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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展
‘언어영역 밖의 기억’
언어영역 밖의 기억-2_47x70cm_inkjet print_2008
갤러리 아트사간
2012. 2. 8(수) ▶ 2012. 2. 18(토)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22 영정빌딩 3F | 02-720-4414
언어영역 밖의 기억-3_47x70cm_inkjet print_2009
언어영역 밖의 기억 박수진(미술평론가)
얇은 유리 한 장이 안과 밖을 가른다. 더 얇은 필름 한 장이 안과 밖을 가른다. 그러나 안과 밖의 이미지들은 얇은 가림막을 경계로 구분되지만 동시에 서로에서 섞여 모호한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둘이면서 전혀 다른 하나가 된 이 모호한 이미지는 익숙하지만 낯설다. 레아는 사진이 찍힌 필름 위에 이미지를 재촬영하는 다중 촬영 기법을 사용하여 전혀 다른 이미지들이 서로 겹치면서 생성되는 이미지들의 유희하는 장을 만들어낸다. 마치 유리창에 비춰진 안과 밖의 모습이 겹쳐진 것처럼 보이는 이들 이미지의 유희 공간은 마치 꿈 속 같기도 하고 연극무대 같기도 하다. 그의 사진에 드러난 이미지들은 친숙한 오브제들이지만 과장되고 극적인 이미지로 표상된다. 이렇게 표상된 이미지는 상실한 대상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온전히 기억하는데 실패한 것들이며, 모호한 이미지들은 환상이 남긴 수수께끼처럼 환상의 이중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이미지들은 몽상을 단순하게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중적으로 반사하고 있어, 그 환상 속에서 주체의 위치는 매우 불안정하다. 왜냐하면 이미지들의 유희하는 공간에서 시선을 거두는 순간 우리는 사진 안의 섬뜩한 눈과 마주친다. 그 눈은 몽환적이고 나른한 이미지 사이를 뚫고 나를 바라본다. 이것은 단지 유리창에 비쳐져 중첩된 현실의 이미지들이 아니라 기억의 파편들이 봉합된 것, 의식 너머의 억압된 기억들이 가림막을 뚫고 나오는 오브제처럼 드러난다. 예를 들면 그의 사진 속에 희미하게 모습을 비친 여성들, 때론 작가 자신의 모습, 때론 인형의 신체로 나타나는 여성들은 신체의 일부만이 서로 다른 층위에서 마치 오브제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이미지들은 초현실주의자들에게서 자주 보여 졌던 것들이다. 마치 현실 속에 무의식을 얹어놓은 것처럼 말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이 이렇게 겹치기 구조로 현대미술이 무엇인지, 재현이란 무엇인지 다뤘었던 것을 떠올려 보자. 레아는 초현실주의자들이 했던 겹치기 구조를 현대미술에 도입했던 역사, 또한 알레고리 차용으로 재현의 문제를 비판했던 포스트모던미술을 참조한다.
언어영역 밖의 기억-8_47x70cm_inkjet print_2011
그러면서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여전히 익숙한 이미지들이 중첩되면서 나타나는 왜곡된 형상들, 구체적 이미지로 표상될 수 없는 형상들이다. 그것은 억압에 의해 낯선 것이 되었으나 원래는 익숙했던 것들이 되살아난 것들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의 용어로 이야기한다면, 언캐니(uncanny)이다. 이 익숙했던 것이 낯선 것이 되어 되돌아온 상황은 불안하다. 이것은 불안스런 모호함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는 이 불안하고 모호한 것들의 귀환을 얇은 필름에 잡아내려한 것이다. 그것은 앙드레 브르통(Andre Breton)에게는 “삶과 죽음, 실재와 상상, 과거와 미래, 소통가능과 소통 불가능한 것들이 더 이상 모순으로 생각되지 않게 되는 특이한 지점”이었던 바로 그 지점을 포착하고자 한 것이다. 즉 그것은 기호가 지시대상의 지위를 빼앗고, 심리적 실재가 물리적 실재의 자리를 빼앗는 실재와 상상이 구분되지 않는 지점인 것이다. 즉 그것은 우리의 상징계 너머에 존재하지만 언제나 우리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이다. 바로 그 상징계 너머의 영역, 언어영역 밖의 것들은 기록될 수도 기억될 수도 없는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것들은 부재로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기록과 기억을 넘어선 그것은 언어로서는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그렇기에 이미지로서 마치 유령처럼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마치 뼈처럼 말이다. 그의 재현, re-present를 다시 보자. 수전손택(Susan Sontag)은 사진은 새로운 시각코드로서 무엇이 볼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묻고, 우리가 무엇을 볼 권리를 가졌는가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바꾸고 확장시켰다고 했다. 즉 사진은 문법이고 더 중요하게는 바라봄의 윤리라는 것이다. 레아는 사진의 문법이라 할 수 있는 사진적 ‘사실주의’를 중첩의 기법으로 전복하면서 재현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기록을 통해 인간은 영원한 기억, 죽음 없는 삶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지만, 중첩된 기록들은 기억의 존재 자체를 위협한다. 시공간이 비틀어져서 중첩된 기록은 존재와 부재의 모순이 공존하는 실재의 영역이며, 이 실재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찰라는 언어영역 너머의 것, 사라져버렸던 기억과 마주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레아 사진이 가지는 의미, 정신분석적 윤리가 있다.
언어영역 밖의 기억-10_47x70cm_inkjet print_2011
언어영역 밖의 기억-11_47x70cm_inkjet print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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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아 / LeA
한성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사진전공
개인전 | 2012 ‘언어 영역 밖의 기억’, 갤러리 아트사간, 서울
단체전 | 2011 전회(轉回), 갤러리 아트사간, 서울 | 2011 ‘Photography, Now’, 아트스페이스 방천, 대구 | 2009 실재 표현 그리고 표상, 갤러리 M, 서울 | 2009 ‘2009 경남 현대사진 페스티발’, 315 아트센터, 마산 | 2009 ‘사유, 상상 그리고 사유적 이미지’, 아트비트 갤러리, 서울 | 2008 ‘낯설게 보이기’, 갤러리 와, 경기도 양평 | 2008 'Looking in the world', 아트비트 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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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20208-레아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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