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창 展

 

품 (Breast)

 

얼굴 2_162x97cm_oil on canvas_2011

 

 

브레인 팩토리

 

2012. 5. 3(목) ▶ 2012. 5. 20(일)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1-6 | 02-725-9520

 

www.brainfactory.org

 

 

얼굴 5_162x97cm_oil on canvas_2011

 

 

이우창-피부를 품다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회화는 피부 위에 기생한다. 세계의 피부를 주어진 화면의 표면위로 옮기는 일이 그림이다. 모든 사물과 인간은 자신의 피부만을 보여줄 뿐이기에 회화는 그 피부 너머를 강박적으로 탐하면서 육박한다. 그러나 결국 회화도 납작한 피부 위에서만 서식하는 일이기에 그 피부를 떠내면서 그 내부를 열어 보이고자 하는 무모한 일을 욕망한다. 따라서 그림은 표면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표면을 하나의 통로로 삼아 그 이면을 펼쳐 보여주는 일이다. 사물과 살의 안쪽을 연상하게 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캔버스 표면에 단색의 미묘한 톤으로 인간의 피부를 그리는 이우창의 그림은 얼핏 흑백사진과 그림의 경계를 잠시 헷갈리게 하기도 하고 오일페인팅과 수묵의 가늠도 애매하게 한다. 아울러 그것이 어떤 몸인지, 왜 그 피부에 주목하고 있는지도 잘 잡히지 않는 편이다. 몸에 근접해서, 그 피부에 달라붙어서 뜯어먹는 시선으로 그린 그림이다.

 

 

품_17x27.5cm_oil on silk_2010

 

 

이우창은 분명 실재하는 인물을 그린다. 자기 앞에 놓은 대상에 대한 이 핍진한 시선은 세부에 탐닉하는 눈과 붓질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러한 접근이 역설적으로 대상을 무척이나 낯설고 모호한 존재로 만들어 놓고 있다. 뒷짐을 쥐고 있는 사내의 손, 늘어진 뱃살을 보여주는 남자의 가슴 부위 는 흡사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기 위해 서있거나 진찰을 받기 위해 웃통을 벗고 앉아있는 이의 몸을 연상시키는 포즈다. 그것은 자신을 보는 타자의 시선, 기계의 시선에 무방비로 놓인 몸, 사물화 된 몸과도 같다.

사실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그의 회화는 그런 파편화 된 시선에 의한 부분적 접근, 모노톤의 중성적인 색채를 통해 다소 애매한 느낌 등을 전달하려는 것 같다. 구체적인 누군가의 재현이나 묘사와는 분명 다르다. 작가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낀 것을 그리지만 그 대상 자체가 아니라 그로부터 연유하는 느낌의 시각화에 주목한다. 비로소 주체와 대상이 만나서 발생하는 감정, 사건, 느낌이 시각화다. 자기 앞에 자리한 인물의 피부를 훑어나가면서 그것이 자아내는 아우라를 그리고자 한다. 그래서 그가 그리는 인물화는 일반적인 인물화와 다르다. 사람의 얼굴생김새를 중심으로 그리기 보다는 부분적으로 접근한 시선, 뜯어먹는 시선으로 피부를 관찰하는데 특히 ‘피와 뼈’를 화면에 표현하고자 한다.

 

 

품다_80x80cm_oil on canvas_2012

 

 

그는 고고욕생(枯槁欲生) 혹은 생노병사(生老病死)라는 말을 즐겨 쓴다. 그것이 모든 생명체의 공통된 성향이자 그가 존재를 통해 느낀 것이다. 그 육덕진 것과 현상들에 주목하는데 그것들을 결국 살기 위한 본능을 지닌 것들이다. 누군가의 피부를 지도 그리듯이 그리고 지도를 읽어가듯이 독해한다. 피부란 내부를 감싼 막이자 세상의 경계이고 모든 생명체의 외형을 가능하게 하는 지점이다. 그 멈춰있는 대상을 보고 그리면 문득 그 피부의 주인인 생명체의 과거와 미래, 현재가 읽혀진다. 그 피부를 그리다 보면 그 피부를 두른 이의 삶의 역사가 다가온다. 그가 살아온 과거와 현재, 미래가 동시에 펼쳐진다. 바로 이 부분에서 그의 그림은 외모와 피부의 핍진한 묘사를 통해 이른바 전신사조에 도달하고자 했던 조선신대 초상화와 만난다. 외모를 통해 정신이 드러나고 그의 생애가 기록된다. 그것이 다름아닌 성리학에서 주창하는 이기일원론에 유사한 것이다. 이우창은 모종의 감정에 사로잡히거나 특정 의도를 가지고 모델에 접근하지 않는다. 그는 그 존재/피부를 보면서 그의 생명체로서의 본능을 그리고자 한다. 그림에는 살 안에 보이는 핏줄, 부드러운 질감 등이 어른거린다. 설명과 표정을 지닌 안면을 배제한 신체만이 풍경처럼 파리하게 자리한다. 부동의 신체, 피부에는 처지고 늘어진 살과 주름, 반점들이 별처럼 흩어져있다. 그렇게 외부로 드러난 조그마한 단서들을 조심스레 그림 안으로 불러들여 한 존재가 지닌 생명체로서의 본능과 생애의 이력을 그림으로 그리고자 한다. 흐릿한 흑백톤으로 마치 회상이나 기억에 잠긴 듯한 신체의 한 부위가 더없이 매혹적이다. 이 낯설고 미지의 것으로 다가오는 슬퍼 보이면서도 완강한 피부를 눈과 가슴으로 품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품 I_80x80cm_oil on canvas_2012

 

 

 

 

■ 이우창 (李宇昌)

 

1977년  서울 생 | 2002  홍익대학교 판화과 학부 졸업 | 2009  동국대학교 철학과 석사 수료

 

개인전  | 2010  874, art factory, 경기도 파주

 

단체전  | 2007  종이 위 팥빙수, grau gallery, 서울 | 2010  드로잉팜, 그 문화 갤러리, 서울

 

레지던시  | 2011.11~2012.10  금호 미술 창작 스튜디오(경기도 이천)

 

 

 

vol.20120503-이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