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급수 展

 

 

최윤정_기억 지우기_162.2x97cm_Acrylic and oil on canvas_2011

 

 

57th Gallery

 

2012. 5. 8(화) ▶ 2012. 5. 29(화)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57 | 02-733-2657

 

www.57gallery.co.kr

 

 

정유진_몽상_145.5x97cm_Acrylic on canvas_2010

 

 

작가에게 창작은 끝없이 진행되는 수련의 과정이다. 꾸준히 변모하기에 규정지을 수 없는 작가적 이상을 향한 그 길에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절망이 흩뿌려진다. 그리하여 창작의 양끝에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이상, 그리고 작가적 자아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해체가 놓여지게 된다. <무한급수>는 특별히 평면작업을 추구하는 청년작가 4명의 내밀한 분투에 주목하는 전시이다. 이들은 개인적인 인식의 풍경을 낯설게 조형 Defamiliarization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각자의 이상에 수렴해가는 과정과 그 작가적 국면을 펼쳐 보이고자 모였다.

 

 

최윤정_Hello to Myself #25_70x105cm_C-print_2010

 

 

최윤정: 기억의 숨바꼭질 Hide and Seek in Memory

나는 기억의 파편을 주워 담는다.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기억하는 것들, 때로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 파편들과 조각들을 회화라는 매체를 사용하여 낯선 풍경으로 만들어낸다. 기억의 조각들로 재조합된 장면은 관람자 개개인이 품고 있는 욕망으로 다시 읽혀지며, 타인의 시간 속에서 또 다른 무엇을 발현시켜 나간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잊고 싶었던 그 어떤 기억을 가만히 떠올려보게 될 것이다.

 

정유진(회화): 미친 토끼 Krazy rabbit

내 그림에는 10년이 넘도록 그려온 토끼형상을 한 나의 분신들이 등장한다. 이름하여 <미친 토끼>는 스스로 모순을 안고 있는 내 존재에 대항하는 도피처로써의 자아로 표현되기 시작하였다. 유약하고 친밀한 동물인 토끼는 친숙하지만 독일어 “Heimlich”의 어원이 그렇듯 동시에 “비밀스러운” 의미를 담고 있다. 머리 속을 헤집는 환영들 속, 나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나는 작업을 통해 정신적인 불안들을 해소해온 것 같다. 그것은 나와 타인들 사이에서 생기는 장벽과 관련된 거부의 감정을 극복하는 데서 온 일종의 자가치유의 방식이기도 했다.

 

 

윤인선_사라진 풍경 (연작 중)_각31.75x21.5cm_Oil on plywood_2010

 

 

최윤정(사진): 종이인형과 현실 Hello to Myself

어린 시절의 놀이도구였던 종이인형으로 탈바꿈한 내 상념의 기억은 과거로의 회귀를 갈망하고 있지만 시공간에 놓여진 실체는 언제나 현실의 벽 앞에 놓여져 있었다. 내 작업에서 종이인형은 돌이킬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이고 한없이 나약한 자화상이며 현실을 고의적으로 망각하려는 심리적 충동의 요체이다. 이는 상념 속의 자아와 현실에 머무르고 있는 자아의 이중적 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의 표출이기도 하다.

 

윤인선: 사라진 풍경 Studies on Presence

누가 봐도 “결함”이 역력한 스냅사진의 형식을 빌어온 나의 작업은 일상의 진부함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초점이 맞지 않아 상이 흐려지고, 노출이 부족한데다 한 귀퉁이가 잘려나간 이미지는 일상의 언어로 포획할 수 없는 현현 epiphany의 순간을 담지 하고 있다.

가장 낯익은 대상이 반대로 낯설어지는 순간 우리의 의식 밖으로 멀어져 가던 존재는 비로소 가까이 다가와 자신을 드러낸다. <사라진 풍경>은 바로 이 찰나의 기록, 그리고 존재의 환영이다. 부엌과 화장실에서 발견되는 낡은 생활용품들을 응시하는 근시안(近視眼)의 화면은 상실감과 향수를 종종 상실감을 불러일으킨다. <사라진 풍경>은 일상과 언어의 장막에 묻혀있던 존재가 다시 태어나고, "아직 호명되지 않은 것"이 모습을 드러내는 낯선 비일상의 세계를 펼쳐 보일 것이다.

 

 

 

 

참여작가 : 윤인선, 정유진, 최윤정(사진), 최윤정(회화)

 

 

 

vol.20120508-무한급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