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강 展

 

From the nature

 

자연으로부터-사유_190x42x4.5cm_steel and cutting_2012

 

 

모리스갤러리

 

2012. 4. 5(목) ▶ 2012.  4. 11(수)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397-1 | T.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자연으로부터-사유_50x30x40cm_Stone and metal_2012

 

 

허강의 자연과 인위 사이에서의 조형술법

 

전원길 / 작가, 야투인터내셔널프로젝트 디렉터

 

I. 허강의 이번 개인전은 재료와 소재에 있어서 지난 개인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전 작업들이 식물의 형태를 전사하듯 드로잉하고 원형 금속판을 음각으로 부식하여 선을 드러내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식물, 곤충 등 자연물 이미지를 금속판 위로 옮겨온 모양 그대로 레이저로 뚫어내어 양각의 입체물을 만드는 변화된 방식을 선보인다. 나는 방법상의 변화를 보이는 신작들이 자연에 대해 보다 넓은 시야를 우리에게 제공하는 작업으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자연으로부터-사유_80x200x30cm_steel and cutting_2012

 

 

II. 허강은 그간의 크고 작은 작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늘 ‘자연으로부터’를 전시 주제로 혹은 작품 제목으로 사용해오고 있다. 사실 ‘자연’이라는 말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한 작가의 작업 세계를 담아 압축하기에는 너무나 막연하다. 나는 그에게 있어 자연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지 않았다. 단지 허강이 자신의 작품 앞에 내세우는 ‘자연’이라는 말에는 그가 속한 세대적 경험, 즉 빠르게 경제발전을 이루며 변화해온 사회 속에서 순차적으로 경험한 자연과 문명, 자연과 도시에서의 삶의 흔적으로 새겨진 정서가 작용하고 있으리라 추측해본다.

장년이 된 그는 모던한 감각의 공간에서 작업하고 바이크의 스피드와 엔진의 힘찬 소리를 즐기지만 한편으로는 유년 시절 자연에서 뛰어놀며 종아리를 쓸치던 풀잎의 아리함을 아직 기억하고, 오래된 초가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와 거기서 배어나온 진갈색의 빗물이 마당으로 번져 흐르던 장면을 때때로 떠올리며 살고 있다.

허강의 작품은 자연과 문명 혹은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그 어떤 것에도 차별적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자연과 도시문명 모두 우리 삶의 현실이고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받아들여야할 가치임을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농촌에서의 삶과 도시의 쾌적한 생활을 모두 경험하고 있는 그의 삶에 주목한다면, 자연물을 소재로 다루되 시골의 토속적 정서가 아닌 차갑고 정교한 도시적 감성을 더 많이 내보이고 있는 그의 작품을 보다 근거리에서 이해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연으로부터-사유_72x70cm_Aluminium shedding and cutting_2012

 

 

III. 그가 추억속의 정서를 지루하게 되새김질하기보다는 산뜻한 도시적 감성으로 자연을 표현하는 그의 태도에 일단 한 표를 던진다. 그리고 작업의 과정에서 서양미술의 중요한 담론이었던 공간과 평면의 문제를 미묘하게 교차시키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나는 그의 작업에 내재된 방법론적 구조와 더불어 섬세한 손의 감각을 그래픽 툴(tool)을 이용해 자연의 이미지에 오버랩(overlap)시키는 이른바 ‘따라 그리기’의 과정에 마음이 간다. 혹자는 이러한 방식이 단순한 카피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뭇잎의 잎맥을 따라 움직이는 손끝을 통해 자신의 감각의 작용을 느끼고, 호흡에 따라 흔들리는 선을 통해 진정 자연과의 교감을 이루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는 작품이 전해주는 생생함으로 그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나는 몇몇 작품에서 시도한 페인트 ‘흘리기’야말로 이번 전시의 큰 수확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의 손감각과 예견된 기계적 작업을 통해 이끌어 온 완성된 작업을 그는 돌연 페인트에 담갔다가 꺼낸다. 페인트는 자체의 무게와 중력으로 흘러내려 마치 심해에나 있을 법한 이상한 어류의 촉수처럼 우리의 시선을 어지럽힌다. 얼핏 디자인적 소품으로 느껴질 수 있는 그의 작품은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바로 직전과는 다른 심리적 공간을 탄생 시키면서 자체의 생명력을 획득한다. 이는 축구경기의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방향을 전환하여 예상치 않은 공간을 확보 할 때 주는 서늘함이며 또한 통쾌감이다.

허강이 이번 전시회를 통해 새롭게 사용하고 있는 재료는 자연석이다. 자연석을  자르고 그 표면을 연마하여 매끈해진 돌 위에 마치 잘 준비된 무대 위에 주인공을 등장 시키듯이 브론즈로 캐스팅한 나뭇잎이나 새싹을 올려놓는다. 역시 깔끔한 완성이다. 나는 그가 끊임없이 자연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도 세련된 현대성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면서 그가 자신의 작업을 ‘자연과 인간의 사이를 오가는 어떤 것’이라고 한 말을 기억한다. 그에게 있어서 자연은 언제나 작업의 출발점이지만 기계적 작업이 도입되는 과정에 이르면 인공에 대응하는 상대지점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을 대상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에게 있어서 공히 발생하는 일이겠으나 그의 작업에서는 그 갈림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보이는 자연을 현대적 감각으로 번안하여 우리의 삶의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그의 작업은 섬세하고 정교하다. 하이센스를 지향하는 그의 작업은 때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보는 이의 기분을 살짝 미끈거리게 하는 그 알 수없는 조형술법은 이번 작업에서만 보이는 일시적인 것은 아니다. 그가 대학시절 탐닉했던 초현실적 분위기의 작품과, 머리를 밀어낸 작가 자신의 두상을 확대시켜 입체화한 설치작업 등 기묘한 분위기를 담아내던 그간의 작업들을 볼 때 그것은 허강의 본성적 취향인 듯싶다. 허강은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이 취향을 적절히 조절하는 제어장치를 가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때로 강하게 때로는 슬그머니 나타난다.

 

 

자연으로부터-사유_72x70cm_Aluminium shedding and cutting_2012

 

 

IV. 작가로서 허강은 자연에 대해 언제나 감각적 반응을 하는 어릴 적 ‘몸의 기억’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작업을 통해 현재의 삶 속에 그림자처럼 가볍게 투영된다. 이는 자연을 그저 무심히 넘겨다보되 섬세한 한 가닥 에센스를 자연으로부터 뽑아내는 허강의 예술적 감성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된다. 한편 나는 작업의 모티브를 찾아내는 그의 순발력과, 재료와 기법을 조화시켜 딱 떨어지는 완성도를 보이는 그의 작업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가슴으로 부터의 울림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나오길 기다린다.

그가 자신의 박사논문 리서치 과정을 통해서는 물론이고 본인이 속해있는 대학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대상에 대한 연구를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완수해 내는 능력을 입증한 바, 자신의 작업 속에서도 이와 같은 프로세스를 적용하여 농축된 창작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그가 가진 감각의 싹이 더욱 자라고 뿌리를 내려 황폐화된 인간의 정신을 새롭게 소생시키는 진정성과 생명력 넘치는 작품으로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자연으로부터-사유_72x70cm_Aluminium shedding and cutting_2012

 

 

 
 

허강

 

개인전 12회 (현대화랑, 한신코아갤러리, 서경갤러리, 코스모스갤러리초대전,교토,아트메모리갤러리초대전,예술의 전당,타임월드 갤러리 초대전, 쌍리 갤러리 초대전, 모리스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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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단원미술제 심사위원 | 대전시 미술대전 심사 및 운영위원, 전국여성 공모전 심사위원 | 한국 수채화 대전 심사 및 운영위원, 금강 자연미술 비엔나레 운영위원 | 모스크바 한국자연미술공원 기획

 

한국 카르프 예술장식품 제작 | 중부대학교 상징탑 제작 | 영명학원 개교 100주년 기념탑 제작 | 유성 오피스텔 예술장식품 제작 | 중부대학교 예술장식품 제작 | 러시아 한국대사관 예술장식품 제작

 

Moscow state university of printing Arts (Ph.D) | 한남대학교 동대학원 졸업 | 중부대학교 예술체육대학 교수

 

 
 

vol.20120405-허강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