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로 초대展

 

“Raindrops”

 

파문2_참죽_90.5x61x3cm_2008

 

 

장은선 갤러리

 

2012. 3. 21(수) ▶ 2012. 3. 31(토)

reception : 2012. 3. 21(수) pm 4:00-6:00

서울 종로구 경운동 66-11 | T.02-730-3533

 

www.galleryjang.com

 

 

파문7_참죽_101x83x4.3cm_2010

 

 

김기로의 나무 조각

자연성과 인위성, 사실성과 추상성을 교직

 

신항섭(미술평론가)

나무를 자르고, 깎고, 파내며, 연마하는 식의 기법으로 만들어지는 수공예적인 조각 작품은 고된 노동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어지러울 정도로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는 현실에서 느리고 지루한 전통적인 조각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보다 다양하고 다루기 쉬운 재료들이 많아진 현실에서 나무라는 전통적인 재료에 대한 매력이 줄어든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현실에서 세상을 역류하듯 전통적인 방식의 나무 조각에 남다른 애정을 쏟는 작가가 없지는 않다.

김기로는 초기에는 인체를 제재로 하는 소조작업으로 작가적인 역량을 다져왔다. 그러고 나서 최근 수년 동안 집성목을 재료로 하는 나무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집성목은 작은 나무토막을 이어 붙임으로써 원목보다 견고하고 안정적이다. 따라서 집성목은 갈라짐이나 뒤틀림과 같은 나무 특유의 변형이 적어 조각 재료로서 적합한 셈이다. 그러나 나무를 이어붙임으로써 형성되는 일정한 문양을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통나무와는 전혀 다른 시각적인 이미지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은 집성목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이미지를 개별적인 조형미로 받아들인다. 일정한 크기의 나무토막을 집적해서 만든 집성목은 그 자체로 독특한 문양을 형성하고 있다. 나무의 재질에 따라 문양은 물론 색깔이 다르게 보임으로써 문양을 잘 살리게 되면 일반 통나무와는 다른 시각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하여 자연성의 상징인 ‘물결’과 인위성의 상징인 ‘우산’이라는 두 개의 소재를 집성목에 대입시킨다.

 

 

파문6_멀바우_157.5x104x4cm_2009

 

 

집성목에 수면에 물방울이나 다른 물체가 떨어졌을 때 일어나는 물결, 즉 동심원의 이미지를 음각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물결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소멸하는 자연현상이다. 아주 짧은 시간에 현실에 존재했다가 자취를 감추는 물결을 시각화한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다. 물론 회화에서는 이미 그림의 소재로서 일반화되어 있으나 조각이라는 분야에서는 보편화된 소재는 아니다.

여기에서 집성목은 크기에 따른 패턴의 나열이라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목문과 색깔만으로도 훌륭한 추상작품이 되는 셈이다. 크기가 동일한 이미지의 연속은 다양한 목문과의 조합을 통해 풍부한 표정의 추상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조각으로 진행되기 이전에 이미 현대의 미학을 충족시키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바탕 위에 부드러운 곡면으로 이루어지는 동심원이 자리하게 됨으로써 돌연 현실공간으로 변환한다.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정한 패턴을 가지는 물결, 즉 동심원은 내부로부터 외부로 무한히 확장해 나가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수면의 표면장력과 물리적인 힘의 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파문은 외부로 확산될수록 파장은 길어지고 파문의 높이는 낮아지게 된다. 그러다가 물리적인 힘이 미약해지면 마침내 파장은 수면의 표면장력으로 흡수되면서 소멸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매우 드라마틱하다.

초기의 작업에서는 파장이 짧고 굴곡이 큰 동심원 자체를 집성목 판 위에 새겨놓았다. 그러다가 점차 굴곡이 완만해지고 파장이 길어지는 여유로운 이미지로 이행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두개 또는 세 개의 동심원이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이럴 때 각 동심원간의 간섭으로 인한 교직의 이미지가 나타난다.

이처럼 다수의 동심원을 하나의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자칫 소재주의로 인한 피로감을 피할 수 있게 될뿐더러, 이미지의 변주라는 방식을 즐겨 이용하는 현대미학에 편입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시 말해 동심원이라는 형태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사실주의 조형개념에서 출발하고 있으나, 그 전체적인 조형적인 맥락은 현대미학의 범주에 속한다. 더구나 반복적인 패턴, 즉 사각형으로 조합되는 집성목의 연속적인 이미지는 이미 그 자체로 현대적인 조형어법에 합당하다.

 

 

Raindrops05_단풍나무_40.5x40.5x4cm_2011

 

 

물결은 부드럽고 온화한 자연의 손길을 상징한다. 나무가 물결이 되는 보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난 소재로서의 물결의 이미지가 나무라는 재료를 통해 표현됨으로써 조형적인 상상의 공간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실을 인위적인 공간으로 이동시켜 다시 현실처럼 보이도록 유도하는 조형의 묘미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부드럽고 따스한 자연의 손길과 그 감촉을 유발하는 시각적인 이미지 및 정서를 통해서 말이다.

또한 그의 작품 가운데 우산을 제재로 하는 작업이 있다. 재료나 조형적인 기법은 동심원과 다르지 않다. 다만 우산은 생활기물의 하나로서 그 형태는 독립적이고 정형화되어 있다. 이와 같은 우산을 연속적으로 배열한다. 물결은 그 이미지가 다양하게 변하지만 우산은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 여기에서도 집성목의 패턴과 마찬가지로 이미지의 연속이라는 현대미학의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작품 전체가 우산의 이미지로 덮여 있는데 그 모양은 마치 꽃이 피어나듯 거꾸로 놓여 있다.

그에게 우산은 무엇일까. 떨어지는 빗방울을 막아내는데 쓰이는 우산은 일테면 의지처인 것이다. 차가운 빗방울로부터 보호되는 안온함은 마치 어머니의 품안과 같은 정서를 내포한다. 비록 비를 피하는데 쓰이는 생활기물이지만 그로부터는 모성이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 즉 향수를 자극하는 미묘한 정서가 느껴진다. 뿐더러 곡선과 곡면으로 이루어지는 우산은 실용성과 더불어 시각적인 미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단순한 우산의 나열일 뿐인데도 연속적으로 또는 집적됨으로써 마치 꽃밭을 연상케 한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그가 다루는 두 개의 소재, 즉 ‘물결’과 ‘우산’은 자연성과 인위성이라는 상반된 의미를 가진다. 그럼에도 이 두 가지 스타일의 작업은 현실적인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재현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시각적인 즐거움 및 쾌감을 제공한다. 여기에서 집성목의 연속적인 패턴은 현실성을 차단하는 도구가 된다. 차단된 현실, 즉, 추상적인 공간 위에다 사실적인 이미지라는 조형의 집을 지어내는 것이다. 이는 확실히 새로운 방식의 조형적인 경험이다.   

 

 

Raindrops03_멀바우_53x56.5x4cm_2010

 

 

새로운 조형적인 미를 구현해낸 나무 조각가 김기로 선생은 ‘Raindrops’ 라는 주제를 통하여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고 새로운 형식의 작품세계를 조형화 하는 작가이다. 보다 다양하고 다루기 쉬운 재료들이 많아진 현실에서 나무라는 전통적인 재료에 대한 매력을 충분히 보여줌으로써, 획일화 되어버린 현대 사회에서 마치 세상을 역류하듯 전통적인 방식의 나무 조각에 남다른 애정을 쏟는 작가임이 분명하다.

 

작가는 초기에 인체를 제재로 하는 소조작업으로 작가적인 역량을 다져왔다. 그러고 나서 최근 수년 동안 집성목을 재료로 하는 나무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집성목은 작은 나무토막을 이어 붙임으로써 원목보다 견고하고 보다 안정적이다. 일정한 크기의 나무토막을 집적해서 만든 집성목은 그 자체로 독특한 문양을 형성하고 있다. 나무의 재질에 따라 문양은 물론 색깔이 다르게 보임으로써 문양을 잘 살리게 되면 일반 통나무와는 다른 시각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하여 자연성의 상징인 ‘물결’과 인위성의 상징인 ‘우산’이라는 두 개의 소재를 집성목에 대입시킨다.

 

 

Raindrops02_바투_104x68x4.5cm_2010

 

 

이번 작품의 화면에서 보여지는 작업 과정은 매우 드라마틱하다. 집성목 겉 부분의 형태는 대부분이 물결무늬로써, 즉 동심원의 이미지를 음각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에 현실에 존재했다가 자취를 감추는 물결을 시각화한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신선하다. 일정한 패턴을 가지는 물결, 즉 동심원은 내부로부터 외부로 무한히 확장해 나가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물결의 이미지가 나무라는 재료를 통해 표현됨으로써 조형적인 상상의 공간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실을 인위적인 공간으로 이동시켜 다시 현실처럼 보이도록 유도하는 조형의 묘미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집성목 이라는 전통적인 나무라는 소재를 통하여 현대사회에서 조금은 잊혀져 같던 따스한 어머니의 품안과 같은 정서를 느껴볼 수 있는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김기로 선생은 홍익대학교 조소학과, 강원대학교 대학원을 졸업. 2008 이화 갤러리, 2012 인사아트센터, 2011 예술의 전당 및 인사아트센터에서 총 4회의 개인전를 하였으며, 현재 강원대학교 출강을 하며 꾸준한 작가활동을 해오고 있다.

 

 

Raindrops08_바투_105x71.5x4.5cm_2011

 

 

Raindrops06_바투_101x23.5x4.5cm_2011

 

 
 

 

김기로

 

홍익대학교 조소학과 졸업 | 강원대학교  대학원  졸업

 

개인전 4회 | 2008 | 이화 갤러리 | 2010 | 인사아트센터 | 2011 | 예술의 전당 | 2011 | 인사아트센터

 

현재 | 강원대학교  출강

 
 

vol.20120321-김기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