 기다림과 인내를 요하는 모색의 기간이 필요했다. 아마도 신중하고 정확한 본인의 성품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모더니즘의 생래적 형식주의 이데올로기는 그로 하여금 끊임 없이 자기양식을 찾아 헤매게 하였을 것이다. 여기서 그가 섭렵한 양식의 유형을 간단히 세 가지로 정리하자면, 우선 대상을 충실히 재현하는 사실주의를 꼽을 수 있겠다. 실로 박민섭은 탄탄한 기본 실력을 쌓아왔다. 그가 이제껏 발표해온 사실적 작품뿐만 아니라 주문제작한 초상조각이나 기념조각을 통해서도 그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데포르마시옹déformation 이다. 대상의 객관적 재현에서 벗어나 과장, 왜곡, 단순화 등의 주관적 변형을 통해 대상을 새로이 해석하고자 하는 태도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조형적 질서와 체계는 가장 중요한 형식적 요건이 된다. 마지막으로 대상을 현재와 다른 모습으로 상상하고 재구성하는 상징, 또는 은유적 방식이 그것이다. 그리고 박민섭은 이들 중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표현방식에서 능숙했다. 재능은 분명 작가에게 축복이지만 때론 장애가 될 때도 있는 법이다. 전술했다시피 모더니즘의 독트린은 조각가들에게 일관된 자기양식의 수립을 요구했고, 이러한 모더니스트의 형식주의적 관점에서 보자면 박민섭의 작업은 양식적 통일성에서 얼마간의 모호함을 노정하고 있다. 재능이 가져온 딜레마이며 역설로 보인다. 그러나 박민섭 조각의 일관된 특징은 상기한 양식적 변용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생활주변에서 느낀 일들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서사성에 있다.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형식의 차원에서 평가하는 것은 이미 지난 시대의 모더니스트 비평에서 질리도록 보아온 것이다. 현금의 포스트모던 상황은 폐쇄적 형식주의를 넘어 다원주의적 가치를 허용할 것은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양식의 일관성 보다는 오히려 서사와 개념의 일관성, 작가의 발언 내용과 전달방식이 더욱 주요한 비평적 척도가 되어있다. 박민섭을 순전한 컨템퍼러리 작가로 분류할 수 없지만, 그가 줄곧 다루어 온 ‘삶과 이야기의 조각’을 양식론의 입장에서만 대한다면 그의 작품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된다.

 

  

아버지_38x13x55cm_bronze

 

 

이번 전시에서 박민섭은 그간 천착해온 조각적 방법론을 한데 모아놓고 정리하려는 듯하다. 비록 큰 규모의 전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가 가진 솜씨와 기량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중 가장 대작이라 할 수 있는 <이유 있는 반항>과 <어머니-모나리자>는 박진감 있는 사실성과 성실한 묘사가 특징이다. 책을 깔고 앉아 턱을 괸 채 먼 곳을 노려보는 청년은 적절한 구성과 균형 잡힌 비례, 정확한 해부학적 묘사로 아카데미즘의 교과서를 보여준다. 어쩌면 작가 자신의 젊은 날의 초상일지도 모를, 이 작품 <이유 있는 반항>은 한국판 제임스 딘이요, 현대판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빈치의 <죠콘다>를 패러디한 부조 작품, <어머니-모나리자>는 불후의 명작이라고 칭송받는 죠콘다의 자리에 작가 자신의 어머니를 위치시키고, 만인의 연인의 반열에 올려놓음으로써 그녀를 불멸의 존재로 격상시킨다. 한복 차림에 짧은 파머 머리를 하고 있는 시골 할머니의 주름 잡힌 얼굴과, 노동으로 거칠어진 양 손에는 그 분이 헤쳐나간 삶의 신산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이는 작가가 어머니에게 바치는 그리움과 존경의 헌사이며, 나아가 모든 한국 어머니들의 초상이기도 하다. 마르셀 뒤샹이 죠콘다를 패러디했던 <L.H.O.O.Q>가 기존 예술에 대한 기발하고도 장난기 어린 독설이라면, 박민섭의 <어머니-모나리자>는 삶과 예술을 향한 경건한 찬양이며 긍정이다. 한편 <여인두상>, <나비>, <서있는 여인> 등의 세 작품은 작가가 주로 다루어 온 서사성보다는 여체라는 모티브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비중을 둔 작품들이다. 단순화와 생략에 의해 여체의 특징적 아름다움을 부각시키고 강조하고 있는데, 특히 <나비>는 여성을 한 마리 나비에 대비시켜 자그마한 요정으로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아직도 여성을 대할 때면 소년과도 같은 동경으로 바라봄이 틀림없을 것이다. 여체, 이브야말로 모든 조각가들에게 있어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 아니겠는가. 박민섭이 오랜 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소재가 이브이며, 사과이며, 뱀이다. 이들이 상징하는 아름다움-유혹-원죄는 인류 탄생 이래로 인간을 따라다니는 원초적 조건이다. 칼 융은 정신분석을 통해 창세기, 욥기, 햄릿 등을 분석하면서 신화작가들은 욕망과 유혹, 죄악과 공포의 원형상archetype으로서 사과와 뱀을 등장시켰다고 말한다. 굳이 융의 이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소재 선택의 배후에는 의식적이든 아니든 인간 본성에 대한 작가의 직관과 통찰이 깔려 있는 것이다. 또한 박민섭은 자기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우화allegory의 수사법을 구사하고 있다. 날뛰는 말 위에서 로데오 경기자처럼 균형을 취하며 활시위를 당기는 남자의 손이 과장되게 표현된 작품, <꿈을 쏘아라>는 곡예 하듯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불안정한 삶을 풍자한 것이며, 고구려 무용총 벽화의 <수렵도>에 대한 오마주이다. 이 밖에 우리 시대의 아버지를 황소의 모습으로 희화화하고 있는 <아버지>, <반가사유상> 등은 어떤 때는 옆구리에 책을 끼고 짐짓 근엄한 체, 권위 있는 체 황소걸음으로 걷기도 하고, 고독한 사유의 삼매경에 들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골고다의 예수처럼 십자가를 메고 가기도 한다. 이들 황소들의 표정과 제스처가 코믹 애니메이션 같아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 순간, 생활의 짐을 묵묵히 짊어지고 가는 아버지가 황소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오버랩 되면서 애잔한 센티멘털리즘으로 파문 져 온다. 찰리 채플린의 희극이 항상 서글픈 여운으로 남아있듯이 말이다.

 2012. 5.

오상일(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속삭임_30x34x42cm_bronze

 

 

서있는여인_17x14x50cm_bronze

 

 

당대의 조각가 박민섭 선생은 ‘꿈을 쏘아라’ 라는 주제를 통하여 작가만의 구상적인 예술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대상을 표현함에 있어 과장이나 왜곡, 단순화등의 표현기법 뿐만 아니라, 대상을 보이는 그대로 재현하려는 사실주의에도 입각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작가의 작품세계는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자유로운 내면적 세계를 꾸밈없이 보여준다. 더하여 독특한 조형적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구현되는 조각의 작품세계에서는 지극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대상이나 혹은 신화적인 소재를 작가만이 지니고 있는 또 다른 상상의 모습으로 재구성하고, 은유적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작가가 표현하려는 조각세계의 전달방식은 다소 독특할 뿐만 아니라, 끈임없이 자기양식을 찾아 탄탄한 기본실력을 마음껏 펼쳐낸다. 작품은 마치 작가 자신의 젊은날의 초상일지도 모를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는데, 이것은 어찌보면 현 시대에 불안정해 있는 우리의 삶을 풍자한 것임도 알 수 있다.

 

조각에서 나타내어지는 형태들은 굉장히 기발하면서도 유머러스함이 가득한 작품들이다. (나비) (아버지) (이브) 등, 제목에서의 느껴지는 소재로만 국한되어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화와 생략에 의해서 여체의 특징적 아름다움을 대입하여 부각시킨 조형세계도 있으며, 또한 나비의 형상에 여체를 대입시킨 후 자그마한 요정처럼 묘사한 작품도 있다. 작품에서 영감의 주 원천의 소재인 이브, 사과, 뱀은 성경에 나오는 단어로써 아름다움-유혹-원죄라는 인간을 따라다니는 원초적 조건을 묘사하고 있다. 욕망과 유혹, 죄악과 공포를 소재로 택함으로써 인간본성에 대해 깊이 통찰하고 또한 관객들에게 풍자의 미를 전달하기 위한 우화수사법을 구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구상적 조각의 작품세계를 통하여 작가가 솔직하게 표현해낸 풍자의 미, 해학의 미를 담아낸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박민섭 선생은 홍익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조각과 졸업. 2회의 개인전과 아산시 야외조각 초대전, 파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 조각 초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GLAF광화문 국제아트 페스티벌 등 수백여회의 많은 초대전과 단체전에 참여하였고,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등의 수상경력과 현재 고양조각가협회 부회장 등을 맡으며 왕성한 작가활동을 해오고 있다.

 

 

반가사유상_20x13x43cm_bronze

 

 
 

 

박민섭

 

1991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 | 2003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조각과 졸

           

개인전 | 2004 인사 아트센터(서울) | 2005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서울)  

  

OPEN STUDIO | 2004~2005  고양 구산동 STUDIO

 

초대전 및 단체전 | 야외공간 프로젝트 ( 세종문화회관 )  | 당림미술관 ( 개관7주년 초대전 ) | 파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 조각 초대전 | 신한갤러리 ( 연극조각 프로젝트 ) 부자와 빈자에대한 사소한 단상전  | 아산출향작가 초대전(아산갤러리) | 홍익조각회전 ( 문예진흥원미술관 ) | 한국미술협회전 ( 문예진흥원미술관 ) | 한국조각가협회전 ( 세종문화회관 ) | 한국구상조각회전 (세종문화회관 ) | MBC미술대전 ( 예술의전당미술관 ) | 대한민국미술대전 ( 국립현대미술관 ) | 고양시조각가협회전 ( 일산미관광장 ) | 고양시미술협회전 ( 호수갤러리 ) | 고양 국제조각 심포지움 (일산미관광장 )  | 고양시조각가 협회전 ( 일산미관광장 )  | 아산시 야외조각 초대전 ( 이순순종합운동장 )  | 황소걸음전 (장은선갤러리 )  | 2009 GIAF광화문 국제아트 페스티벌 ( 세종문화회관 ) | 2009 아산성웅이순신축제기념 현대미술초대전 아산-이스탄불(온양민속박 기획전시실) | 2011 한탄강 현대 야외조각 흐름전  | 2011 상하이 아트페어외 다수

 

수상 | 1992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 1994-98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4회 | 1990-93 MBC 미술대전 입선 2회

 

작품 소장 | 외도 조각 공원, 부산 성심학원 (부산진여고,부산양정고등학교)이사장 동상 | 전쟁기념관 피난민 행렬상 제작 (전쟁기념관) | 전쟁기념관 무기 장비류 발전상 제작 (전쟁기념관) | 중외제약 초대 사장 및 회장 동상 | 안양시 현충탑 12(군,경,민)인 조각상 | 연세대 안, 이과 병동 청파 기념관내 청파선생 흉상 | 한국은행 대구지점, 수원시 롯데마트 천천점 | 썬스타 회장 흉상, 도시개발공사 신대방지구 | 주택공사 동두천 송내 4 블록, 미아동 경남아파트 | 수원시 롯데마트 천천점, 성남시 분당동 백궁프라자 | 서울시 용비어천가 분수조각, 양재동 하이브랜드 | 고양시 행신동 SK 아파트, 안산시 대우 8차 푸르지오아파트 | 안양시 평촌동 키즈맘 센타, 제천코아루 | 서울시 미아동 롯데백화점,거제 코아루 | 아산시 롯데캐슬 아파트, 아산시GS 자이 아파트  | 아산시 STX애듀파크, 서울시 삼성 레미안 | 천안시 3.1동립만세운동 인물군상

         

현 재 | 한국미술협회, 한국조각가협회, 한국구상조각가회, 홍익조각회 회원, 고양조각가협회 부회장,  

 

강의경력 | 창원대 대학교,세종대학교

 
 

vol.20120516-박민섭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