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홍 사진 展

 

[타오르는 물]

 

타오르는 물-1

 

 

갤러리 나우

 

2012. 3. 1(수) ▶ 2012. 3. 13(화)

Opening : 2012. 3. 1(수) PM 6:00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2-13 3F | 02-725-2930

 

www.gallery-now.com

 

 

타오르는 물-2

 

 

[전시 서문]

타오르는 물 (Eau en feu)

 

이경홍 사진들에 대해 내가 얻은 정보란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바닷물을 극히 짧은 시간의 노출로 포착한 것으로서,

순간과 영원이 하나 되어 ‘찰나’의 숨겨진 얼굴들을

찾아내려 했다는 것이 전부이다. 그 비의적인 사진들을 몇 번이나

오래 들여다보면서 내가 필요로 하는, 내 마음에 차고

넘치지 않은 형상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내 느낌으로는 지금 상태에서 더 이상 덜거나 더할 것이 없고

오롯이 추상만 남아서 더 깊어질 뿐인 듯하다.

 

 

타오르는 물-3

 

 

사진 속 형상이 때로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그것이

당혹스러운 만큼 그 까닭 또한 좀처럼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당혹스러운 연유가 밝혀진다면 당혹스러움 또한 조만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사진이

당혹스러운 것은 아마도 사진 속 형체가 어느 하나의

존재나 사태로 쉽게 은유 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사진의 형체는 몇 가지 존재나 사태로

은유 될 수도 있지만, 어느 하나도 결정적이지 않아서 홈이

덜 팬 판 위에서 구슬이 떠돌 듯이 의미화 과정은 지체되며,

그로 인해 당혹감은 더욱 커진다. 어느 존재나 사태로도 쉽게

의미화(인간화) 될 수 없는 사진 속 형체는 의미와 몰-의미 혹은

유의미와 무의미 사이에 걸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당혹스러움은 의미의 벼랑에 가까스로 매달린

사진 속 형상 자신의 당혹스러움일지도 모른다.

 

 

타오르는 물-5

 

 

한 대상이 대상으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을 이루는

부분들이 동일한 차원에서 의미를 주고받는 관계에 있어야 하며,

그 의미란 세부들의 시공간적 동질성을 담보로 하여, 바라보는

이가 빌려 주는 것에 불과하다. 한 대상의 의미는 전적으로

바라보는 이의 의지와 변덕의 소산이다. 지금 우리 앞의

사진 속 형상이 물기 빛나는 암벽지층의 단면이거나, 진펄에

가라앉은 난파선의 잔해처럼 보이는 것도 세부들을 통해

드러나는 우리 자신의 경험이며 역사이다. 더 나아가 때로

우리는 순전히 우연에 맡겨진 형상들을 임의로 채취해

미지의 경험과 역사를 읽어내려 하는데, 그때 그것들은

암호문자로 기능한다. 그처럼 사진 속의 형상은 심증은 가나

가능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기에는 공백이 많은 범죄사건 같아서

계속해서 확신과 확증을 유보시키며, 그 때문에 호기심과

신비감을 유지한다. 바꾸어 말하면 형상의 의미가 확정되면

형상은 묻혀버리고, 형상의 사라짐과 더불어 형상의 의미도

굳어져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 속 숨은 인물들을 발견하고 우리가 기뻐할 때

사실은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며 미소 지을지 모른다. 예컨대 우리가

심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심연이 우리를 보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실적인 그림에서 개개의 사물들을 식별할 때, 우리의 무의식은

색채의 조화와 형태의 율동에 반응한다. 사실화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추상화에 붙들리며, 그때 형상들의 의미는 미완의 상태

속에 유보된다. 일단 의미가 정해지면 형상들은 사라져버릴

것이고, 형상들을 떠난 의미는 굳어져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진선미를 추구하는 어느 분야에서든 필사적으로 의미를 지연시키는 것은

의미를 살려내기 위한 방편이다.

 

 

타오르는 물-6

 

 

「타오르는 물」은 비구상세계의 무의미와 불가능을

타진하는 글로 생각될 수 있다. 이 글이 사진 작품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빌미로 지금까지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되새기려는 의도에서 씌어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또한 위안이 되기도 하는 것은 셀로판지를 걷어 올린 만년노트처럼,

사진은 그 많은 조야한 생각들을 허용하면서도 한 번도

오염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2009. 12

이 성 복 (시인)

 

 

 

 

■ 이 경 홍(李京弘) LEE, Kyong-hong Thomas

 

1949  서울출생(돈암동) | 1978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졸업 | 1982  프랑스 국립 파리 제1대학교 빵떼옹 솔르본느 철학부 석사 | 1988  프랑스 국립 파리 제1대학교 빵떼옹 솔르본느 철학부 박사(철학박사) | 1992-2012  현재 경일대학교 사진학과 교수

 

개인전  | 1986  대성당의 빛, St.Eulade 문화회관, Naver시, France | 1991  빛의 찰나, Salle au Beffroi-파리 제1구청, Paris, France | 1992  밀물과 썰물, Espace Quartier-Latin, Paris, France | 1992  빛의 그물, 파리 한국문화원, Paris, France | 1993  대성당, Notre Dame de bon Conseil, Paris, France | 1994  이경홍 사진전, Pinehill gallery, 서울 | 1994  이경홍 사진전, 동아 백화점 갤러리, 대구 | 1995  찰나의 시(詩), 삼성 포토 갤러리, 서울 | 1998  L’art gothique en France,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 1999  Icones, 영광 갤러리, 부산 | 2000  L’art roman en France, 고토 갤러리, 대구 | 2000  한 줄의 풍경, 고토 갤러리, 대구 | 2001  어느 여름의 카타르시스, 영광 갤러리(부산), 하우아트 갤러리(서울) | 2002  나무들의 신화, 고토 갤러리, 대구 | 2002  거리의 소요, 부산 프랑스문화원 갤러리, 부산 | 2003  창조적 혼돈, 부산 프랑스문화원 갤러리, 부산 | 2003  태양의 얼굴들, 고토 갤러리, 대구 | 2004  노스탈지아, 부산 프랑스문화원 갤러리, 부산 | 2005  빛의 화두, 부산 프랑스문화원 갤러리, 부산 | 2006  검은 빛의 태양, 부산 프랑스문화원 갤러리, 부산 | 2006  이경홍 사진전 ‘소묘1-제2의 공간’, 동제미술관, 대구 | 2006  이경홍 사진전 ‘소묘2-제2의 공간’, 동제미술관, 대구 | 2007  알함브라궁전-바람의 말씀, 부산 프랑스문화원 갤러리, 부산 | 2008  유랑의 빛, 부산 프랑스문화원 갤러리, 부산 | 2008  빛의 조각 파편, 예송 갤러리, 대구 | 2009  프랑스의 풍경, 건축, 거리에 관한 소요, 경북대학교 미술관, 대구 | 2009  돌로 된 날개들 위에..., 부산 프랑스문화원 갤러리, 부산 | 2010  태양은 저녁에 뜬다-영주부석사, 수성아트피아, 대구

 

단체전  | 1993  Gonthier, LEE, Traduc 3인 초대전, Espace Quartier Latin, Paris, France | 1994  9월1일전, 갤러리아 아트홀, 서울 | 1996  사진은 사진이다, 삼성 포토 갤러리, 서울 | 1996  사진-새로운 시각,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2003  빛과 색채의 탐험-예술의 전당 특별기획전, 예술의 전당, 서울 | 2003  찾아가는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2005  사진에 대한 새로운 조망-象, 想,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외 다수

 

영구소장  |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 18점 |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5점 | 대구 동제미술관 2점

 

저서  | 타오르는 물(사진), 현대문학, 2009

 

 

 

vol.20120301-이경홍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